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아래 민족위)가 이종문 국가보안법 폐지 교육센터 운영위원과 대담을 나눴다. 국가보안법 2조, 7조 위헌 소송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앞둔 중요한 시기, 국가보안법의 문제와 현 상황에 대한 이종문 운영위원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조선총독부가 만든 법에 뿌리를 둔 국가보안법
국가보안법은 1948년 12월 1일 제정되었다. 이종문 운영위원은 이승만 정권이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는 ‘여순항쟁’을 진압하기 위해 일제강점기 치안유지법을 베껴 국가보안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치안유지법은 1925년 조선총독부 법률 제46호로 제정된 법으로 일제가 독립운동가를 탄압하는 데 사용한 법이다. 이종문 운영위원에 따르면 전쟁 이후 형법이 제정되었는데, 당시 초대 대법원장이었던 김병로는 형법이 제정되었으니 임시로 만들었던 국가보안법은 이제 없어도 된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승만은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을 ‘소탕’하는데 유용했던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않았고, 이후 75년 동안이나 권력자들에게 악용되었다.
사람이 가진 생각을 처벌하는 국가보안법
이종문 운영위원은 다른 법은 “사람의 잘못된 행위를 처벌하지만, 국가보안법은 사람의 말과 생각을 처벌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보안법은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어떤 의도가 있는지, 말과 생각 자체를 처벌하는 법이기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문 운영위원에 따르면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심사 중인 국가보안법 2조와 7조는 특히나 유엔 인권이사회와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여러 차례 폐지를 권고할 정도로 법적으로 문제가 많은 조항이다. 지방법원 판사들이 ‘국가보안법으로는 판결하기 어렵다, 법률적 구속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 같다’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문제가 많은 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종문 운영위원은 이적표현물 소지죄에 대해서도 “집에 성경책이 있으면 다 기독교인이라고 보는 것과 같다. 소지만 해도 처벌한다는 이런 법”은 코미디 같은 법이라고 했다.
우리는 모두 국가보안법 피해자
이종문 운영위원은 수많은 ‘간첩 사건’이 결국 시간이 흐른 뒤 다 무죄로 판결되어왔다며 국가보안법은 당사자와 가족들을 몇십 년 동안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가게 하는 악법이라고 했다. 한 보수정당이 인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인민군을 너무 미화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던 것을 언급하며, 결국 기소도 되지 못했지만 이런 일은 사람들을 위축시키고 자기검열을 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대다수 국민은 북을 동포로 생각한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에서 적이라고 규정해놓았으니까 증오하고 배제해야 하는 상황”, “나의 상상과 생각을 검열해야 하는 사회”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빨갱이라고 낙인찍히면 그 사람은 차별하거나 배제해도 되는 것처럼 여겨왔다”라며 “생존권을 주장해도 빨갱이라고 했다. 차별과 혐오, 배제를 낳는 사회 문화 자체가 국가보안법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우리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대단히 크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평화를 사랑하고 통일을 지향하는 사람들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된다”라고 말했다.
공안 통치를 선택한 윤석열 정권, 오래 못 갈 듯
대담에서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소위 ‘간첩’ 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른바 ‘민중자통전위’ 사건을 비롯한 국가보안법 사건의 배경에 대해 사회자가 질문했다. 이종문 운영위원은 가장 먼저 경기침체가 일어나는 곳이 건설 현장인데 지금 부도가 일어나고 있고 미분양 사태도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에 더 심각한 경기침체가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면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서 경기를 부양하거나 복지를 위해 써야 하는데 최근 오히려 부자들의 세금을 41조 깎아주었다며 국민의 생활고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독재정권들이 이런 때 써먹었던 수법이 공안 탄압이라고 했다. 경기침체로 인한 민심 분출을 공안 탄압으로 막고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이다. 이종문 운영위원은 앞으로 윤석열 정부가 노동자, 정부를 비판하는 정치세력,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 등에 연달아 공포감을 주고 위축시키리라 전망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공안 통치를 반대하는 공동대응기구를 시민사회 및 종교계가 함께 꾸리고 있다며, 이런 일들은 정권 말기에나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런 걸 보며 윤석열 정권이 생각보다 오래 못 가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8개월밖에 안 된 정권이 공안 탄압에 매달리는 현실을 보며 정말 부족하고 준비가 안 된 정권이며 결국 큰 저항과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가보안법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유지하려는 작전 세력들
이종문 운영위원은 국정원이 예산 확보를 위해 주로 9월 정기 국회 직전에 간첩 사건을 발표한다며 현재 이어지는 공안사건도 2월~3월 초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연관이 있다고 보았다. 특히 언론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보도하는 것을 언급하며 어떻게든 국가보안법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데 대해 우려했다. 그는 국정원은 국내 정치, 국내 활동에 개입하지 말고 해외정보원으로 역할을 바꾸고 국내 사건은 형법에 근거해 경찰이 담당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의 사건에서도 국정원이 한 사람을 5년, 7년 동안 따라다니며 사생활을 다 감시, 도청하는 등의 행태가 드러났다며 민간인 사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대담을 끝내며 이종문 운영위원은 국가보안법을 가리켜 “시대에 맞지 않는 법, 임시로나 사용되고 말았어야 하는 법, 현재 국민 수준과 맞지 않는 희대의 악법”이라며 “국가보안법이 남아있어서 우리 사회에 더 많은 차별과 혐오가 만연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폐지되어야 한다”라고 국가보안법 폐지의 절박함을 강조했다.
▼ 아래 영상에서 대담을 볼 수 있다. (47분 지점부터 대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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