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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으로 보는 북한-11조] 키잡이와 노잡이의 관계

nk투데이 | 기사입력 2022/10/21 [10:47]

[헌법으로 보는 북한-11조] 키잡이와 노잡이의 관계

nk투데이 | 입력 : 2022/10/21 [10:47]

북한 사회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교재는 북한 헌법이다. 

헌법을 분석하다보면 북한 사회의 기본 이념과 국가 정체성,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 국가 정책과 노선을 잘 알 수 있다. 

이에 nk투데이 편집부는 북한 헌법을 하나하나 파헤쳐보는 연재를 기획하였다. 

분석할 북한 헌법은 현재 한국에서 입수할 수 있는 가장 최신판인 2019년 8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에서 수정보충한 헌법을 기준으로 한다. 

또한 표기법은 한국의 맞춤법을 따르되 불가피한 경우 북한 표기를 그대로 두었다. 

북한 헌법은 통일부, 법무부, 법제처가 공동 운영하는 통일법제 데이터베이스(https://unilaw.go.kr)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제11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노동당의 영도 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

 

헌법 11조는 노동당이 국가를 영도한다는 점을 명시하였다. 

 

사회주의 국가는 원래 노동계급의 당이 국가를 영도한다. 

 

예를 들어 중국은 헌법 1조에 “중국공산당의 영도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다”라고 규정하였고, 베트남은 헌법 4조 1항에 “베트남공산당은 …중략… 국가와 사회의 영도 세력이다”라고 규정하였다. 

 

노동당이 국가를 영도한다는 것은 단순히 노동당이 집권당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먼저, 북한에는 노동당이 구체적으로 모든 국가기관을 지도하는 제도와 질서가 수립되어 있다. 

 

노동당의 구조를 보면 군대를 지도하는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있으며, 내각의 각 성을 지도할 수 있는 전문부서가 있고, 지방 기관을 지도하는 도당대표회가 있다. 

 

특히 전문부서는 내각의 부서를 지도할 수 있도록 매우 세밀히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경공업부가 내각의 경공업성을, 농업부가 내각의 농업위원회를, 문화예술부가 내각의 문화성을, 과학교육부가 내각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교육위원회 및 고등교육성을 지도하는 식이다. 

 

이는 자본주의 국가와 확연히 다르다. 

 

한국에도 당정협의회라는 게 있어 정부와 여당이 정책 조율을 하지만 말 그대로 ‘협의’를 하는 기구일 뿐 당이 정부를 일방적으로 지도하는 기구가 아니다. 

 

또한 당에 전문부서가 있어서 정부 각 부처의 구체적인 정책을 지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지도 않았다. 

 

다음으로, 노동당은 대중단체도 지도한다. 

 

북한에서 노동자 단체인 조선직업총동맹, 농민 단체인 조선농업근로자동맹, 청년 단체인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여성 단체인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등 대중단체는 한국에서처럼 임의로 만든 단체가 아니라 노동당이 사회의 각 계급계층을 묶어 만든 단체로 준 국가기구나 다름없다. 

 

노동당의 전문부서 가운데는 근로단체부가 있어 이들 대중단체를 지도한다. 

 

또한, 노동당은 말단 기업소, 협동농장까지 지도한다. 

 

기업소, 협동농장마다 당비서가 있어서 기업소, 협동농장을 지도하는데 그 형태는 단순히 기업소 지배인이나 협동농장 관리위원장을 지도하는 것을 넘어 기업소, 협동농장에 속한 모든 기구, 단체와 성원들을 책임지고 지도한다. 

 

그렇다면 노동당은 무엇을 지도하는 것일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1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6돌 기념강연회 연설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발전기에 맞게 당사업을 더욱 개선강화하자」에서 “행정경제사업에 대한 당적 지도에서는 정치적 지도, 정책적 지도의 원칙을 확고하고 일관하게 견지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하였다. 

 

노동당의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와 관련한 해설 기사를 2021년 10월 29일, 11월 3일 이틀에 걸쳐 「행정경제사업에 대한 당적지도의 원칙」이란 제목으로 내보냈다. 

 

기사는 “모든 당 조직들은 해당 부문, 단위들의 사업이 당의 사상과 의도, 당 정책적 요구에 맞게 진행되도록 장악하고 통제하며 제때에 필요한 대책들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하였다. 

 

즉, 노동당의 지도는 ‘당의 사상과 의도, 정책’에 맞게 사업이 진행되도록 ‘장악, 통제, 대책 수립’을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기사는 당적 지도의 본질은 ‘정치적 지도’라고 하면서 ▲명령하고 지시하는 방법 ▲행정일꾼을 제쳐놓고 그들의 사업을 도맡아 하는 방법은 잘못된 방법이며 “당 조직을 움직이고 정치사업을 앞세워 광범한 대중의 혁명적 열의와 창발성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으로 지도해야 한다고 해설했다,

 

또한 기사는 당적 지도의 주된 내용이 ‘정책적 지도’라고 하면서 “당과 행정과의 관계는 비유해 말하면 배에서 키를 잡은 사람과 노를 젓는 사람과의 관계와 같다”라고 설명했다. 

 

즉, 노동당의 지도는 행정일꾼이 당 정책에 맞게 사업하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며 실제 그 사업을 집행하는 것은 행정일꾼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영자는 이윤을 많이 내는 방향으로 기업을 경영하지만, 북한에서 기업소 지배인은 당 정책에 맞게 기업소를 경영한다. 

 

노동당은 기업소가 당 정책에 맞게 운영되도록 일상적으로 기업소 현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운다. 

 

북한은 노동당의 국가 영도를 위한 과제로 모든 국가 기관과 일꾼이 당 정책을 관철하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중요하고 원칙적인 모든 문제를 빠짐없이 당 위원회에 보고하고 창발적 의견을 충분히 제기하며 당 위원회에서 토의, 결정된 문제들을 제때 집행해나가는 엄격한 제도와 질서를 세울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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