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윤석열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못한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가 뒤집힌 이래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압도적 차이로 앞서고 있다. 취임 한 달 반 만에 부정 평가가 앞서고 이 상태가 10개월 가까이 지속한 대통령은 역대로 없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여당은 필패하며 윤 대통령의 거취도 안심할 수 없게 된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였다. 하지만 그런 시도가 앞으로도 계속 효과를 발휘할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1일 출근길 약식 회견을 중단했다.
윤 대통령이 입만 열면 망언을 해서 지지율이 떨어지니 아예 언론 노출을 막아버린 것이다. 이뿐 아니라 대통령이 외부 일정을 가거나 해외 순방을 갈 때도 기자단을 동행하지 않고 대통령실이 보도자료를 뿌리는 식으로 최대한 언론 노출을 피했다. 덕분인지 실제로 지지율이 한 달 만에 8%가 오르는 성과도 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약점을 감추는 방식으로 지지율 하락을 막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지율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수는 없다. 몇 달이 지나자 지지율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다. 게다가 중단한 약식 회견을 또 중단할 수는 없으니 두 번, 세 번 써먹을 수 있는 방법도 아니다.
윤 대통령은 노동탄압도 하였다.
윤 대통령은 11월 24일 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에 강경 대응을 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하였다. 이런 공안탄압은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투쟁을 잘 해서 정부의 강경대응을 반대하는 여론이 더 높았다. 이후로도 건설노조,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을 반복했지만 지지율 상승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 앞으로도 간첩 조작 사건을 비롯해 계속 탄압을 이어가겠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윤 대통령이 69시간 근로제를 꺼내들면서 노동탄압이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국민의 시선으로 볼 때 지난해부터 이어진 강경한 노동탄압이 실은 69시간 강제 노동을 시키려는 음모였던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여론은 노동계에 우호적으로 흘렀다.
지난 4월 5일 치른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노총 지지후보이자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조합원이었던 강성희 전주을 국회의원 후보와 역시 민주노총·전교조 조합원이자 지지후보였던 천창수 울산광역시 교육감 후보가 모두 압승한 것도 이런 민심을 반영한다. 두 후보 모두 색깔론, 흑색선전에 시달렸지만 여론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도 노동탄압이 윤 대통령 지지율 상승에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역풍까지 부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입맛에 맞는 시원한 발언을 통해 지지율 상승을 꾀하기도 했다.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무려 15조 8,506억 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자로 벌어들인 돈만 37조 9,628억 원이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빨리 올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역대급 실적을 낸 은행들은 직원들에게 200~300% 성과급을 줬고, 희망퇴직자에게 최소 6억 원 이상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등 ‘돈잔치’를 벌였다.
이게 사회적 논란이 되자 윤 대통령은 2월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 고금리로 국민 고통이 크다”라며 “‘은행 돈 잔치’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고,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에서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여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15일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자리에서 한 번 더 금융계를 질타했다. 이 자리에서는 “지금은 민심을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한다”라며 통신업계도 때렸다. 민심을 달래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그 영향인지 2월 중순부터 2~3주 동안 지지율이 5~6% 올랐다.
하지만 이런 민심에 편승한 사이다 발언도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윤 대통령 발언 이후 실제 금융권의 변화는 없었다.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는 했지만 두 달이 다 되도록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돈잔치’를 때리는 ‘말잔치’로 끝난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전세사기, 일명 ‘빌라왕 사건’도 있다. 윤 대통령은 2월 15일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국토부와 법무부에 합동 법률지원 티에프(TF)를 만들어 이분들(빌라왕 피해자)에 법률 지원을 하고, 법원 등기명령 판단을 신속하게 받아냄으로써 전세금 반환 보증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국민의 공분이 모인 ‘빌라왕 사건’을 적극 해결하겠다며 듣기 시원한 발언을 하였다.
그러나 보름쯤 지난 3월 2일 인천에서 ‘빌라왕 사건’ 피해자 모 씨가 자살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던 모 씨는 유서에 “(전세 사기 관련) 정부 대책이 굉장히 실망스럽고 더는 버티기 힘들다”라고 남겼다. 이번에도 윤 대통령은 말잔치만 하고 실제로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말만 요란하고 실제 민생에 변화를 주는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아무리 국민이 원하는 사이다 발언을 해도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윤 대통령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지율을 올릴 수 없다.
지금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더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지층 결집에 안간힘 쓰는 중이다. 제주 4.3 추념식에 불참하고 대구를 방문한 것도 그런 차원이다. 부산 횟집 단합대회도 마찬가지다.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 답답한 상황에서 자기들끼리 모여 술이라도 마시니 긴장이 풀리고 기분이 좋아 건물 밖에 나와서도 조폭 분위기를 내며 사진이 찍히는 실수를 한 것이다.
이처럼 지지층 결집에만 매달리는 건 중도 확장을 포기한 행태다. 거기다 국힘당을 친윤 일색으로 만들어놨으니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은 필패다.
남은 기간 호재로 작용할 만한 것은 안 보이고 악재만 보인다. 시사저널이 총선을 1년 앞두고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총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국정 영역 1위는 경제로 무려 43.8%가 나왔다. (「내년 총선에서 ‘원내 제1당’은? 민주당 55.5% 국민의힘 39.1%」, 시사저널, 2023.4.7.) 그런데 당장 윤석열 정권은 공공요금부터 올려야 한다. 난방비 폭탄으로 싸늘해진 민심을 달래고 당장 4월 5일 재보궐선거도 신경 써야 하기에 공공요금 인상을 계속 보류하고 있지만 관련 공기업의 적자 누적이 심각한 상황이라 결국 언젠가는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게 언제가 됐든 제2의 난방비 사태로 이어지면서 내년 총선에 타격을 줄 것이다.
2. 윤석열은 미국이 북한을 ‘응징’해주길 기대한다
뭘 해도 안 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기대할 수 있는 마지막 결정적 한 방은 역시 ‘북풍’이다. 그런데 예전처럼 위기가 증폭된다고 해서 저절로 지지율이 오르지는 않는다. 오히려 안보 불안을 통제하지 못하는 무능 정권으로 인식돼 지지율이 떨어진다. 따라서 위기 증폭과 함께 북한을 확실하게 ‘응징’하는 압도적인 군사 행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미국만이 보여줄 수 있다.
지난 1월 31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을 만난 윤 대통령은 “실효적이고 강력한 한미 확장억제 체계”를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을 향해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틈만 나면 했다. 한 마디로 미국의 강력한 핵 전략무기를 잔뜩 보여달라는 것이다.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서 핵공격 훈련을 하고 핵잠수함이 동해에서 미사일도 팡팡 쏴 줘야 언론에도 그럴듯하게 보도되고 국민도 안심해 지지율이 오르지 않겠냐는 판단이다.
원래는 한미도 북한의 군사 행동에 적극 대응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0월 4일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하자 곧바로 한국군 현무 탄도미사일과 주한미군 에이태큼스 탄도미사일을 5발 발사했다. 이 가운데 초반에 발사한 현무 미사일 한 발이 뒤로 날아가면서 사고가 났지만 그래도 나머지 미사일을 모두 발사했다. 그만큼 대응 의지가 강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2일 북한이 울산 앞바다에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뒤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당시 북한이 11월 7일에 이 사실을 공개할 때까지 한미 당국은 전혀 모르고 있었고 북한의 공개에 관해서는 “우리 군에 포착·탐지된 것은 없다”라며 “사실과 다르다”라고 주장했다. 순항미사일을 포착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데 ‘확인해 보겠다’라고 하지 않고 무작정 ‘사실과 다르다’라고 단정한 것을 보면 당국도 허를 찔려 무척 당황한 듯하다. 만약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미는 언제든 불시에 기습 공격을 당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 다음부터 미국은 북한의 군사적 행동에 직접 대응을 하지 않고 수세적인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무인기로 서울을 훑고 지나가도 격추를 시도하지 못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 2월 20일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하면서 “적의 작전비행장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기라고 발표하자 다음날 한국 공군이 F-35A 공중급유 사진을 공개한 것도 의아하다. 언론은 이를 두고 “북한이 유사시 한국 공군기지를 무력화하더라도 F-35A가 공중급유를 통해 작전을 계속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과시”한 것으로 분석했다. (「공군, F-35A 공중급유 장면 첫 공개…북 방사포 위협에 대응」, 한겨레, 2023.2.22.) 북한이 우리 공군비행장을 공격하는 무기를 공개하면 그걸 요격하거나 선제공격으로 무력화하는 무기를 공개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공군비행장이 공격당하는 걸 기정사실로 하고 ‘비행장 없어도 공중급유하면 된다’는 식의 수세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런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자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에서 미국이 본때를 보여줄 것을 기대했다. 그래서 훈련 직전인 3월 5일 김성한 당시 국가안보실장을 미국에 보냈다. 미국을 다녀온 김 실장은 귀국 직후인 9일 기자들에게 “한국이 (대북 확장억제) 기획이나 집행, 운용성 증대 등 일련의 과정에서 보다 집행의 폭과 깊이를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 미국이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라면서 성과가 있었던 것처럼 설명하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미국은 한미연합훈련 기간에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이 온갖 전략무기를 공개하며 압도적으로 분위기를 장악했다. 아마 윤 대통령은 미국에게 실망을 넘어 배신감까지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고 또 미국을 향해 ‘날리면’ 같은 발언을 할 수는 없으니 기껏 한 일이 김 실장을 해임한 것이다. 김 실장이 미국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해서 미국이 소극적으로 움직였으니 책임을 지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더 중요하게는 미국을 향해 무언의 불만 표출을 한 것이라고 봐야겠다.
북한의 군사 행동을 우려해 최대한 몸을 사린 미국과 그런 미국에 불만을 품고 김성한 실장을 해임한 윤 대통령. 이렇게 보면 김 실장은 결국 북한이 날린 게 아닌가 싶다.
3. 윤석열은 미국 국빈방문으로 반전을 노린다
3월 한미연합훈련으로 지지율 반전의 계기를 만들려던 윤 대통령의 구상이 깨졌지만 그렇다고 윤 대통령이 포기할 리는 없다. 이번에는 4월 말 미국 국빈방문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을 것이다.
원래 미국은 외국 정상의 방문을 사적방문, 실무방문, 공식 실무방문, 국빈방문으로 등급을 나누며 이 가운데 국빈방문이 의전상 가장 높은 단계다. 바이든 정부 들어 국빈 초청은 지난해 11월 프랑스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또 한국 대통령으로는 지금까지 이승만, 박정희,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대통령 등 6명만 국빈방문을 했는데 이번에 12년 만에 다시 국빈방문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미 상하원 연설도 공식 초청받았다. 한국 대통령이 미 의회에서 연설하는 건 10년 만이다.
이처럼 미국이 윤 대통령을 환대하는 것은 일본에 퍼주기를 하면서 한일 군사협력의 발판을 마련하느라 고생했다고 치하하는 성격이 강하다. 윤 대통령은 미국이 시키는 대로 일본과 관계를 ‘개선’했으니 가서 칭찬도 받고 이를 계기로 지지율이 올라가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윤 대통령의 바람처럼 녹록치 않다.
윤 대통령은 자기가 어려울 때 미국형님이 당연히 도와줄 것이라 여길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 미국은 그럴 처지가 아니다. 자기 코가 석자라서 남을 더 약탈하면 약탈했지 도와줄 형편이 아니다. 아마 윤 대통령이 이번에 미국에 가면 온갖 환대를 다 받고 나서 산더미 같은 청구서를 받아 돌아올 것이다.
미국은 경제적으로 삼성, 현대를 이미 반도체, 자동차 시장에서 엄청나게 약탈했지만 그것으로 만족을 못하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규제완화, 민관협업 증대, 재정건전성 강화, 다양화, 자유 등의 이름으로 위장해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공기업을 민영화해야 미국 자본이 한국에서 더 먹을 거리가 생긴다. 이런 민영화에 더 속도를 내라고 요구할 수 있다.
미국이 뭘 요구하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내 재벌들이 미국에 약탈을 당할 때 그들도 독점적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이니 손해볼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미국이 약탈한 만큼 보상을 받기로 정부와 조율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로 재벌에 특혜를 주려고 시도했다. 지난해 말 윤 대통령은 재벌을 대상으로 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3%나 인하하려고 하였으나 야당의 반대로 1%밖에 인하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올해 약 9천억 원의 세수 감소 효과가 나타나며 2027년까지 14조 원 가량 세금부담이 줄어든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와 함께 69시간 근로제로 재벌의 손해를 메워주려고 한다. 정부는 일이 많을 때만 일시적으로 69시간 일하고 일이 적을 때 쉬기 때문에 전체 노동시간에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체 노동시간은 늘지 않고 최대 노동시간만 늘어난다고 해도 노동자에게는 정리해고라는 치명적인 피해가 닥칠 수 있다.
원래 기업은 일이 몰릴 때를 감안해 상시 고용하는 노동자 수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일이 몰릴 때만 임시직을 고용할 수도 있지만 숙련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원하는 생산성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최대 노동시간을 늘리면 일이 몰릴 때에도 더 적은 수의 노동자로 일을 해낼 수 있기 때문에 상시 고용해야 할 노동자 수를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윤석열 정권의 69시간 근로제는 재벌에게 정리해고를 통해 인건비를 줄일 수 있게 해주는 정책이다.
이렇게 미국의 약탈이 야기하는 폐해는 결국 노동자·서민에게 전가된다. 약탈의 먹이사슬 같은 것이다. 따라서 만약 윤 대통령이 이번에 미국에 가서 또 뭔가 청구서를 받아오면 지지율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경제뿐 아니라 안보에서도 일본과 본격적인 군사협력을 하라는 요구를 받을 수 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안정화에 이어 군수지원협정을 맺어 자위대에 무기도 지원하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번 대통령실 도청 사건으로 논란이 된 우크라이나 무기 직접 지원 요구를 받을 수도 있다. 이런 것들도 지지율 하락을 부른다.
반면 윤 대통령이 원하는 ‘북한 응징’은 아마 바이든 대통령의 입에 발린 말 정도로 그칠 것이다. 물론 강경한 반북 발언이 북한의 군사 행동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발언 수위를 조절하느라 골치 좀 아프겠다. 어쨌든 지금까지 미국이 틈만 나면 ‘확장억제를 확실히 보여주겠다’라고 공언해왔기에 바이든 대통령의 입에 발린 말로 지지율을 올리기는 힘들다.
결과적으로 이번 윤 대통령 방미는 지지율이 오르는 계기가 아니라 더 떨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렇게 가면 내년 총선은 대패한다. 앞의 시사저널 기사를 보면 당장 총선을 치른다면 민주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51.5%, 국힘당은 37.5%로 나왔다. 특히 수도권에서 격차는 20% 포인트로 나왔고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큰 차이로 민주당이 앞섰다. 만약 내년 총선에서 국힘당이 참패하면 곧바로 대통령 탄핵 정국이 시작될 수 있다. 아마 지금 윤 대통령 눈앞이 깜깜할 것이다.
4. 객관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미국에 매달리며 ‘북한 응징’으로 지지율을 단번에 뒤집는 꿈에서 깨지 못하는 이유는 객관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미국이 ‘초강대국’이고 북한은 ‘약소국’이니 당연히 미국이 북한을 ‘응징’할 수 있다고 여긴다. 또 미국이 직접 ‘응징’하지 않더라도 ‘승인’만 해주면 한국군이 나서서 북한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여길 것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 때는 문 대통령이 북한 편을 드는 바람에 미국이 자제했을 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따라서 이제 북한을 주적으로 여기는 자신이 집권했으니 미국도 마음 놓고 북한을 ‘응징’해 주리라 여길 것이다.
윤 대통령의 눈에는 세계 곳곳에서 쫓겨나는 미국도 보이지 않고, 북한의 신형 전략무기가 등장할 때마다 말을 아끼는 미국도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놀라 공항을 폐쇄하는 미국도 보이지 않고, 북한이 무력시위를 할 때마다 대화를 요청하는 미국도 보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그저 ‘초강대국’ 미국이 자기를 위해 ‘확장억제 제공’ 같은 말을 해줄 때마다 힘이 솟을 뿐이다. 이른바 ‘(미)국뽕’에 취하면 이렇게 된다.
이처럼 객관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니 미국이 북한을 ‘응징’하지 않는 이유도 찾지 못한다. 아마 우크라이나 때문에 한국에 관심을 덜 돌리고 있다고 여길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의 주의를 끌기 위해 미국에 더 매달리고, 가끔 ‘날리면’ 같은 불만 토로도 해보고, ‘독자 핵개발’ 같은 자극적인 이야기도 던진다.
더 위험한 건 윤 대통령이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사태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북한과 무력 충돌을 하는 것이다. 과거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독자적인 군사 행동을 해서 미국의 정전협상을 방해한 것처럼 윤 대통령 역시 북한과 국지전이라도 발발하면 미국이 개입해 북한을 ‘응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여길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주목되는 건 지상작전사령부(아래 지작사) 사령관 인선이다. 최전방 육군 부대를 관할하는 지작사는 북한과 무력 충돌 발생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야하는 곳이다. 현재 지작사령관은 전동진 육군 대장인데 건강이 매우 나빠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 첫 날인 3월 13일 한미연합사 장성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쓰러져 응급조치를 받았을 정도다. 특이한 건 정밀진단을 해도 병명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튼 이 일로 지작사령관 교체설이 돌았는데 한 달이 다 되도록 인선이 안 되고 있다. 언론에는 ‘이번주에 한다’, ‘다음주에 한다’는 식의 추측성 보도만 나올 뿐이다.
만약 윤 대통령이 최전방에서 뭔가 의도하는 게 있다면 자신의 구상을 단행할 사람을 지작사령관에 임명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뻔히 들여다보고 있고, 평시에도 주한미군의 통제에 따르는 국군 안에서 누가 윤 대통령의 뜻을 따라 무모한 행동을 할까 싶다. 그러니 한 달 째 인선을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객관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건 윤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적지 않은 정치인들이 정도만 다를 뿐 윤 대통령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북한은 곧 망한다’, ‘미국은 천하무적이다’ 이런 생각이 비단 국힘당 뿐만 아니라 전반 정치인 속에 자리잡고 있다. 이런 게 망국의 지름길이다. ‘(미)국뽕’의 환상에서 깨어나야 나라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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