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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230] 무기 경쟁에서 뒤처진 미군 ①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3/03/08 [00:18]

[아침햇살230] 무기 경쟁에서 뒤처진 미군 ①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3/03/08 [00:18]

흔히 미군 하면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세계 최강의 군대를 떠올린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미군은 외계인이 쳐들어와도 싸워 이기고 지구를 지키는 천하무적으로 묘사된다. 게다가 전 세계 국방비의 절반 가까이 사용해 ‘천조국*’으로도 불리는 미국이니 그 어떤 나라도 대적할 수 없어야 당연할 것 같다. 

 

*천조국은 원래 조선 시대에 사대부들이 명나라를 하늘로 떠받들던 것을 빗대어 한국이 미국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현상을 비꼬려고 사용한 은어였다. 그러나 지금은 주로 국방예산이 한 해 천조 원에 달하는 나라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미국의 군사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은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본토를 대놓고 위협해도 유효한 군사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슬리퍼 신고 다니는 탈레반 부대에 쫓겨 무려 9조 원에 달하는 무기를 두고 야반도주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받는데도 무기만 지원하고 참전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미국의 군사력은 세계 질서의 중요한 변수다. 따라서 미국의 군사력이 실제 얼마나 약해졌는지 파악하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군사력을 파악하려면 군인과 무기 수준은 물론 작전 능력, 정치적 안정성과 경제력, 동맹관계 등 다양한 요소를 살펴봐야 한다. 여기서는 무기에 집중해서 분석한다. 

 

1. 북한과 첨단 무기 경쟁에서 밀린 미국

 

미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북한의 군사비 지출액은 최대 110억 달러라고 한다. 이는 607억 달러인 한국의 18%, 7,300억 달러인 미국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이것만 놓고 보면 북한과 미국의 무기 수준은 비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런데 현실에서 미국은 북한과 첨단 무기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최근 세계 유수의 군사 강국들이 앞다퉈 개발에 몰두하는 극초음속 미사일 사례를 보자. 

 

극초음속은 보통 음속의 5배, 즉 마하 5 이상의 속도를 말한다.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은 대부분 이 정도 속도로 날아간다. 심지어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마하 5의 속도를 내는 게 있다. 따라서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하면 단지 속도만 빠르다고 해당하는 게 아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핵심은 비행 고도다. 탄도미사일의 약점은 높이 올라가다가 상대의 레이더에 일찍 걸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탄도미사일만큼 빠르면서도 저고도로 날아가 레이더에 최대한 늦게 걸리게 하려고 개발한 것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 회색 점선은 대륙간 탄도미사일 궤적, 파란색은 극초음속 활공체 궤적, 빨간색은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궤적이다. 회색 영역은 미사일을 감지하는 레이더의 탐지 범위를 나타내는데 탄도미사일에 비해 극초음속 미사일은 훨씬 늦게 레이더에 포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 2019 Geopolitica Futures

 

또 저고도로 날아가니 정찰위성으로 감시해도 배경 산란 때문에 감지가 어렵다. 거기다 방향 조절이 가능해 요격 회피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이처럼 극초음속 미사일이 ‘방패’를 뚫을 수 있는 강력한 ‘창’이다 보니 내로라하는 군사 강국들이 기술 개발 경쟁을 하고 있다. 여러 전문가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미래 전쟁의 ‘게임체인저’가 되리라 전망한다. 

 

극초음속 미사일에도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보통 가장 먼저 개발하는 게 극초음속 활공체(HGV)다. 극초음속 활공체는 일단 미사일에 실려 우주 가까이 날아오른 다음 분리, 글라이더처럼 활강하며 목적지까지 날아간다. 이때 속도가 마하 5 이상으로 매우 빠르다. 따라서 극초음속 활공체를 개발하려면 공기저항을 이기고 이런 극초음속을 유지하는 기술, 마찰로 인해 표면온도가 2천 도까지 올라가는데 이를 견디는 기술, 활공체 주변에 발생하는 플라스마에 영향을 받지 않는 센서 기술, 극초음속 상태에서 자세와 방향을 제어하는 기술 등 매우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력이 필요하다. (황기영 외, 「극초음속 활공 비행체(HGV)의 연구개발 동향」, 『한국항공우주학회지』 제48권 제9호, 2020, 732쪽.)

 

현재 러시아, 중국은 극초음속 활공체를 실전 배치했고 미국은 아직 개발 중이다. 또 한국, 일본, 인도, 프랑스, 독일, 영국도 개발 중이다. 또 여러 나라들이 극초음속 활공체의 다음 단계인 극초음속 순항미사일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극초음속 미사일 경쟁에 북한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2021년 9월 28일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포-8형 시험발사에 성공하였다. 미사일에서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체는 약 450킬로미터 거리를 평균 고도 30킬로미터로 활공하였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중국의 극초음속 활공체 DF-ZF와 유사하게 납작한 모양임을 알 수 있다. 

 

2022년 1월 5일 북한은 두 번째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북한은 이 미사일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사진을 보면 앞서 발사한 화성포-8형과는 다른 원뿔형 활공체임을 알 수 있다. 즉, 북한은 2종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극초음속 2호’로 부르겠다. 

 

북한은 이날 시험발사 결과 120킬로미터를 측면 기동하여 700킬로미터를 날아가 표적을 명중했다고 밝혔다. 

 

6일 후인 11일 북한은 ‘극초음속 2호’ 2차 발사를 하였다. 

 

군 당국은 탄두 속도가 마하 10, 고도 60킬로미터 이내 활공, 선회 비행 등 극초음속 미사일의 특성이 모두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700킬로미터를 날아갔다고 하였다. 

 

반면 북한은 600킬로미터 밖에서 활공체가 분리되어 활공 재도약과 240킬로미터 선회비행을 거쳐 1천 킬로미터 떨어진 표적을 맞혔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군 당국은 극초음속 2호가 활공 재도약을 할 때쯤 추적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시험을 ‘최종 시험발사’라고 하여 이후 극초음속 2호의 대량 생산과 실전배치가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앞으로 한두 번 더 시험발사를 한 뒤 극초음속 미사일 실전 배치를 선언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남, 극초음속 부인하자…북, 마하10 보란듯 쐈다」, 중앙일보, 2022.1.12.) 

 

그런데 일각에서는 2021년 10월 11일 개막한 북한의 국방발전전람회에 전시된 사진을 토대로 북한이 극초음속 2호를 비공개로 두 차례나 시험 발사했다고 주장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미 4차례나 시험발사를 했다는 것이고 실전 배치도 가능할 수 있다. 그리고 예상대로 북한은 2022년 4월 25일 열병식에서 극초음속 2호를 대량 생산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 2022년 4월 25일 열병식에 등장한 극초음속 미사일.     

 

반면 미국은 일찍부터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미국은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다르파)과 공군의 팰컨(Falcon) 프로그램, 육군사령부의 ‘고등 극초음속 무기(AHW)’ 개발, 육·해군 공동 개발하는 ‘공동 극초음속 활공체(C-HGB)’, 공군의 ‘극초음속 타격 무기(HCSW)’와 ‘공중 발사 신속 대응 무기(ARRW)’ 등 여러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시도를 하였다. 

 

팰컨 프로그램으로 개발된 HTV-2는 납작한 세모꼴 활공체로 2010년 4월 22일과 2011년 8월 10일 두 차례의 비행 시험 모두 실패하였다. 비슷한 형태의 활공체인 AHW는 2011년 11월 17일 첫 비행 시험에서 3,700킬로미터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2014년 8월 25일 두 번째 비행 시험에서 발사 직후 비행 제어에 실패해 자폭시켜버렸다. 

 

원뿔형 활공체인 C-HGB는 2021년 10월 첫 실험에 나섰으나 추진체 오작동으로 아예 점검도 못 했고 2022년 6월 실험에는 중간에 이상이 생겨 실험을 완료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올해(2023년) 실전 배치하려는 목표를 2024년으로 미뤄야 했다. 

 

HCSW는 예산 문제로 중간에 중단하였고 ARRW는 2021년 3차례 시험 비행에 실패한 끝에 2022년 12월 9일에야 ARRW 최종 시제품 발사에 성공하였다. 

 

이처럼 북한은 2022년 1월에 극초음속 미사일 최종 시험을 끝내고 대량 생산에 들어간 반면 미국은 2022년 12월에야 처음으로 시험에 성공하였다. 시험을 반복해 안정성, 신뢰성을 확보한 뒤 대량 생산을 해서 실전 배치하려면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이다. 극초음속 미사일 경쟁에서 미국이 북한에 밀렸다. 

 

극초음속 미사일 말고 차량 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도 미국은 개발을 중도 포기했으나 북한은 오래전에 완성하였다. 또 북한은 미국에 없는 저수지 발사 탄도미사일이나 철도 이동식 탄도미사일 같은 무기도 개발하였다. 이런 무기들은 다양한 전술 운용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북한이 몇 가지 첨단무기 개발에서 미국을 앞질렀다고 해서 전체 군사력까지 앞선다고 보는 건 무리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여전히 미국은 전반 무기 분야에서 훨씬 다양하고 성능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으며 전체 무기 비축량도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군사 과학기술 강국만이 개발할 수 있다던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한 첨단 무기 분야에서 북한이 앞선 현실은 미국의 첨단 무기 개발 분야에 심각한 허점이 있음을 말해준다. 

 

게다가 인류의 전쟁 역사를 보면 한두 가지 첨단 무기가 승패를 가르거나 전황을 뒤바꾸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원전 1680년 패권국 이집트를 무너뜨린 힉소스인의 ‘전차’, 임진왜란 때 활약한 ‘신기전기화차’와 ‘거북선’, 1898년 500명의 영국군이 1만 4천 명의 수단 무장세력을 단 40분 만에 제압하게 만든 ‘기관총’, 1차 세계대전 한복판에 등장한 영국군의 신무기 ‘MK-1 전차’ 등 신무기가 전쟁에서 결정적 변수가 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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