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둔 지난 1월 18일 국정원은 경찰 700여 명과 소방용 사다리차까지 동원하여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엄청난 규모로 동원된 압수수색 대상은 민주노총 간부 1명의 책상이 전부였다. 하지만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국정원이 민주노총을 압수수색한 이유를 북한과 연계한 지하조직과 관련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선정적인 제목과 사진을 담은 기사를 보도하며 민주노총에 대한 색깔 칠하기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태산명동 서일필’이라 했던가? 이런 대대적인 압수수색 장면은 그저 국정원에 의해 연출된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하였다.
윤석열 정권의 이러한 색깔칠하기 쇼는 이미 두 달 전부터 시작되었다. 서울, 경남, 제주에 이르기까지 시민사회단체 및 진보정당 인사들의 집을 압수수색하며, 소위 ‘민중자주통일전위(공안 당국은 최근 자주통일민중전위라 부름)’라는 단체를 조작해 내서 이들 진보적 인사들에게 반국가단체 결성 혐의를 들씌웠다. 그리고 그 압수수색 영장이라는 것을 보수언론에 흘리며 수사의 방향을 민주노총 쪽으로 연결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보였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친일적폐청산운동과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이 북한 공작원의 지시에 의해 진행된 것처럼 기록되어 있었다. 이것을 인용한 보수언론은 마치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북한의 지령에 의해 진행된 것인 양 떠들며, 공안 탄압의 칼끝을 민주노총으로 향하게 하였다.
그 후에도 조선일보는 민주노총 압수수색에 대한 계속되는 후속보도를 통해 ‘2021년 청주간첩단’ 사건, ‘자주통일민중전위’ 사건과 같이 조작된 사건을 민주노총과 연결해 보도하였고, 그 색깔 칠하기 대상을 민주노총 산하 가맹 노동조합과 간부들까지 범위를 확대하였다. 그렇게 해서 일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위해 간부들이 만난 것까지도 북의 지령에 의한 접선인 것처럼 왜곡하며 색깔 칠하기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윤석열 정권과 보수언론은 손발을 맞춘 듯 사실관계와는 상관없이 선정적인 연출과 보도를 통해 민주노총이 마치 간첩단의 온상이나 되는 것처럼 낙인찍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은 그간 끊임없이 ‘반노동, 반노동조합’에 대한 생각과 의지를 분명히 표명해 왔다. 대통령 후보 시절의 윤석열은 민주노총의 2022년 민중총궐기에 대해 불평등을 갈아엎자면서 모인 사람들이 국가보안법 철폐,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을 외친다며 본말을 왜곡하는 이념공세를 펼쳤다. 또한 2022년 10월 초 출근길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을 통해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 맥락을 인용해서 화물연대가 불법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발언을 했었고, 급기야는 화물연대가 파업에 나서자 이에 대해 북한의 핵위협과 마찬가지라 말하며 반북 색깔론과 연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생존권을 위해 벌이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에 대해 인식하는 것이 그 어떤 국가보안법식 공안사건을 바라보는 시각과 전혀 다르지 않음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거기에 더해 지난해 12월에는 ‘노조부패’, ‘공직부패’, ‘기업부패’를 3대 부패라 지칭하며 노동조합에 대해 부패집단이라는 식의 부정적인 인식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처럼 노동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가진 윤석열 정권이다 보니, 철 지난 색깔 공세로 민주노총 때리기에 나서면 전 국민이 나서서 자신을 지지할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통해 나락으로 떨어진 정권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탄압 이후 지지율이 조금 오른 것을 보고 자신감을 얻은 듯, 연일 민주노총에 대한 공격의 수위를 높여 가는 것이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노총에 대한 색깔 칠하기를 통해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공안 통치를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이번 민주노총에 대한 공안 탄압 공세에 국가정보원이 최선두에 직접 나선 것도 그리고 음지에서 일한다는 사람들이 ‘국가정보원’이라는 글씨가 대문짝만하게 새겨진 조끼를 입고 압수수색에 나선 것도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이양과 관련돼 있어 보인다. 실제 국가정보원은 대공 수사권을 2024년 1월 경찰청에 넘기고 해외 정보수집과 분석을 위주로 임무를 수행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국정원과 경찰청 간의 대공 수사권 인수인계를 위한 협의회는 개점휴업 상태에 빠져있고, 국정원은 이틈을 타서 국내의 간첩이 엄청나게 암약하고 있는 듯이 불안을 조장하는 것이다. 짜고 친 듯이 정진석 국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대공 조직이 살아있어야 간첩 활동을 막아낼 수 있다는 발언을 하며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원상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리해 보면 윤석열 정권은 대공 수사권을 지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국정원을 이용하여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적 사회단체에 대해 철 지난 색깔 공세를 퍼붓고 이러한 공안 통치를 통해 자신들의 실정을 가려보자는 심산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윤석열 정권의 의도는 성공하기가 어렵다. 이미 전국민적인 촛불항쟁으로 성장한 국민의 노동에 대한 의식이 윤석열 정권의 유아기적인 낮은 인식을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실제 많은 국민들은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법적 정당성과 사회적 필요성에 대해 분명히 인정하고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장 몇 해 전 학교 비정규직들의 파업으로 인해 자녀들의 학교급식 제공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학교 비정규직들의 정당한 파업을 지지합니다’와 같은 가정통신문이 회자되었고,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이 파업으로 멈추게 될 때도 ‘조금 불편해도 괜찮아, 파업을 지지합니다’와 같은 대자보들이 거리에 나붙었다. 당장에 작년 6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화물연대의 파업을 지지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어느 때 보다 높았다.
이처럼 성장한 국민의 노동에 대한 의식을 무시하고 케케묵은 50년대 적 반공 논리와 빨갱이 딱지로 민주노총을 공격하는 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지난 시기 이명박도 정권이 큰 위기에 처하게 되자, 그 무슨 ‘왕재산 간첩단 사건’을 조작하고 민주노총 주요 간부를 수사 대상으로 올려서 대대적인 색깔 공세와 공안 탄압을 진행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이념공세는 대부분 무혐의로 끝났고, 거꾸로 이명박은 대통령에서 물러난 후 부정부패 혐의로 구속되어 유죄를 선고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 과연 자신할 수 있을까?
민주노총은 2023년 윤석열 정권의 공안 탄압과 노동 탄압에 맞서 투쟁할 것을 결정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노총이 탄압을 받으면 움츠러들고 내부 분열도 일어날 것이라 내심 기대를 하겠지만, 이런 헛된 기대는 일찌감치 접어두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전면적인 반윤석열 투쟁을 결의하였고, 전 국민적인 윤석열 퇴진 투쟁과 함께 결합하여 싸울 것을 천명하였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권의 민주노총에 대한 색깔론 공안 탄압은 오히려 윤석열 퇴진 촛불을 키우는 바람으로 작용하게 된 셈이다. 민주노총에 대한 윤석열 정권의 색깔 칠하기 공안 탄압의 진상이 이렇게 명명백백한 마당에, 그 어떤 ‘어거지식’ 이념공세도 성공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민주노총에 대한 공안 탄압은 윤석열 정권의 파멸을 부르며 퇴진을 앞당기게 하는 발파공이 될 것이다. 그렇게 민주노총은 반드시 윤석열 정권의 색깔 칠하기 공안 탄압을 돌파해 낼 것이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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