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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탄핵’이 북한 지령이라고? 소설을 써라”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3/03/14 [17:21]

“‘윤 탄핵’이 북한 지령이라고? 소설을 써라”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3/03/14 [17:21]

“이제는 ‘탄핵’ 이야기하면 빨갱이라고 몰고 제거하려는 개수작을 하는구나.”

 

위 댓글은 문화일보가 지난 13일 「‘尹탄핵 선동’ 北 지령문·충성맹세…민노총 관계자 압수수색서 대량 발견」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기사에 따르면 지난 1월과 2월 이뤄진 민주노총 사무실과 산하 노조 사무실, 관계자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물품에서 북한의 지령이 다수 확보됐고, 내용은 윤석열 정권 퇴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분위기를 조성하라는 것이었다.

 

문화일보는 이런 내용의 출처를 방첩 당국이라고 밝혔다.

 

문화일보 기사 이후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들은 이를 토대로 기사를 썼다. 

 

「민노총 관계자 수색해 보니...‘尹 탄핵 선동’은 북한 지령?」(채널 A), 「‘尹 퇴진이 추모다’ 北, 민노총에 시위구호까지 지령」(조선일보), 「국정원 “북한, 민주노총에 ‘尹 퇴진이 추모다’ 시위 구호 지령” 확보」(MBN)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보수언론의 기사 제목을 보면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민주노총이 윤석열 퇴진 집회를 연 것처럼 보인다. 

 

민주노총은 반윤석열 투쟁을 전개해왔으나 ‘윤석열 퇴진’을 전면에 들지 않았다. 윤석열 퇴진 투쟁을 완강히 벌인 단체는 촛불행동이다. 

 

그런데 방첩 당국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북한의 지령’과 ‘윤석열 퇴진’, ‘민주노총’을 교묘하게 결합했다. 

 

이렇게 교묘하게 결합한 의도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지난해부터 윤석열 퇴진 집회가 북한의 지령을 받아 열린 것처럼 여론을 호도해 고조되는 윤석열 퇴진 투쟁의 열기를 막기 위한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입장에서는 정권 퇴진 투쟁을 벌이는 단체인 촛불행동을 탄압할 명분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권을 반대하는 투쟁을 벌인다고 무조건 탄압하기는 어렵다. 탄압하면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가 더욱 커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지난해부터 정권으로부터 탄압을 받았다. 여기에 올해는 두 번에 걸쳐 이른바 간첩단 사건으로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가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방첩 당국은 민주노총의 간부가 북한으로부터 윤석열 퇴진 투쟁을 벌이라는 지령을 받았다고 보수언론에 흘리면 국힘당을 비롯한 수구세력이 알아서 촛불행동과 민주노총을 향한 종북몰이에 나설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지령, 윤석열 퇴진, 민주노총을 교묘하게 엮은 것이다. 

 

반년 넘게 진행된 윤석열 퇴진 투쟁의 열기는 전국적으로 더 확산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이른바 강제동원 해법안 발표로 윤석열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국민은 ‘제2의 독립운동’이라며 윤 대통령 퇴진 투쟁에 나서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이런 투쟁 분위기를 차단하고, 퇴진 투쟁을 완강히 벌여온 촛불행동을 탄압하기 위한 명분을 쌓으려고 ‘북한 지령’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의 강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올해 들어 건설노동자들을 ‘건폭’이라 말하며 탄압하고 있다. 그리고 회계 문제 등을 거론하며 탄압의 칼날을 만지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의 탄압에 굴하는 것이 아니라 반윤석열 투쟁을 더욱 완강히 전개하고 있으며, 여기에 국민은 민주노총을 응원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와 관련된 사안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 윤석열 정권의 강제동원 해법 반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등 우리 사회 전반 문제 해결을 위해 앞서서 싸우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이런 민주노총이 곱게 보일 리가 없다. 그래서 민주노총을 더 탄압하기 위해 사실까지 왜곡하며 종북몰이에 나선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이런 의도는 국힘당 주요 인사의 발언으로도 확인됐다. 

 

14일 김기현 국힘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당력을 모아 종북 간첩단과 전쟁 선포한다”라고 썼으며, 주호영 원내대표는 “방첩 당국은 종북세력 척결에 소홀함 없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민국 국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건폭에 이어 간첩노조까지, 노동 개혁은 이제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라고 주장을 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윤석열 정권의 의도를 알아챈 듯 보인다. 

 

“앞으로 윤 탄핵 나오기만 하면 북한의 지령을 받는 간첩이 되는 거야? 그런 거야? 앞으로 일본 정책에 대해 반대하면 북한도 일본 반대하니깐 또 간첩이 되는 거야?” 

 

“소설을 써라.”

 

“조작으로 정권 유지할 수 없다. 무슨 북한의 지령을 받아? 수많은 국민이 힘겹게 살고 있는데, 윤석열 퇴진만이 무너진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회복하고 우리의 삶을 지키는 유일한 길임을 온 국민이 안다. (하략)”

 

누리꾼들은 이런 댓글을 달면서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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