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회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교재는 북한 헌법이다. 헌법을 분석하다보면 북한 사회의 기본 이념과 국가 정체성,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 국가 정책과 노선을 잘 알 수 있다. 이에 nk투데이 편집부는 북한 헌법을 하나하나 파헤쳐보는 연재를 기획하였다. 분석할 북한 헌법은 현재 한국에서 입수할 수 있는 가장 최신판인 2019년 8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에서 수정보충한 헌법을 기준으로 한다. 또한 표기법은 한국의 맞춤법을 따르되 불가피한 경우 북한 표기를 그대로 두었다. 북한 헌법은 통일부, 법무부, 법제처가 공동 운영하는 통일법제 데이터베이스(https://unilaw.go.kr)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제23조 국가는 농민들의 사상의식과 기술·문화 수준을 높이고 협동적 소유에 대한 전 인민적 소유의 지도적 역할을 높이는 방향에서 두 소유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며 협동경리에 대한 지도와 관리를 개선하여 사회주의적 협동경리제도를 공고·발전시키며 협동단체에 들어있는 전체 성원들의 자원적 의사에 따라 협동단체 소유를 점차 전 인민적 소유로 전환시킨다.
헌법 제23조는 농촌에 남아있는 ‘협동적 소유’를 어떻게 관리하며 ‘전 인민적 소유’로 전환할 것인지를 다룬다.
헌법 조문을 분석해보면 ▲농민의 사상의식과 기술·문화 수준을 높이기 ▲‘협동적 소유’에 대한 ‘전 인민적 소유’의 지도적 역할을 높이는 방향에서 두 소유를 유기적으로 결합하기 ▲협동경리에 대한 지도와 관리를 개선하여 사회주의적 협동경리 제도를 공고·발전시키기 ▲협동단체에 들어있는 전체 성원들의 자원적 의사에 따라 협동단체 소유를 점차 전 인민적 소유로 전환하기 등 4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① 농민의 사상의식과 기술·문화 수준을 높이기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상당 기간은 도시와 농촌, 공업과 농업, 노동자와 농민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일단 공업에 비해 농업은 수공업적 기술과 육체노동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생산력과 기술 발전 수준이 뒤떨어진다.
또한 노동자보다 농민의 문화 수준이나 사상의식 수준도 낮다.
이런 수준 차이는 봉건 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로 넘어가면서 농촌의 희생으로 도시를 발전시키기 때문에 나타난다.
예를 들어 식량 가격이 오르면 노동자에게 필요한 생계비가 오르기 때문에 임금도 올려줘야 한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저곡가 정책을 펴는데 이는 농민의 희생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발생한 격차가 사회주의로 넘어간 뒤에 곧바로 사라지지 않고 상당 기간 남아있는 것이다.
노동자와 농민의 차이는 생산양식의 차이 때문에 나타나는 부분도 있다.
노동자는 다수가 밀집하여 협업과 분업을 한다.
이에 따라 조직성과 규율성이 높은 특징이 나타난다.
또한 최신 기계 기술을 빠르게 도입해야 하므로 새로운 문물을 빠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반면 농민은 넓은 지역에 흩어져서 소규모 단위로 일을 한다.
이에 따라 조직성, 규율성보다는 개인의 근면 성실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또 농작물이 자라는 속도가 매우 느리고 날씨에 많이 의존하다 보니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도 느리다.
예를 들어 노동자의 경우 하루에 한 대의 자전거를 만든다면 하루에 한 가지씩 새로운 기술을 시험해볼 수 있으며 실패해도 자전거 한 대의 손해로 끝난다.
반면 농민의 경우 1년 주기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1년 단위로 새로운 기술을 시험해야 하며 실패하면 1년 농사를 망치게 되므로 섣불리 새 기술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매우 신중하게 된다.
새 기술 도입에 보수적인 태도는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도 영향을 준다.
이런 요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농민의 사상의식과 기술·문화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다.
최근 북한은 쌀·옥수수 위주의 식량 작물 농업을 쌀·밀 위주로 전환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북한의 보도를 보면 농촌 현장에서는 새로운 농업 정책을 소극적으로 대하는 현상이 있었다고 한다.
2022년 11월 23일 자 노동신문 보도 「밀농사에 대한 자신심은 이렇게 생겼다」의 한 대목을 옮겨본다.
“냉습지를 밀 재배 적지로 정하는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였다. 일부 일꾼들 속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울려 나왔다. ‘밀 재배 면적을 단번에 늘리는 것은 모험이다.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냉습지에 밀을 심었다가 제대로 자랄 수 있겠는가. 만약 그러다가 밀 농사를 망치면 수매 계획은 어떻게 하겠는가.…’”
보도에 따르면 해당 농장의 김영숙 경리는 “당 정책 관철에서는 만약이란 있을 수 없다. 무조건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출발하지 못하고 만약 실패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하는 것부터 먼저 생각한다면 언제 가도 당 정책을 관철할 수 없다”라는 자세로 일꾼들을 설득하고 냉습지를 개량하도록 이끌었다고 한다.
이 일화를 통해서 농민의 특성을 볼 수 있으며 북한이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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