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15분짜리 한·미·일 정상회담을 열고 공동성명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아래 프놈펜 성명)’을 발표했다.
한·미·일 3국의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사상 처음이다.
한·미·일 3국은 프놈펜 성명에서 “전례 없는 수준의 3국 공조”를 이루었다고 자평하며 “대한민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동맹 공약”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프놈펜 성명은 ▲안보 협력 ▲지역 협력 ▲경제 협력 등 크게 3가지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첫째, 안보 영역에서 3국 정상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재확인”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엄연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임에도 마땅히 징계할 방도를 밝히지 못했으며 거꾸로 북한을 향해 “평화롭고 외교적인 해결을 위한 대화의 길은 여전히 열려”있다며 “협상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또 3국은 “(북한에서) 날아 들어오는 미사일로 야기될 위협에 대한 각국의 탐지·평가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한·미·일 3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를 통합하겠다는 말이다.
현재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을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능력이 한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최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에 관한 정보도 우리 합참에 비해 일본 방위성의 발표가 더 부정확하다.
그래서 일본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통해 한국군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으려 한 것이다.
따라서 3국의 미사일 정보 공유는 기본적으로 일본을 위한 방침이다.
반면 한국은 북·중·러를 자극해 안보 불안이 커진다는 이유로 미국의 MD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해왔는데 이번 프놈펜 성명으로 무너져버렸다.
3국 MD 통합은 한·미·일 삼각동맹 완성에 한 발 더 나아가는 것이며, 이는 한일 군사동맹 체결과 자위대 인정,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까지도 이어지는 재앙의 시작을 의미한다.
또 3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혹하고 정당화될 수 없는 침략전쟁에 대항하여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는 의지를 확인”하면서 러시아를 “가능한 가장 강력한 용어로 함께 규탄”하였다.
이와 함께 3국은 ‘중국’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불법적인 해양 권익 주장과 매립지역의 군사화, 강압적 활동을 통한 것을 포함하여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표현으로 남중국해에서 진행되는 중국의 행동을 규탄하였다.
또 “대만 관련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하면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하였다.
재밌는 것은 중국을 겨냥해 “3국 정상은 유엔해양법협약에 부합하여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를 포함, 법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한다고 하였는데 정작 미국은 ‘유엔해양법협약’에 가입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일 두 나라가 얼마나 미국을 맹목적으로 따르는지를 잘 보여준다.
3국이 프놈펜 성명으로 러시아와 중국을 일방적으로 규탄하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동북아 냉전 체제가 더욱 격해질 것으로 보이며 향후 한국의 입지도 대단히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14일 “한국이 미일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편입되면서 사실상의 한·미·일 삼각동맹이 공식화되고 있다”라고 평가하였다. (「윤석열 대통령, 한반도 시계를 냉전 시대로 되돌리나」, 프레시안, 2022.11.14.)
프놈펜 성명의 두 번째 항목은 3국이 아세안(동남아시아 국가 연합)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것으로 이 지역에서 3국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건 윤 대통령이 ‘푸른 태평양 동반자(PBP)’ 동참 의향을 밝혔고 미일이 이를 환영하였다는 점이다.
PBP란 바이든 정부가 올해 만든 태평양 지역 경제·안보 협력체로 현재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이 회원국이다.
사실상 미국이 중국을 포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쿼드, 오커스,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전선에 더욱 강하게 결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프놈펜 성명의 세 번째 항목은 경제 등의 분야에서 3국의 협력을 담고 있다.
3국은 “계속해서 안전하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보장하고, ‘신뢰에 기반한 데이터의 자유로운 흐름’을 증진하며, 핵심 및 신흥 기술에 대한 한·미·일 3국, 역내 및 유사입장국 간 핵심기술과 신흥기술 관련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핵심 인프라를 보호하고, 환경·사회·거버넌스 측면의 기준을 제고하기 위해 핵심광물의 회복력 있고 다양한 공급망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급망 협력을 하겠다는 것인데 3년 넘게 지속되는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풀겠다는 말은 없다.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를 그대로 두면서 3국이 무슨 공급망 협력을 하겠다는 것인지, 윤석열 정권의 호구 짓은 어디까지 갈지 의문이다.
또 3국은 “경제적 강압에 함께 대항”하겠다고 했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해서도 일언반구가 없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은 프놈펜 성명에 한국의 국익을 위한 핵심 내용은 넣지 못하고 미국, 일본의 국익에 부합하는 합의만 잔뜩 한 셈이다.
해외만 나가면 문제를 일으키는 윤 대통령이 이번에도 단 15분 만에 국익을 크게 훼손하는 공동성명에 합의하였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1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프놈펜 성명을 보고) 소름이 좀 끼쳤다”, “아주 나쁜 의미로 우리나라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라면서 “우리가 미국 편에 서서 돌격대 역할을 맡은 거다”라고 주장했다.
아래는 프놈펜 성명 전문이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