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가 문재인 정부에 “진정 종전과 평화를 원한다면 공격형 무기도입과 군비증강부터 당장 멈춰야 한다”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는 8일 오후 1시 국회 정문 앞에서 ‘군비증강 중단, 국방예산 삭감 촉구 각계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 평화와 군비증강은 양립할 수 없다”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기자회견은 안지중 6.15남측위 공동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시민사회 각계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이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70년 넘게 지속한 전쟁과 분단체제는 국방예산을 성역화하고 민주적 통제를 어렵게 했다. 한반도의 종전과 평화를 원한다면 국회가 예산심의권을 제대로 발휘하여 평화와 주권실현을 가로막는 예산은 과감히 삭감하고, ‘평화지향 예산’을 정착시켜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회의 결단과 노력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김은형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각계 발언에서 “2022년 정부예산안 중 55조 2천억 원이 국방예산으로 잡혔다. 재난의 시기에 대북 적대정책에 혈안이 된 정권이 촛불정권이라 할 수 있는가. 불평등과 양극화가 만연한 나라에서 민생 실현보다 평화 위협에 더 많은 예산을 쓰는 것은 있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허권 한국노총 통일위원장도 “정부는 허구의 종전선언이 아닌 군비증강 철회로 진정한 종전선언을 행동하라”면서 “미국의 입김에 따라 움직이는 나라가 아닌 우리 스스로 힘으로 운명을 개척하는 진정한 선진국다운 선진국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윤희숙 진보당 공동대표는 “북을 적대시하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선제 평화군축을 시작해서 군비경쟁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장희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은 쌍수로 환영하지만 지금껏 종전선언과 배치되는 행보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전시작전권도 갖지 못하는 나라가 제대로 평화를 운운하고 분단극복 의지를 갖출 수 있겠는가. 정부는 자주국방과 평화실현을 위해 과감하게 결단하라”라고 촉구했다.
장유진 진보대학생넷 대표는 “정부는 공격형 무기를 잔뜩 사면 정말로 전시작전권을 환수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연 1조도 되지 않는 실업급여는 줄이겠다고 하면서, 국방비는 15조나 올리겠다는 이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 정부는 판문점선언과 9.19공동선언의 약속을 지키는 방향으로 꿋꿋하게 나아가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정부는 군비증강 즉각 중단하라!”, “국회는 국방예산 삭감하라!”, “정부는 민생복지예산 확충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군비증강 중단, 국방예산 삭감 촉구 각계 기자회견문]
진정 종전을 원한다면 군비증강부터 멈춰야 합니다!
2022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정부는 2022년도 국방예산으로 55조 2,277억 원의 초대형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에 40조 원이었던 국방예산은 5년 동안 무려 36.9%가 올랐습니다. 정부는 22~26년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5년 후에는 70조 원으로 국방예산을 증액할 계획임도 밝혔습니다. 이는 5년간 315조 원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국민의 세금이 민생과 평화를 위해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국회의 엄중한 심의를 바라며 시민사회의 입장을 밝힙니다.
한반도 평화와 군비증강은 양립할 수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2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다시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10월 1일 국군의 날에는 F-35A 스텔스기, SLBM 탑재가 가능한 잠수함 등을 동원한 합동상륙훈련을 진행하고, 강력한 미사일과 3만 톤급 경항공모함 개발을 강조하며 군비증강의 확고한 의지를 밝혔습니다. 11월 1일부터 5일간에는 F-35A를 비롯한 한미 양국의 전투기 200여 대를 동원한 한미연합공중훈련도 강행하였습니다. 종전선언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다시 시작하자는 정부가 소위 ‘힘에 의한 안보’ 정책을 통해 공격형 무기도입 등 군비증강을 도모하며 북을 향한 적대정책을 계속하는 모순을 그대로 두는 한 대화는커녕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는 더욱더 위태로워집니다. 진정 종전과 평화를 원한다면 공격형 무기도입과 군비증강부터 당장 멈춰야 합니다.
대북적대 공격형 무기도입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정부 국방예산의 큰 문제는 국방비의 증가가 주로 공격형 무기도입과 대북 적대적 무기체계 구축과 맞물려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북을 향한 선제공격에 기초한 핵·WMD 대응체계 예산은 여전히 증액되고 있으며, 중장거리 탄도탄 요격 무기, 핵심 표적에 대한 원거리 정밀 타격 무기, 스텔스 전투기, 중형 잠수함, 특수작전 대형헬기 등 공격적인 무기 도입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군사적 신뢰 구축과 단계적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한 남북합의에 위배됨은 물론 유엔헌장을 위반하는 예산으로 전액 삭감해야 합니다.
연루의 위협을 가져올 군비증강을 멈춰야 합니다. 사드 정식배치는 이미 사실이 되었고, 역내 안보와는 관계없는 경항공모함 도입과 중형 잠수함 추진 등은 장거리 투사를 위한 무기라는 점에서 미국의 대중국 봉쇄에 동원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과 대만 갈등이 높아지는 상황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편승한 동맹 강화와 그에 따른 군비증강이 한반도 주민의 입장에서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를 보여줍니다. 작년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되었음에도 계속 추진되고 있는 경항모 예산을 비롯하여 과도하고 불필요한 예산은 전액 삭감되어야 하며, 그 기본 계획부터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합니다.
군비증강이 아닌 민생에 투자합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25일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우리는 이제 세계 10위 경제강국, 수출 6위 무역강국, 1인당 GDP G7 첫 추월과 함께 종합군사력 세계 6위가 되었음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공공사회복지 지출은 OECD 평균인 GDP 대비 20%에 턱없이 부족한 12% 수준으로 OECD 38개국 중 35위란 사실은 감춰져 있습니다. 숫자로 국력을 말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국민의 삶의 질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합니다. 한정된 자원은 군비가 아니라 민생과 복지, 평화와 안전을 위해 쓰여야 합니다. 평화를 위협하는 군비증강을 중단하고, 공격적 무기도입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민생예산으로 전환합시다.
진정한 자주국방은 평화지향과 남북협력에 있습니다. 한반도에서의 진정한 자주국방이란 외부의 힘이 아닌 우리 스스로 주인이 되어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그 힘은 군사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며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안보환경이 공고한 평화체제로 튼튼히 구축될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한마디로 남북대결이 아닌 남북협력이야말로 군비경쟁을 멈추고 평화로 나아가는 진정한 자주국방의 길입니다. 70년 넘게 지속된 전쟁과 분단체제는 국방예산을 성역화하고 민주적 통제를 어렵게 했습니다. 한반도의 종전과 평화를 원한다면 국회가 예산심의권을 제대로 발휘하여 평화와 주권실현을 가로막는 예산은 과감히 삭감하고, ‘평화지향 예산’을 정착시켜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회의 결단과 노력을 촉구합니다.
2021년 11월 8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군비증강 중단, 국방예산 삭감 촉구 각계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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