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4일 박근혜 사면 발표 이후 터져 나온 해외 동포들의 분노 목소리가 ‘문재인 정권 규탄, 박근혜 사면 철회’를 촉구하는 규탄, 항의 시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시간 31일 0시 박근혜 석방이 강행되자 재미동포들은 같은 날인 미국 현지 시각 30일 낮 12시 뉴욕 한국총영사관 앞, 오후 6시 로스앤젤레스 한국총영사관 앞, 오후 6시 워싱턴 디씨 평화의 소녀상 앞, 오후 6시 필라델피아 한인 밀집 지역 마트에 모여 집회와 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석자들은 ‘촛불민심 짓밟은 문재인 정권 규탄한다!’, ‘박근혜 사면 즉각 철회하라!’, ‘민생경제 파탄시킨 문재인 정권 규탄한다!’, ‘세월호 약속 외면한 문재인 정권 규탄한다!’ 등의 선전물을 들고 시위 현장에 모여들었다. 뉴욕 도심 맨해튼에서 진행된 한낮 시위에서는 북과 꽹과리를 울리어 행인들의 시선을 끌며 시위의 기세를 올리기도 했다. 해가 진 뒤 진행된 워싱턴 디씨와 로스앤젤레스, 필라델피아 시위 현장은 다시 촛불이 등장, 5년 전 박근혜 하야를 외치던 ‘해외촛불’이 재현되는 분위기 속에 분노와 규탄 열기가 뜨겁게 타올랐다.
연말연시, 코로나 재유행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사면 발표 후 불과 닷새 만에 미주지역 주요 네 도시에서 동시에 시위가 진행됐다는 것은 재미동포들의 분노와 절망감의 수위가 얼마나 높은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시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미동포들이 정치적 요구와 정권 규탄의 목소리를 담아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벌인 첫 공동 시위이기도 하다.
시위는 진보당연대 재미위원회(위원장 최관호)가 5년 전 촛불시위에 앞장섰던 재미동포 단체들과 개인들에게 공동 성명서 발표와 공동 시위를 제안해 추진됐다. 재미동포 단체들과 개인 연명인들은 공동 성명서에서 “박근혜 사면은 촛불민심의 지지를 받아 집권한 문재인 정권이 자기의 지지기반인 촛불민심을 스스로 짓밟은 최악의 자해적 정치 참사”라고 규정하고 “촛불민심을 짓밟고 민주적 사면 질서를 훼손한 박근혜 사면강행을 절대 반대하며, 무조건적이고 즉각적인 사면 철회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엄중히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공동 성명서를 통해 재미동포들은 “분노한 민심은 박근혜 사면에 대한 책임만 물을 수 없다. 촛불민심의 지지를 받아 집권한 지난 4년 반 동안 문재인 정권의 반민중적인 정치행태에 대한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라며 ▲극단적인 빈부격차와 민생파탄 ▲노동법 개악 ▲부동산 정책 실패, ▲국가보안법 철폐 요구 외면 ▲세월호 진상 규명 외면과 부실한 책임자 처벌 등을 문재인 정권의 촛불민심 무시, 반민중적인 정치행태로 지적했다.
공동 성명에는 30일 현재 6.15 공동선언 실천 엘에이위원회, 노둣돌 (Nodutdol for Korean Community Development), 미주양심수후원회, 민주노총지지 재미협의회(준), 애틀란타 사람사는 세상, 작은자공동체교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회, 재미동포전국연합회, 진보당연대 재미위원회, 진보의 벗, 평화와 통일을 여는 보스턴 공동행동, AOK(액션원코리아 Action One Korea) 등 12개 단체와 개인들이 참여했으며 계속 연명을 받고 있다.
한편 이날 시위에 앞서 24일 박근혜 사면 소식이 알려지자 해외동포들은 사회소통망(SNS)을 통해 사면 철회의 목소리를 뜨겁게 분출하기 시작했었다. 416 해외연대는 27일 해외, 한국 내 단체들의 연명 공동 성명을 발표했고, 뉴욕의 재미동포 2세 단체 노둣돌은 개별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시위, 성명의 제안 단체인 진보당연대 재미위원회와 민주노총지지 재미협의회(준)은 27일 낮 한국에서 전국민중행동,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발표한 ‘박근혜 사면 반대, 문재인 정부 규탄’ 1,006개 시민사회단체의 공동 성명과 공동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아래는 지역별 집회 모습과 공동 성명 전문이다.
뉴욕
이주연 씨(노둣돌, 진보당연대 재미위원회 회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위는 김동균 6.15뉴욕위 공동위원장의 구호 선창으로 시작해 최관호 진보당연대 재미위원회 위원장, 리준무 재미동포동부지역연합회 회장, 장문국 흥사단 뉴욕지부 대표 등이 규탄 발언을 하고 김수복 6.15뉴욕위 대표위원장이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시위에는 이란계 미국인 하미드 라프트 씨가 참석해 “나는 이 자리에 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사면을 반대하기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를 사면함으로써 촛불 민심을 파괴했다”라고 연대 발언을 해 큰 박수를 받았다.
워싱턴 디씨
30일 오후 6시 버지나아주 애넌데일의 워싱턴 디씨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10여 명의 동포가 모여 시위를 벌였다. 진보당연대 재미위원회 회원들과 워싱턴 세월호를 기억하는 들꽃, 매둘토(매월 둘째 토요일 7시 모임), 워싱턴희망나비 등 워싱턴지역 동포단체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이 참여했다.
일곱 살 김민주 군도 부모와 함께 “박그네 사면한 문재인 정권 규탄한다”라는 선전물을 들어 눈길을 끌었다. 김민주 군의 아버지인 김상섭 씨(진보당연대 재미위원회 회원)는 “5년 전 박근혜 탄핵 당시 아들 민주를 업고 촛불시위에 참가했었다”라며 “분노를 감출 수 없다. 이래서 보수 양당 체제를 넘어서서 진보운동을 일으키고 진보정당이 성장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앞다투어 규탄 발언에 나서 “버지니아 동포 밀집 지역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이런 시위를 할 줄 몰랐다”, “참으로 허탈하다. 제대로 된 진보운동이 나설 때가 됐다”라고 말했다.
필라델피아
연말 장보기에 나선 많은 동포가 시위 현장을 관심있게 지켜보았고 “시원하다”라며 박수를 치는 동포도 있었다.
로스앤젤레스
김미라 6.15엘에위원회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위는 투쟁 구호 외침과 함께 동포 청년 데이빗 윤 씨, 김시환 미주양심수후원회장, 김창옥 AOK 대표 등의 규탄 발언과 김진섭 6.15엘에이위원회 지역위 부위원장의 공동 성명 낭독이 이어졌다.
이유진 씨는 “문재인 대통령, 나에게도 한때는 당신을 달님으로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라고 시작해 “당신이 사랑하는 내 나라의 대통령이어서 바다 건너에서도 부끄럽다. 당신을 5년 전 지지했던 어리석음을 탓하며 당신에게 사기당한 재외 국민”으로 끝을 맺는 자작시를 낭독, 시위장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했다.
코로나19 재유행과 비가 내리는 악천후까지 겹쳤지만 참가자들은 5년 전 박근혜 하야 시위를 이끌었던 ‘나성(로스앤젤레스)촛불’이 다시 모였다는 기세로 “문재인 정권 규탄, 박근혜 사면 철회” 구호를 힘차게 외치며 시위를 마쳤다.
[공동성명] 촛불민심 짓밟은 문재인 정권 규탄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사면을 강행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재미동포들의 심경은 경악과 분노로 들끓었다. 실로 참담하다.
세상이 다 아는 것처럼, 박근혜는 국정농단과 헌정질서유린이라는 전대미문의 반민주 악정으로 촛불민심의 심판을 받고 탄핵을 당한 범법자이다. 또한 박근혜는 군대를 동원하여 1700만 촛불민심을 폭력으로 짓밟으려고 위수령을 비밀리에 검토한 내란음모죄로 추가처벌을 받았어야 할 범법자이다. 그리고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를 방치하여 304명의 생명을 죽음의 바다에 몰아넣은 범법자이다.
그런 범법자는 천추만대에 규탄을 받아 마땅하거늘, 문재인 대통령은 그의 죄악을 제멋대로 용서해준 특별사면을 강행했으니, 어찌 분개할 일이 아닌가!
박근혜 사면은 촛불민심의 지지를 받아 집권한 문재인 정권이 자기의 지지기반인 촛불민심을 스스로 짓밟은 최악의 자해적 정치참사이다. 우리 재미동포들은 촛불민심을 짓밟고 민주적 사면질서를 훼손한 박근혜 사면강행을 절대 반대하며, 무조건적이고 즉각적인 사면철회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엄중히 요구한다.
분노한 민심은 박근혜 사면에 대한 책임만 물을 수 없다. 촛불민심의 지지를 받아 집권한 지난 4년 반 동안 문재인 정권의 반민중적인 정치행태에 대한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
첫째, 문재인 정권은 극단적인 빈부격차와 민생파탄을 불러와 800만 비정규직 노동자, 420만 소상공인, 400만 미취업자를 절망과 불행과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둘째, 문재인 정권은 노동악법을 개정하기는커녕 개악하여 사회적 불평등을 한계상황에 빠뜨리고 2,100만 노동자를 절망과 불행과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셋째, 문재인 정권은 부동산정책을 완전한 실패로 마감하고, 국민의 주거권 상실을 방치해 920만 무주택가구를 절망과 불행과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넷째, 문재인 정권은 지난 73년 동안 민주주의를 압살해온 ‘국가보안법’을 철폐할 수 있는 국회 의석수를 확보해놓고도 그 악법을 고의적으로 철폐하지 않고 민주국민의 악법철폐 요구를 외면해왔다.
다섯째, 문재인 정권은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외면하고 범법자들을 부실하게 처벌하고 넘어가 세월호 유가족들을 절망과 불행과 고통에 몰아넣었다.
우리 재미동포들은 지난 4년 반 동안 문재인 정권이 보여준 이와 같은 반민중적인 정치행태에 분노하며, 촛불민심의 이름으로 문재인 정권을 규탄한다.
우리 재미동포들은 촛불민심을 짓밟은 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사면강행을 절대 반대하며, 무조건적이고 즉각적인 사면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
2021년 12월 30일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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