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노조 투쟁으로 28년 만에 ‘공짜노동’을 없앴다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07/01 [13:03]

택배 노조 투쟁으로 28년 만에 ‘공짜노동’을 없앴다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1/07/01 [13:03]

▲ 지난 6월 15~16일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1박2일 노숙투쟁을 벌인 택배노동자들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택배. 

 

특히 코로나19시대에는 택배의 물량이 급속히 늘었다. 물량이 늘어난 만큼 택배노동자들의 업무는 폭증했다. 

 

지난해 16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도한 업무로 사망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택배기사 1인당 처리 물량이 월평균 5,165건에 달했다. 

 

▲2017년 일평균 214건, 월평균 4,325건 ▲2018년 일평균 234건, 월평균 4,736건 ▲2019년 일평균 242건, 월평균 4,898건 등으로 해마다 폭증하고 있다. 

 

택배 노동자들은 물건을 배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분류작업도 하고 있다.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분류작업은 ‘공짜노동’이라고 부른다. 분류작업은 택배노동자 전체업무의 40%를 차지한다. 

 

소비자가 물건을 주문하면, 회사는 물건을 발주한다. 물건이 발주된 순간부터-중간집화-운송-배달, 이 전체과정에 택배노동자의 노동이 들어가는 것이다. 

 

▲ 분류작업과 택배노동자 [사진출처-전국택배노동조합 페이스북]  

 

택배노동자들의 과도한 업무가 알려지면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만들어져 논의에 들어갔다. 

 

합의기구에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정부(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공정거래위원회·우정사업본부),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 택배사업자(CJ대한통운·롯데·한진·로젠), 대리점연합회, 소비자단체, 화주단체가 참여했다.

 

합의기구는 올해 1월 21일 ‘1차 합의’를 했다. 

 

1차 합의에는 ▲택배 분류작업 명확화 ▲택배기사의 작업범위 및 분류전담인력의 투입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을 수행하는 경우의 수수료 ▲택배기사의 적정 작업조건 ▲택배비·택배요금 거래구조 개선 ▲설 명절 성수기 특별대책 마련 ▲표준계약서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분류 전담인력 투입 규모와 시기, 분류 인력 투입비용 분담에 대한 세부 사항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택배노조는 분류 작업을 택배사가 책임지라고 요구했지만, 택배사들은 ‘1년 유예’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택배 노동조합은 “과로사 방지대책 적용 시점을 1년 유예해달라는 주장은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 위험에 방치하겠다는 것”이라며 택배사를 비판했다. 

 

6월 8일까지 1차 합의를 구체화하기 위한 논의가 계속되었으나 합의는 불발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2021년 상반기에만 최소 5명의 택배 노동자들이 사망했다.

 

지난 6월 9일 택배 노동조합은 조합원 5,310명 중 4,901명이 찬성해 파업에 돌입했다. 택배 노동조합은 “택배사들은 ‘공짜 노동’인 분류 작업을 책임지고 과로사 방지 대책을 즉각 이행하라”라고 촉구했다.

 

그리고 파업에 들어간 택배 노동자들은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가 열리는 날인 6월 15~16일 여의도광장에 모였다. 약 4,000여 명의 택배 노동자가 1박 2일 투쟁을 하며 최소한의 쉴 시간이라도 줄 것을 요구했다.  

 

4,000여 명의 택배 노동자들이 모인 것은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택배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지난 6월 22일 최종합의를 이뤄 택배노동자들이 28년 만에 ‘공짜노동’에서 해방되었다. 

 

합의문에는 연내 택배노동자를 분류작업에서 제외하기 위한 방안이 담겼다. 택배 3사는 올해 9월1일부터 1천 명의 분류작업을 수행하는 전담인력을 투입한다. 로젠택배는 사업구조의 특수성을 고려해 노사가 별도 방안을 협의해 9월1일부터 시행한다.

 

그리고 노동시간 단축 내용도 포함되었다. 주당 70시간 안팎으로 알려진 택배노동자 노동시간은 주 60시간을 넘지 않도록 했다. 

 

또한 그 외 표준계약서 작성 및 고용보험, 산재보험에 대한 지원 및 건강검진 실시 등 노동기본권에서도 진전을 이루었다.

 

이는 과로사를 막고자 했던 국민들의 염원과 단결된 노동자들의 힘이 모여 만들어낸 쾌거라 할 수 있다. 

노동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