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의 옥중편지 "부실하고 조작된 증거자료"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07/28 [17:13]

이정훈의 옥중편지 "부실하고 조작된 증거자료"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1/07/28 [17:13]

* 지난 5월 14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이 서울구치소에서 보낸 편지를 아래에 소개한다. (편집자 주)


 

▲ 이정훈의 옥중 편지. [사진제공-이정훈 대책위]  

 

오랜 조사 기간이 끝나고 기소가 되어 공소장이 날라 왔다.

 

첫 재판이 원래 7월 14일 잡혔으나, 코로나 확산으로 8월 18일로 연기되었다. 서울구치소도 방역 4단계 조치 연장으로 수용자 접견과 운동을 4주 연속 중단할 예정으로 있다. 잠시 운동을 하며 햇빛을 좀 보나 했더니 모든 활동이 변호인 접견 외에는 중지되었다.

 

나는 정부의 코로나 방역 논리와 방식에 대해 신뢰하지 않고 있다. 세계 과학자들과 의사들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다양한 주장과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본다.

 

진실을 외면한 확진자, 백신 중심의 방역 패러다임은 결코 오래 갈 수도, 지속가능성도 없다고 본다.

 

결국 대부분의 나라가 백신에서 치료제 중심으로, 확진자 중심에서 치사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한국도 어느 순간부터 확진자가 대량으로 계속 나와도 더 이상 보도하지 않고 영국처럼 바이러스와 같이 살아갈 것이라 본다. 백신을 맞아도 대량 확진자는 계속 나올 것이다.

 

재판이 연기되면서 그동안 느껴왔던 구치소의 부적절한 교정행정에 대해 몇 가지 문제 제기와 청원을 제기하고 있다. 반인권적 시설문제, 식수 공급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내가 제일 한심하게 생각하는 것은 구치소의 군대식 ‘점검문화’이다.

 

아직도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수용자에게, ‘점검 차렷’을 시키고 정자세로 앉게 하고 방 인원 숫자를 외치게 하기도 한다. 상급 교도관이 하루에 세 번(기상, 아침, 저녁) 사동 각방을 순시하며 이것저것 ‘규율 지적’을 한다.

 

구치소는 군대가 아니며 수용자는 시민이다.

 

이러한 점검 관행은 일제 형무소와 군사정권 시절 군사문화의 교정행정 잔재이다. 수용자 인원 점검을 하면서, 불필요하게 강압적으로 수용자 규율과 교도소 위계질서를 강압적 분위기에서 잡아가는 나쁜 관행이다.

 

점검 시 수용자가 점검자의 ‘지적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교도관 명령 불복종으로 징벌 스티커를 발부하고 차후 징벌을 받을 수 있다.

 

과거에 비하면 위압적 분위기는 좀 줄었으나, 여전히 이 권위주의적 인원 점검과 함께 인원 점검과도 관련 없는 지적질은 계속되고 있다.

 

감옥관련법(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 등)들을 하나씩 찾아보니, 어디에도 이렇게 점검을 하라는 규정은 없다. 점검의 목적도 ‘인원 점검’일 뿐이다. 그렇다면 인원 점검 목적에 맞고 수용자 생활 흐름과 인권에 부합하는 점검방식을 찾아야 하는데, 아직도 이렇게 일제 강점기, 군사정권 관행을 다소 완화된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수용자들이 하루에 3번씩 순시식 위압적 점검을 받으면 정상적 생활 흐름이 깨지며, 내가 형무소의 죄인이라는 생각과 느낌이 든다.

 

내가 알기로는 구치소에서 이렇게 점검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점검 문제와 함께 몇 가지 문제를 법무부 장관 청원,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 가능한 방법을 통해 개선을 요청하고 있다. 국가 인권위와 법무부의 대응을 지켜보고 있다.

 

오늘 중심적으로 하려는 얘기는 공소장과 국정원이 제출한 부실하고 조작된 증거자료에 관한 것이다. 지난주에 국정원이 만들고 검찰이 제출한 ‘증거기록’을 처음으로 받아보았다. 책 40여 권 분량으로 상당히 많은 분량이다.

 

쭉 증거자료를 훑어보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심각해야 하는데 웃음부터 나왔다. 그 논리적 비약과 증거의 조악함에 분노해야 하는데 허탈한 웃음부터 나왔다. 나는 그래도 시대가 많이 바뀌었는데 국정원이 좀 제대로 ‘1차 수사’를 할 줄 알았다.

 

그래서 느끼는 것이 또 있다. 국가보안법이 있는 이상 공안기관의 무리수와 짜 맞추기 수사는 변할 수 없다는 진실이다. 국정원이 지난 3년간 기본수사를 했기에 검찰도 그것에 기초해서 공소장을 작성했다.

 

내가 지난 40여 일 조사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했으나 국정원, 경찰, 검찰의 질문내용은 전부 관심 있게 듣고 기억하고 있다. 질문을 들으면서 나는 저런 황당한 질문과 자료는 도대체 어디에 근거해서 나오는가 매우 궁금했었다.

 

나도 금시초문인 알 수 없는 표현과 이야기를 내가 한 것으로 알고 질문을 해왔기 때문이다. ‘증거자료’들을 하나씩 보며 이제야 왜 그런 황당하고 근거 없는 질문들이 나왔는가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증거기록을 보면 국정원이 처음부터 나를 수사한 것이 아니라, 고니시라고 하는 (지금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을 추적하다가, 그가 나를 만나는 것을 발견하면서 수사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때부터 국정원은 ‘간첩단 사건’이라는 큰 그림을 예상하고 그리면서, 나를 전면적으로 밀착 감시, 도청하면서 지난 3년간 추적 수사를 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렇게 밀착 전면 수사를 했는데도 고대하던 간첩행위와 실제 그를 증명할 내용들이 없었다. 간첩 활동을 열심히 해야 하는데 모임 내용들은 지하활동이 아니라 정세토론과 공개 단체 활동 내용이 전부이고, 국정원이 내가 북과 통신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 내용이 없으며 부실하기 짝이 없다.

 

체포와 압수수색을 통해 무언가 증거를 찾으려 했으나, 그들이 고대하던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했다. 추가 증거가 없는 것이 아니라, 국정원이 고대하던 그런 활동 실체가 원래 없었기 때문에 그런 증거는 없을 수밖에 없었다.

 

국정원은 아직도 왜 자신들이 생각하는 큰 예상 그림대로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의아해할 것이다.

 

그것은 간단하다. 그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고니시라는 사람과 나는 본질적으로 공소장과 다른 내용의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재판이 열리면 자세히 진술할 것이다.

 

다음은 공소장의 주요 증거이자 근거가 된 ‘도청기록’들에 대해서 얘기해 보려 한다. 국정원도 3년간 나를 추적하며 집 인터넷, 전화, 컴퓨터의 패킷 감청은 물론, 전화도청, 전화 위치추적까지 입체적으로 진행했다. 3년이 아니라 내가 2009년 출소한 이후 모든 통신기록을 모두 추적 조회했다. 그런데 이것은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이미 이명박, 박근혜 정권부터 친절하게도 나를 도·감청한다는 기록들을 우편으로 몇 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보내주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렇지 않으면 이상하다 여겼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중요한 컴퓨터 작업은 밖에서 하며 중요한 토론은 평소에도 핸드폰을 끄고 한다. 이러한 습관은 나뿐 아니라 약간의 중요한 대화나 보안이 필요한 진보진영 활동가들의 일반적 습관에 가깝다.

 

많은 도청기록이 있는데 대부분 내 주변 동지들과 활동가들의 정세토론, 공개단체 활동 기획 모임 등을 도청한 것들로 나는 오히려 그러한 증거가 무슨 지하활동의 증거가 아니라 정상적 단체 활동의 증거가 된다고 보고 있다. 지하활동을 4~5명이 함께 모여서 정기적으로 ‘토즈’와 같은 토론방, 대학교 공개토론방 등에서 하는 지하조직도 있는가?

 

도청을 하려면 제대로 하든지, 중요한 도청자료 기록을 확인하니,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문장이 성립이 안 된다. 거의가 비문이며, 토막말, 추측어로 범벅이 되어 내가 얘기했다는 도청기록을 내가 읽어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말을 제3자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싶다. ‘관심법’에 능통한 국정원이 그 문장들을 연결해 해석까지 했는데, 재주가 용하다고 할 수 밖에 다른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청취가 불가능하면 빈칸으로 놔두든지 해야지, 왜 창작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나는 내가 하지 않은 말을 정확히 기억하며, 또 국정원이 부실하기 짝이 없는 도청기록에 무엇을 인위적으로 첨가하여 창작했는지도 파악했다.

 

국정원은 분명히 도청기록 조작은 없으며, 만약 있더라도 그것은 도청 청취를 잘못한 오류라고 발뺌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도청기록 실수나 오류가 아니다. 의도적으로 끼워 넣은 단어와 표현들이다. 평소 이런 조작을 밥 먹듯 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너무 증거가 없어서 그런 것인지 알 길이 없으나, 나는 재판정에서 이러한 조작 증거의 내용을 밝힐 것이다.

 

3년을 수사했어도 사건이 예상과 전혀 다르거나 수사내용이 부실하면 기소를 하면 안 된다. 국민들의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에 맞추어 들고 있던 부실한 수사내용의 건들을 창고 대방출하듯 하며,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과 통일운동을 탄압해서는 안 된다.

 

나는 나의 무죄를 넘어, 공안기관의 증거조작과 부당한 기소 관행을 근절시키려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21. 7. 25.

서울구치소에서.

 

 

서울 구치소 피자 운동장

 

서울 구치소에는 피자판 같은 운동장이 있다.

피자 중앙에 2층 감시탑이 있고,

16개 피자쪼가리가 동그랗게 펼쳐져 있다.

거기 한 사람씩 건포도처럼 박혀서 운동을 한다.

 

십오년만에 다시 선 14번 피자쪼가리 운동방.

기억에 이 자리는 멀리 관악산 봉우리가 보였었다.

힘껏 높이 뛰어보았다.

멀리 관악산 봉우리가 순간 보였다 사라진다.

그 사이 없던 빌딩들이 생겨 연주대 봉우리를 가린다.

 

십오년전에 저 山을 보고 아버지가 생각났었다.

열일곱때 아버지와 같이 올랐던 저 봉우리.

그 사이 자식 걱정만 하시던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구순이 넘어 요양원에 계신다.

이제는 아들 소식을 알지도 못하실게다.

 

평생 효(孝)와 담쌓은 모진 아들이

왜 여기서 당신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

 

2층 감시탑 지붕, 비둘기 한 마리가

무심히 푸드득 하늘로 날아간다

 

 

위계질서

 

감옥의 새벽은

구령소리로 시작된다.

점거엄~~, 차려-어엇!

 

새벽 6시 20분

각 방 점검준비~~이~

각 바~~앙 점거~~엄, 차렷!

 

일 바~앙, 하나 둘 셋…

이 바~앙, 하나 둘 셋…

삼 바~앙, 하나 둘 셋…

 

십오바~아, 점검 끝

각 바~앙 쉬어!

 

아침 8시 20분, 오후 4시 20분 하루에 세 번

나는 깬다. 나는 병졸이다. 나는 죄인이 된다.

 

일제의 잔재, 군사문화의 추억

 

위계질서의 유혹은

세월과 인권의 두꺼운 포장도 뚫고

아스팔트 잡초처럼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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