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코로나19관련 ‘백신외교’를 비판하고 나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아프리카·남미 지역 백신 배포에 대해 “당연히 걱정하는 부분”이라며 “러시아와 중국이 자신들이 장악하지 않은 국가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 백신을 이용하는 상황을 우려한다”라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가 백신 영향력을 앞세워 각국의 인권과 종교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미국 측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미국은 다른 국가들을 상대로 백신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키 대변인은 “우리는 (다른 국가의 백신 접종에) 참여하기를 고대하고, 국제 사회의 노력에 기여하기를 원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의 최우선순위는 미국인 접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얼마 전 있었던 미-멕시코 간 정상회담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에게 백신 공유를 요청 했지만 미국은 이를 거절한 바 있다.
미국의 행보와는 대조적으로 자체 백신을 보유한 중국과 러시아는 개발도상국과 경제력이 부족한 나라들에게 백신을 공급해 오고 있다.
중국의 궈웨이민(郭衛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대변인이 밝힌 바에 따르면 중국은 2월 말 기준 69개국과 2개 국제기구 등에 백신을 지원하고 28개국에 백신을 수출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100만회분을 기증하는 등 53개국을 상대로 인도적 지원까지 나서고 있다.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는 23개국에서 사용 승인을 받았고 멕시코와 몽골,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에서 접종이 진행(혹은 예정) 중에 있다. EU 회원국 중 코로나 피해가 가장 큰 체코도 러시아 백신도입을 검토 중이다.
중국과 러시아 백신은 미국의 모더나·화이자 백신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것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이런 중국과 러시아의 행보를 ‘백신외교’라는 이름으로 폄하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미국이 자국민을 위해 백신 해외 공급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자신들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국가들의 ‘백신지원’에 ‘딴지’를 거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밀로스 제만 체코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러시아와 중국 백신을 쓰지 말라고 하는데 그들에게 백신에 이념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국민들이 코로나19로 생명의 위협을 당하고 있는 체코 대통령에게 당장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
미국은 백신을 통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할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한 본인들의 국가시스템을 점검하고 반성하는 것이 먼저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백신외교’를 비판하는 것은 패권적 위상이 추락하는 것에 대한 한탄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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