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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무기 열전 25] 최강의 재래식 무기, 항공 폭탄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3/09/07 [09:00]

[남·북·미 무기 열전 25] 최강의 재래식 무기, 항공 폭탄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3/09/07 [09:00]

폭격기 등에서 투하하는 폭탄을 항공 폭탄이라 한다. 

 

그런데 폭격기가 폭탄을 떨어뜨려 정확히 목표물을 맞히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폭탄을 목표물 바로 위에서 떨어뜨리면 관성 때문에 폭격기가 날아가는 방향으로 폭탄도 함께 날아가면서 엉뚱한 곳에 떨어진다. 

 

항공 폭탄은 폭격기의 속도, 고도, 바람의 방향, 공기저항 등의 변수에 따라 낙하 경로가 바뀐다. 

 

▲ 공기저항 때문에 실선 궤적이 아닌 점선 궤적을 그리며 떨어진다.     

 

보통 항공 폭탄의 명중률은 5% 내외라고 한다. 

 

그래서 과거 폭격기는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 거의 수직으로 급강하하면서 폭격하거나 목표지점 인근에 대량의 폭탄을 쏟아붓는 융단 폭격을 하였다. 

 

▲ 1942년 급강하 폭격기 더글러스 SBD 돈틀리스가 폭탄을 투하하는 장면. 날개 뒤에 구멍이 숭숭 뚫린 특이한 장치는 급강하할 때 속도를 줄이기 위해 공기저항을 키우는 제동장치다. 급강하할 때 속도를 너무 높이면 다시 상승하지 못하고 그대로 추락해 버린다. [출처: 미 해군]     

 

▲ 북베트남 지역을 융단폭격하는 미 공군의 B-52F 폭격기. [출처: 미 공군]     

 

항공 폭탄의 명중률이 형편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폭격기들이 사용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무시무시한 파괴력 때문이다. 

 

핵무기를 제외하면 가장 강력한 폭발력을 내는 무기가 바로 항공 폭탄이다. 

 

항공 폭탄의 폭발력을 상징하는 단어로 ‘블록버스터’가 있다. 

 

영국에서 개발한 항공 폭탄 ‘블록버스터’는 다른 항공 폭탄보다 훨씬 크고 화약의 비중도 높았으며 도시의 한 개 블록을 폭파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훗날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만들거나 크게 흥행한 영화를 블록버스터라 불렀다. 

 

현존하는 최강의 항공 폭탄은 러시아의 열압력탄인 ATBIP, 일명 ‘폭탄의 아버지’로 폭발력이 무려 TNT 44톤에 달한다. 

 

참고로 열압력탄은 화약 대신 가연성 물질을 미세한 분말 형태로 뿌린 뒤 불을 붙이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폭탄이다. 

 

먼지가 가득한 곳에 불을 붙이면 순식간에 산소를 태우면서 폭발하는 분진폭발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이 폭탄이 터지면 주변 산소를 태워 버리기 때문에 진공폭탄이라고도 한다. 

 

화약은 자체에 산소를 포함한 화학물질이지만 열압력탄은 주변 산소를 이용하기 때문에 일반 폭탄보다 더 가볍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폭탄의 아버지’(7.8톤)가 일반 화약을 사용하는 ‘폭탄의 어머니’(9.8톤)보다 더 가벼우면서도 폭발력은 강하다. 

 

열압력탄은 주로 건물이나 벙커 같은 밀폐된 곳에서 사용하기 적합하다. 

 

‘폭탄의 아버지’ 다음으로 강력한 항공 폭탄은 미국의 모압(GBU-43/B MOAB), 일명 ‘폭탄의 어머니’로 폭발력이 TNT 11톤에 달한다. 

 

▲ 모압. [출처: 미 국방부]     

 

항공 폭탄은 기폭장치를 제외하면 대부분을 폭약으로 채울 수 있고 구조도 단순해 저가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또 비행기가 싣고 뜰 수만 있으면 얼마든지 무겁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엄청난 폭발력을 낼 수 있다. 

 

미군은 지금도 베트남 전쟁에서 사용한 항공 폭탄 마크(Mk)-80 시리즈를 사용한다. 

 

이 폭탄들은 전체 무게의 30~50%가 폭약으로 채워져 있으며 꼬리의 날개 부분은 작전에 필요한 부품, 예를 들어 낙하 시간을 늘리기 위한 낙하산 등으로 바꿀 수 있게 되어 있다. 

 

▲ F/A-18 호넷에 장착한 마크-82 항공 폭탄. 표면을 단열처리하였다. [출처: Lt. Parsons, USN]     

 

그러나 항공 폭탄에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폭격기가 목표지점 근처까지 날아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격추되기 쉽다는 점이다. 

 

따라서 항공 폭탄을 쓰기 위해서는 제공권을 장악해 폭격기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텔스 폭격기를 이용하거나 비싼 미사일을 쓰거나 그것도 아니면 육군이 한 발 두 발 전진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유도 폭탄, 활공 폭탄이다. 

 

이것들은 다음 시간에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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