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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259] 미국의 반도체 산업과 세계 패권 몰락 ①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3/07/26 [08:10]

[아침햇살259] 미국의 반도체 산업과 세계 패권 몰락 ①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3/07/26 [08:10]

 

1. 흔들리는 칩4 동맹

 

지난 17일(현지 시각) 인텔, 엔비디아, 퀄컴 등 미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 경영진이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만나 대중국 반도체 수출 제한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 산업을 추가 규제하는 새로운 행정 명령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를 반대하면서 기존의 규제까지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들은 “중국에 일부 칩의 판매를 제한한 것은 대체품 수요만 더 늘어나도록 부채질하는 것”이라며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 대한 접근을 정부가 차단해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19일 아스펜안보포럼 연설에서 “현재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의 25~30%를 차지한다”라며 “칩 회사들이 중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미국에 이익이 된다”라고 주장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도 5월 2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대담에서 “중국 시장을 뺏기면 대안은 없다. 중국과 무역을 할 수 없다면 미국 기업들엔 엄청난 손해다”라고 하였다. 

 

▲ 젠슨 황(Jensen Huang).     © 엔비디아 대만

 

미국 기업은 물론 삼성, SK하이닉스, TSMC 등 한국, 대만 기업도 가입한 미국반도체산업협회 역시 17일 ‘중국을 향한 추가 수출 제한을 우려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들은 대중국 수출 제한이 미국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업계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 대해 지속해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 당시 협력 의사를 밝힌 것과 반대 행보를 보인 것이다. 

 

현재 중국은 지난해 인텔 매출의 27%, 엔비디아 매출의 21%, 퀄컴의 60%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또 중국이 지난해 구매한 미국 반도체는 무려 227조 원에 달하며 세계 시장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 제한으로 미국 반도체 회사들이 손해를 보는 동안 중국은 이익을 봤다. 중국 반도체 장비회사 베이팡화창은 올해 상반기 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최대 155.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수출 제한으로 손해를 보는 건 한국 반도체 기업도 마찬가지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넘버원 트레이딩 파트너(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을 지칭)를 셧다운(중단)시키고 다른 마켓(시장)을 확 찾아내는 대체는 되지 않는다”라며 “중국 시장을 다 잃어버리면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고 내부 혼란이 이어지기 때문에 그건 가장 조심하고 잘 관리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 무역 부문에서 중국을 대체할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국내 2위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를 계열사로 둔 SK그룹의 수장이기도 한 최 회장은 미중 갈등으로 인해 반도체 사업을 관리하는 게 너무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 SK그룹의 중국 매출 비율은 30%대나 되는데 특히 SK하이닉스가 2021년 인수한 인텔의 중국 반도체 공장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로 인해 곤란한 상황에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원래 중국 반도체 산업을 고사시켜 보겠다며 출범한 ‘칩4 동맹’도 무기력한 모습이다. 지난해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칩4 동맹에 지금은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올해 들어 칩4 동맹에 관한 기사라고는 2월 16일 칩4 동맹이 첫 본회의를 개최했다는 소식을 2월 말에야 소수 언론이 보도한 게 전부다. 

 

 

2. 세계 반도체 산업 동향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세계 반도체 산업 동향에 관해 알아야 한다. 

 

반도체 산업이란 보통 반도체를 이용해 만든 제품인 집적회로와 관련한 산업을 말한다. 원래 반도체와 집적회로는 다른 개념이지만 흔히 집적회로를 반도체라 부르기 때문에 이 글에서도 반도체로 쓰겠다. 

 

반도체는 흔히 ‘산업의 쌀’이라 불리며 오늘날 대부분의 전자기기에 핵심 부품으로 들어가는 매우 중요한 장치다. 컴퓨터, 스마트폰, 통신장비, 자동차, 가전제품 등 안 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다. 

 

▲ 컴퓨터를 열어보면 흔히 볼 수 있는 반도체. 검은색 네모 모양에 지네 발 같은 게 달린 것이 바로 집적회로(반도체)다.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뉜다. 

 

메모리 반도체란 정보를 저장하는 장치다. 흔히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양을 볼 때 ‘메모리’나 ‘램’ 용량을 따지는데 그때 ‘메모리’나 ‘램’이 바로 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인 휘발성 메모리다. 또 흔히 ‘USB 메모리’라고도 부르는 플래시 메모리는 비휘발성 메모리다. 요즘 컴퓨터에 하드디스크로 많이 사용하는 SSD도 플래시 메모리를 이용해 만든다. 

 

비메모리 반도체란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반도체로 이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중앙처리장치인 CPU다. 이 밖에도 컴퓨터나 스마트폰, 자동차, 가전제품 등에는 여러 비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간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비메모리 반도체가 70%, 메모리 반도체가 30%를 차지한다. 메모리 반도체는 소품종 대량생산을 하며 비메모리 반도체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한다.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을 알면 반도체 산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먼저 반도체를 설계해야 한다. 1990년대부터 반도체 설계만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이 등장했는데 이를 팹리스(fabless)라 부른다. 현재 반도체 설계 기술은 미국이 선두에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구조가 단순해 설계 단계가 생략된다. 

 

다음으로 설계도를 따라 반도체를 생산해야 한다. 반도체 생산 공장을 팹(fab)이라 부르며 팹을 가지고 반도체 위탁 생산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을 파운드리(foundry)라 부른다. 현재 파운드리 선두를 달리는 기업은 대만의 TSMC다. TSMC라는 이름부터 ‘대만 반도체 제조 회사’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대만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만든 공기업에서 출발한, 대만을 대표하는 기업이라 할 수 있다. TSMC는 파운드리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 뒤로 삼성 파운드리가 10~20% 정도를 차지한다. 

 

과거에는 설계와 생산을 하나의 기업이 하다가 1990년대 들어 팹리스와 파운드리로 나뉘기 시작해 지금은 이게 대세가 되었다.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반도체 생산 장비와 원료인 소재 그리고 부품이 있어야 한다. 

 

반도체 제조공정은 크게 웨이퍼 만들기 → 산화 → 포토 → 식각 → 박막 증착 → 배선 → 시험 → 패키징 등 8개의 공정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앞의 6개 공정을 전공정, 마지막 2개 공정을 후공정이라 한다. 공정마다 필요한 장비, 소재, 부품이 다르며 이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 있다. 

 

▲ 웨이퍼. 여기에 집적회로를 새긴 뒤 잘라서 플라스틱으로 감싸는 패키징 작업을 하면 우리가 흔히 보는 반도체가 된다.     

 

반도체 생산 장비는 4대 메이저 기업이 주로 생산한다. 네덜란드의 ASML은 포토 공정 특히 미세 공정을 위한 초고가 장비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이다.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는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로 박막 증착 분야 세계 1위다. 미국의 램리서치는 식각 장비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의 도쿄일렉트론은 식각, 박막 증착 분야에 특화된 기업이다. 

 

▲ ASML이 만든 반도체 장비인 TWINSCAN XT:1460K. 65나노미터 기술을 적용하였다.     © ASML

 

소재는 대부분 일본 기업이 점유율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다. 

 

후공정 가운데 패키징 시장은 대만의 ASE가 30%, 미국 앰코가 15%를 차지하는 등 절대강자가 없는 상황이다. 

 

2021년 기준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전체 반도체 시장(파운드리 제외)

나라별 점유율: 미국 54%, 한국 22%, 대만 9%, 유럽·일본 6%, 중국 4%

 

▲ 팹리스 시장

나라별 점유율: 미국 68%, 대만 21%, 중국 9%, 한국·일본 1%, 유럽 1% 미만

대표 기업: 퀄컴, 엔비디아, 브로드컴, AMD(이상 미국), 미디어텍(대만)

 

▲ 파운드리 시장

나라별 점유율: 대만 64%, 한국 18%, 중국 6%, 기타 12%

대표 기업: TSMC(대만), 삼성전자, UMC(대만), 글로벌파운드리(미국), SMIC(중국)

 

▲ 메모리 반도체 시장(2020년 기준)

나라별 점유율: 한국 57%, 미국 29%, 일본 9%, 대만 4%, 유럽·중국 1% 미만

대표 기업: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 종합 반도체(IDM) 시장

나라별 점유율: 미국 47%, 한국 33%, 유럽 9%, 일본 8%, 대만 3%, 중국 1%

대표 기업: 인텔, 마이크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산업의 특징이라고 하면 ▲미국, 한국, 대만 등 특정 나라가 세계 시장을 과점하고 있으며 ▲전체 공정을 잘게 나눠 각 공정에 특화된 나라나 기업이 있어 이들의 협력, 즉 세계 가치 사슬(GVC)이나 공급망 사슬이 중요하고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 후발주자가 따라가기 어렵고 ▲고부가가치 산업이라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3. 미국 증시 “거대 거품(super bubble)” 경고

 

2000년 닷컴 거품 붕괴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예측한 유명 투자자 제러미 그랜섬이 7월 1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미국 증시를 “거대 거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공황 직전인 1929년, 닷컴 거품이 극에 달한 1990년대 후반, 주택시장 거품이 심했던 2006년 등 지난 100년간 세 번의 거대 거품이 있었고 이번 거대 거품이 최종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 열풍이 두어 분기 정도 증시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결국 거품 붕괴를 막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증시에 대체 무슨 일이 생겼기에 이런 주장이 나오는지 살펴보자. 

 

최근 미국 증시는 반도체 업종이 강세다. 올해 들어 미국 반도체 주가를 이끄는 것은 엔비디아로 지난해 10월 120달러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올해 7월 470달러를 기록해 단 9개월 만에 무려 4배 가까이 올랐다. 미국 반도체 산업 동향을 보여주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역시 같은 기간에 2,150에서 3,750으로 1.7배나 올랐다. 나스닥 종합주가지수도 같은 기간에 10,320에서 14,350으로 1.4배 가까이 올랐다. 

 

▲ 엔비디아 1년 주가 변동 그래프.     © 구글

 

 

● 인공지능

 

미국 반도체 주식이 잘 나가는 이유는 보통 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에서 찾는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이 대거 쏟아지면서 인공지능 열풍이 불고 있으며 이에 따라 반도체 산업도 덩달아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인공지능 관련주에 거품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갈 곳을 잃은 투기 자본이 뭐든 전망이 좋다는 소문만 나면 유행처럼 쏠리는 경향이 심하다. 메릴린치 수석 경제분석가(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경제학자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인공지능에 가격 거품이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며 “이는 지난 1990년대 후반 나스닥의 닷컴 버블과 놀랍도록 유사하다”라고 경고했다. (「좋은 건 맞지만 “올라도 너무 올랐다”…거품 논란에 휩싸인 이것」, 매일경제, 2023.6.1.)

 

인공지능을 둘러싼 중국과의 대결도 치열하다. 최근 미중 기술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가 인공지능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의 인공지능 개발이 군사력으로 이어져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인공지능 개발에 필수적인 미국산 고성능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엔비디아가 중국용으로 사양을 낮춘 칩을 개발하자 저성능 반도체 수출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절대 포기하지 못한다. 인텔은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행사에서 인공지능용 반도체 가우디2를 홍보하면서 “생성형 인공지능 개발에 필요한 GPU(그래픽 처리 장치) 반도체를 중국에 제공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미국이 인공지능 개발에 많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중국도 무시할 수 없다. 

 

일본 닛케이 아시아는 올해 1월 16일 네덜란드 과학출판사 엘스비어와 함께 2012~2021년 사이 발표된 인공지능 관련 논문과 학회지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중국이 논문의 양과 질에서 모두 미국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발표한 논문 수로는 중국이 미국을 2배가량 앞질러 10년 동안 부동의 1위를 지켰고, 논문의 질을 나타내는 피인용 횟수도 2021년 기준 중국이 미국보다 70% 더 많았다. 

 

인공지능 개발에서 중요한 건 정보의 양이다. 인공지능이 얼마나 많은 학습을 하느냐가 인공지능의 성능을 결정한다. 중국은 약 14억 명에 달하는 세계 2위 인구 대국으로 대다수 국민이 인터넷과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면서 무수한 정보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인류 문명 발달에 중요한 작용을 한 문자를 보자. 중국 문자인 한자는 개수가 너무 많아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입력하기 불편하다. 그래서 중국은 일찍부터 문자 관련 인공지능을 개발해 왔다. 문자·음성 인식 기술이나 단어·문장 자동 완성 기술을 위해서는 많은 양의 정보가 필요하다. 100명의 음성과 100만 명의 음성을 각각 학습한 인공지능의 음성 인식 성능은 크게 차이 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인공지능 개발에 유리한 이유다. 

 

▲ 인공지능 기술로 순식간에 세계인의 인기를 끌어모은 틱톡.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과의 인공지능 경쟁에서 이기려면 인공지능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도체 기술은 아직 중국이 뒤쳐져 있으므로 여기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BBC 코리아는 5월 24일 자 보도 「인공지능: 중국이 AI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할까?」에서 “중국의 고급 기술 접근에 대한 미국의 통제가 중국의 AI 산업을 방해할 수 있다”라면서 “(인공지능 학습 장비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부품인) 고성능 컴퓨터 반도체는 현재 미중 갈등 심화의 불씨”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수출을 차단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인공지능 시장에서 중국을 꺾기 위해 대중국 반도체 수출을 규제하면 미국의 반도체 기업이 타격을 입는다는 점이다. 당장 인공지능 반도체의 선두 주자인 미국의 엔비디아만 해도 어떻게든 중국에 인공지능 반도체를 판매하기 위해 미국의 수출 규제를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을 철저히 차단한다면 엔비디아 주식이 급락할 수도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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