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여 명의 시민이 “전쟁의 위기를 넘어, 적대를 멈추고 지금 평화로!”라고 외쳤다.
‘정전 70주년 한반도 평화행동’(아래 한반도 평화행동)은 22일 오후 5시 20분경 서울 역사문화박물관 인근 도로에서 ‘정전 70주년 한반도 평화대회’(아래 평화대회)를 개최했다. 평화대회 중간부터 쏟아진 굵은 장맛비는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참가자들의 열기를 더욱 높여주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와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이 올해 초 전쟁 위기 해소와 평화실현을 위해 결성한 단체가 한반도 평화행동이다. 현재 700여 개의 국내 단체와 7대 종단, 70여 개의 국제단체가 함께하고 있다.
평화대회에 앞서 참가자들은 오후 4시부터 서울시청 동쪽 광장 도로에 모여, 을지로-종로를 거쳐 행사장까지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적대를 멈추고, 지금 평화로!”, “전쟁을 끝내고 지금 평화로!”, “한미연합훈련 중단으로 대화의 문을 열자”, “한·미·일 군사협력 반대한다” 등의 구호 현수막과 평화의 물결을 상징하는 파란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
한반도 평화행동은 대회사를 통해 “한미 핵협의그룹의 발족과 함께 한미 정부는 핵 기반 동맹으로의 진화를 공식 선언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에 편승하여 핵무기에 의존하는 군사 정책을 강화하는 가운데 한·미·일 군사협력은 이제 사실상의 동맹으로 나아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분단과 전쟁 체제하에서 주권도, 민주주의도, 생존권도 제대로 실현할 수 없다”라면서 “평화를 위한 시민의 행동이 더욱 절실하다. ‘힘에 의한 평화’, ‘상대방을 말살시키고야 말겠다’라는 혐오와 적대에 맞서 함께 행동하자”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행동은 결의문을 통해 ‘▲적대를 멈추고 남북·북미관계를 개선하자 ▲한국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하자 ▲한·미·일 군사협력 중단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한반도와 아시아를 만들자’ 등을 주장했다.
정수용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위원장은 “더 많은 사람이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했고 또 민주화를 열망할 때 우리는 민주주의와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다. 더 많은 사람이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고 더 많은 사람이 한반도의 평화를 신뢰하고 확신하고 희망할 수 있다면 그것은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만들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2021년 6월 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장항습지에서 지뢰 폭발 사고로 한쪽 다리에 의족을 한 김철기 씨가 발언했다.
김 씨는 “우리는 분단국가에 살고 있었다는 것을 잊고 살았다. 단지 정전협정을 했을 뿐이지 종전선언을 못 하고 평화협정을 맺지 못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통일이 되지 않은 국가에서 부끄럽게 살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우리는 그 죄책감에서 한시도 벗어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제 오른쪽 다리를 분단의 현장에 묻겠다. 또한 분단 극복의 현장에 묻겠다. 우리나라가 통일되는, 한반도가 평화로운 날이 오도록 열심히 열심히 투쟁할 것”이라며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는 대한민국을 위해 같이 싸우는 평화의 운동가가 되겠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투쟁하겠다는 정치인들의 발언이 있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끝나자는 종전을 주장하는 세력을 반국가 세력이라고 낙인찍었다. 평화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상 이것은 전쟁 불사의 다른 말이며 이에 동조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어 “진보당은 누구보다 한반도 종전과 평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앞으로도 계속하여 국내외 모두의 힘을 모으는 데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우리는 지난 70년 동안 비록 더디었을지는 몰라도 평화를 위한 신뢰를 쌓아왔다. 평화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차이도 뛰어넘는 우리 모두의 염원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가 지켜온 헌법 정신이고 앞선 정부들의 유훈”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경고한다. 한반도 평화의 유일한 해법은 설득과 대화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현재 국회에서 제1야당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으로 평화를 향한 그 여정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약속을 하기 위해, 여기 계신 분들에게 연대의 의미를 나타내고자 당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섰다”라면서 “민주당은 평화를 위한 여정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평화대회에는 재일한국인청년동맹,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모국 방문단, 도쿄민주실천연대를 비롯한 재일동포들, ‘일본 포럼 평화·인권·환경’, ‘무장갈등 예방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등의 대표도 참석했다. 또한 국제 활동가 70여 명도 참여했다.
‘한영애 밴드’, ‘정전 70주년 합창단’은 노래 공연으로 평화대회 분위기를 한껏 달궜다.
한편, 정전 70주년에 즈음해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행동전이 국내에서는 98개 시·군·구 201곳, 해외 10개 나라 69개 도시 131곳에서 진행됐다. 애초 300곳이 목표였으나 목표를 초과한 것이다. 행동전은 집회, 거리 행진, 문화공연, 서명, 기도회, 강연회, 인증사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됐다.
한반도 평화행동은 8월 15일까지 행동전을 더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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