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청정지역이라 불리던 북에 확진자가 나타나고 발열 등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급격히 확산됨에 따라 북 당국이 주민들에게 권고한 대처법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 중 인상적인 것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금은화를 한 번에 3~4g씩 또는 버드나무 잎을 한 번에 4~5g씩 더운물에 우려 하루 3번 먹는다.”
“안궁우황환을 한 번에 1~2알씩 더운물에 타서 3~5일간 먹거나 삼향우황청심환을 한 번에 한 알씩 하루 2~3번 더운물에 타서 먹는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 등 반북언론이나 북에 대한 우월의식이 뿌리 깊이 박혀있는 우리 사회 일각에선 ‘석기시대냐?’ ‘핵은 만들면서 약은 안 만들고 뭐 했냐?’는 식의 비아냥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종편 방송이 황금시간대에 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그 내용이 주로 건강식품에 대한 과대광고 수준인 것을 돌아보면 낯 뜨거운 반응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금은화나 버드나무 차를 마시는 것은 미개한 것이고 아스피린이나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은 개화한 것인가?
북의 병원에서는 양‧한방 협진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저도 남북이 함께했던 ‘광복 60돌 기념 평양 관광’ 중에 산통이 와 보름간 머물렀던 평양산원에서 북녘의 의료제도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입원실 회진에는 현대의학 전문의와 한방(고려의학) 전문의가 모두 함께하셨습니다. 북의 병원에서 처방받은 가글액(함수액)이나 위경련 진통제 등은 한방약재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야 양방의료인과 한의학자, 혹은 의사와 약사들 간 감정대립과 법안을 둘러싼 집단행동이 빈번한 까닭에 협진은 의료계 아웃사이더들이나 시도하는 별난 행위 같지만, 북에서는 그게 그렇게 신기한 풍경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 땅에서 나는 모든 식물의 약성을 찾아내고 이용하기 위해 숱한 의학도며 연구자들이 개마고원이며 금강산 등 깊은 산 거친 골을 헤매다녔다는 이야기도 여러 차례 들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 진단과 관련해 북에서는 확진자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증상이 있는 모두를 파악해서 관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열자(열이 나는 사람)들은 일단 모두 파악 격리 치료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가가호호 담당 의료인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통계는 우리 짐작보다 매우 빠르고 정확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북 사회의 현황을 거의 모르는 우리 사회에선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북이 내놓은 처방은 우리 언론들이 대놓고 비웃을 정도로 무모하고 효과가 없는 것일까요?
우선 ‘금은화’, 우리에겐 ‘금은화’라는 이름보다 ‘인동초’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꽃인데 이 꽃의 항염, 소염, 진통 효과는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기관지와 폐 등 호흡기 질환에 쓰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인동초’를 몰라 가려볼 수 없다는 것이 약초로 활용하는 것에 가장 큰 결격사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금은화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버드나무 잎’은 어떨까요? 버드나무 잎은 서양에서도 고대 히포크라테스는 물론 수메르, 이집트, 아시리아 등에서도 약으로 쓰였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유서 깊은 약재입니다. 특히 해열, 진통, 항혈전 효과가 뛰어납니다. 버드나무에서 추출한 아세트살리실산은 인류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혈전 치료제이자 해열제인 아스피린의 주원료입니다. 금은화나 버드나무 잎 모두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나 백신 부작용의 주 증상인 고열, 인후통, 혈전에 적절히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안궁우황환이나 우황청심환의 경우 중국에서 이미 코로나 환자들에게 쓰이고 있고, 오늘날까지 우리나라에서도 해열, 해독, 진정 효과를 위해 흔히 쓰는 약입니다.
그 밖에도 수시로 소금물 함수(가글)나 꿀을 복용할 것을 권했는데, 이 역시 우리가 예로부터 전염병을 이겨내고,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어렵지 않게 써왔던 방법입니다. 꿀에는 환자에게 쉽게 기운을 북돋는 당분뿐 아니라 다양한 미네랄과 유익균이 있어 면역력 강화에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본디 약은 식품의 유효성분을 추출하거나 화학적으로 합성한 것이며, 효능의 그림자로 존재하는 부작용 역시 단순 식품으로뿐 아니라 약을 잘못 복용했을 시에도 따르기 마련입니다. 의료는 어렵고 먼 것, 권위 있는 사람에 의해 다뤄져야 하고 어려운 외국어로 불려야 자연스럽게 느끼는 우리의 현 상황이 혹시 이상한 것은 아닐지 돌아봐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이 쉽고 저렴하게 필요로 하는 약을 구해 쓰고, 자신과 가족, 이웃의 병을 돌볼 수 있는 세상, 의료가 멀고 어려운 제도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세상이야말로 <향약집성방>을 펴내도록 한 세종대왕의 뜻이기도 하고 <동의보감>을 엮은 허준 선생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많이 달라진 모습이지만 여전히 전통과 민족의 지혜를 이어가고 있는 남과 북의 동포들이 이번 환란을 잘 극복해 내고 곧 건강하게 얼싸안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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