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노조의 타협없는 단결된 투쟁으로 만든 성과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07/09 [14:32]

택배 노조의 타협없는 단결된 투쟁으로 만든 성과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1/07/09 [14:32]

▲ 지난 6월 15~16일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1박2일 노숙투쟁을 벌인 택배노동자들     

 

“모든 노동은 사회적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정치인·재벌·대기업·건물주 등등 기득권이 아닌 대부분의 국민은 모두 노동자이다. 악조건 속에서 자신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며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많은 관심과 응원 바란다.”

 

이중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 공동위원장은 본지와의 서면 대담에서 이렇게 밝혔다. 

 

지난 6월 22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는 ‘▲2022년부터 택배 기사 분류업무 전면 배제 ▲분류인력 3,000명 추가 투입 ▲분류 배제 시점까지 별도 수수료 지급 ▲기사 최대 작업 시간 일 12시간, 주 60시간 제한’ 등의 내용을 최종합의했다.

 

택배 노동자들은 지난해부터 줄기찬 투쟁을 벌였고 택배 노동자들의 과도한 업무로 인한 과로사를 막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 돼 최종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그런데 최종합의 발표 전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바로 ‘우정사업본부 우체국 소포 위탁배달원(우체국 택배)의 분류 작업 제외’였다.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은 하루에 분류 작업을 약 2,000여 개를 하고 있다. 실제 배송업무 물량보다 10배가량 많다고 한다.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이 이렇게 많은 물량을 분류하는 이유는 민간 택배사와 달리 우체국에는 분류 전담인력이 아예 투입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에게 지난해 5월부터 분류 작업비를 개당 201원씩 지급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택배 노조는 우체국과 전체 수수료에 관한 논의를 진행해 왔을 뿐 분류 작업비에 관해 합의를 이룬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쟁점이 있었지만 결국 우정사업본부도 민간 택배사와 동일하게 내년부터 택배 노동자들을 분류작업에서 제외하기로 합의를 이뤘다. 다만 올해까지 택배 노동자들이 한시적으로 분류작업을 맡는 데 대해 대가를 따로 지급할지는 감사원과 법률사무소 의견 등을 들어 좀 더 따져보기로 했다.

 

분류 작업이 왜 이렇게 쟁점이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이 공동위원장은 분류작업에 대해 “이미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택배 노동자의 노동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나마 배달 작업의 경우에는 단시간에 건수가 많아질수록 택배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분류 작업은 사실상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늘리면서 임금은 올리지 못 하는 말 그대로 ‘공짜 노동’이다. 특히 출근 시간을 앞당겨 이 ‘공짜 노동’을 하게 만드는 시스템은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위험을 매우 높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이 공동위원장은 이번 합의를 끌어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 이중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 공동위원장.     ©

“우정사업본부와 택배노조가 우체국 택배를 내년부터 분류작업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분류작업 제외 시점 이전까지 우체국택배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분류작업 수수료 문제는 감사원의 사전 컨설팅을 받고 그래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 법률가들의 자문을 받아 상시협의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택배 노동자들의 요구에 국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선 전례가 없다. 당연히 이 성과의 원동력은 택배 노동자들의 자주적 단결에 기초한 타협 없는 투쟁이다.”

 

그리고 이 공동위원장은 “택배 노동자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투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 위탁택배원 채용에 합의한 책임 주체인 우정사업본부와 우정노조가 오히려 민간 택배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택배 노조를 탄압하려 하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실현을 오로지 비용으로만 계산하고 이에 호응하는 비양심적인 어용노조가 택배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압박하고 있다”라면서 우정사업본부와 우정노조의 행태에 대해 문제점을 짚었다.  

 

마지막으로 이 공동위원장은 국민들에게 “우정사업본부와 정부가 노·사·정 합의를 끝까지 이행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코로나19 시대에서 택배는 국민과 더욱 밀접해진 사회적 노동이다. 특히 우체국 택배는 정부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서 공공성 강화가 필수적이다. 국가를 감시할 수 있는 권력의 유일한 주체는 국민이다. 그리고 일상 속에서 늘 고생하는 택배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번 합의로 택배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가 첫발을 뗐다고 볼 수 있다. 

 

택배 노동자들의 투쟁과 국민의 관심으로 만든 이 합의가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 이 공동위원장은 자신의 대답이 개인 의견임을 밝히며 대담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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