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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북러정상회담의 의의와 전망, 주목점 ③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3/09/27 [10:18]

[특집] 북러정상회담의 의의와 전망, 주목점 ③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3/09/27 [10:18]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12~18일 러시아를 방문했다. 북러정상회담을 포함해 방러 일정 전반을 봤을 때 국제 정세에 심각하고도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특집을 6편으로 준비하였다. 

 

(이어서)

 

나) 경제 분야

 

경제 분야에서는 교통·물류·공업·건설·농업·관광 등 여러 방면에서 논의가 된 것으로 보인다.

 

● 라선-하산 동북아 국제경제특구

 

두만강 유역을 북·중·러가 중심이 되어 국제경제특구로 만들자는 구상은 매우 오래전부터 있었다. 

 

대표적으로 1992년 유엔개발계획(UNDP)의 지원을 받아 북·중·러가 참여해 출범한 두만강개발계획(TRADP)이 있다. 이 계획은 2005년 9월 대상 지역을 몽골 동부와 한국 동해안까지 넓혀 광역두만개발계획(GTI)으로 확대되었다. 한국도 여기에 관심이 많은데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러시아 자루비노항과 중국 동북3성의 중간 지점인 하산에 한국 전용 산업공단을 조성해 일자리 창출은 물론 한국의 환동해권 지역 복합 물류망 건설까지 구상한 적이 있다. 

 

또 2000년대 들어 시작한 ‘라진-하산 프로젝트’도 있다. 라선시와 하산시 사이의 철도를 보수하고 라진항을 개방해서 한·중·러가 이용하자는 것이다. 러시아는 철도로, 중국은 도로로 라진항까지 갈 수 있다. 

 

러시아 처지에서 인근 블라디보스토크에 대규모 항구가 있음에도 굳이 라진항을 이용하려 하는 이유가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는 기본적으로 군사항이라서 상업 터미널이 부족하다. 부산항에서 4시간 걸리는 하역 작업이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는 4일 이상 걸린다고 한다. 

 

북한은 라진항 1호 부두를 중국, 2호 부두를 한국의 포스코, 3호 부두를 러시아에 임대해 각자 개발해서 사용하게 하였다. 이들 나라가 부두를 임대한 것은 그만큼 수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중국은 동북 지역에서 태평양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북한이나 러시아 항구를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절박하다. 포스코 역시 러시아산 석탄을 라진항까지 운반한 뒤 화물선으로 포항항까지 운송하는 구상을 두고 있었고 시범 운영까지도 했다. 

 

그러나 이런 경제 구상들은 북미 대결과 대북 제재 등 미국의 방해로 답보 상태에 있다. 라진-하산 프로젝트는 유엔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한국과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이어서 사업이 중단되었다. 

 

러시아가 대북 제재를 넘어 북러 경제 협력에 적극 나서면 라선-하산 지역에 새로운 국제경제특구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북러정상회담 후 기자 인터뷰에서 “우리는 수많은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눈앞에 두고 있다. 운송, 물류, 철도, 자동차 생산, 매우 훌륭한 물류 삼각지대를 만들 수 있는 해상 운송 재개, 중국과 연결될 고속도로 등”이라고 했다. (@Slavyangrad 텔레그램 채널 2023.9.13.)

 

라선-하산 지역에 자동차 공장을 세울 수도 있다는 것인데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자신의 차를 소개한 것이 이와 관련 있어 보인다. 푸틴 대통령의 차 ‘아우루스 세나트’는 러시아의 고급 자동차 회사 ‘아우루스’가 제작했다. 

 

라선-하산 지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면 북한, 러시아 극동 지역, 중국 동북3성에 판매할 수 있으며 라진항을 통해 제3국으로 수출도 쉽게 할 수 있다. 

 

▲ 아우루스 세나트에 탑승한 푸틴 대통령.  © 크렘린궁

 

 

● 농업·건설·관광 협력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는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농업, 건설, 관광 및 기타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큰 전망을 갖고 있다”라고 하였다. 

 

연해주는 면적이 16만 5,900제곱킬로미터로 한국(10만 제곱킬로미터)보다도 더 넓지만 인구가 2023년 기준 약 182만 명으로 인구밀도가 매우 낮은 지역이다.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그나마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1이 블라디보스토크에 거주한다. 인구가 적다 보니 개발도 많이 안 되어 있다. 지역내총생산(GRP)은 2018년 기준 8,340억 루블(약 133억 달러)로 인구 70만 규모의 제주시(182억 달러)보다도 적다. 

 

연해주 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5%나 되며 이 가운데 콩(대두)을 가장 많이 재배한다. 그런데 1980년대 말부터 인구가 감소하면서 경작 면적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비옥한 토지가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서 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연해주는 외국인 농장을 유치하고 있다. 한국도 10여 개의 기업이 진출해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중공업이 2009년부터 안양시 면적의 약 2.5배에 달하는 면적의 농장을 운영했고 이를 2018년 롯데상사가 매입해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콩, 옥수수, 귀리를 재배하며 농작물의 60% 이상을 중국에 수출하고 30% 정도는 국내에 반입한다. 

 

▲ 연해주 롯데농장 수확 장면.  © 코트라 블라디보스토크 무역관

  

따라서 북한도 연해주에 농장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보다 훨씬 유리하다. 

 

건설 분야 협력도 가능하다. 

 

지금은 연해주 인구가 줄고 있지만 만약 북·중·러 경제 협력이 본격화하면 인구가 지금의 몇 배로 늘어날 수 있다. 또 지난 3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중러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국경 지역 잠재력을 발굴해 중국 둥베이와 러시아 연해주 간 교류 협력을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올해 6월부터 중국이 블라디보스토크항 사용권을 갖게 되었으며 앞으로 중국의 연해주 진출도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항만, 도로, 창고, 상업 공간, 주거지 등 여러 시설이 들어서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신도시도 개발해야 할 수 있다. 여기에 중국과 함께 북한 노동자가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관광 분야 협력도 주목된다. 

 

북한의 동해안에는 금강산,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마식령 스키장 등 우수한 관광 자원이 많다.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토크도 한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관광지이며 러시아 극동 관광 개발 프로젝트에 포함되어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포브스가 선정한 러시아 최고의 휴양 및 관광 도시 10위 안에 들어가기도 한다. 또 루스키섬, 나홋카도 관광지로 유명하며 ‘호랑이 울음’, ‘우데게 전설’, ‘표범의 땅’, ‘비키니’ 등 4개의 국립공원과 자연공원 ‘하산스키’도 연해주에 있다. 이들을 국제관광지구로 개발하거나 크루즈 관광, 철도관광 등을 개발할 수도 있다. 

 

▲ 마식령 스키장.     

 

▲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마린스키 극장 연해주 무대.  © BKirienko

 

▲ ‘호랑이 울음’ 국립공원의 고원 지대.  © BuryyAnton

 

▲ ‘우데게 전설’ 국립공원.  © 예브게니 마카로프

 

 

● 자립 기반 협력

 

북러 경제 협력의 특징은 자립에 기반을 둔 협력이라는 점이다. 즉, 각자 자립 경제 체제를 유지하면서 협력하므로 어떤 분야든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러시아가 북한에 식량 지원을 제안해도 북한은 무분별하게 받지 않는다. 

 

지난 9월 17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 언론과 인터뷰에서 “2020년 우리는 5만 톤의 밀을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북한에) 무상 제공했고, 이를 다시 한번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라면서 북한에 식량 지원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고맙다. 상황이 어려워지면 당신들에게 의지하겠지만 지금은 괜찮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마체고라 대사는 북한이 올해 상당히 괜찮은 수준의 수확량을 달성했다고 증언했다. 

 

이런 북한의 자세는 김일성 주석 시절부터 이어진 전통이라 할 수 있다. 

 

김일성 주석의 회고에 따르면 소련이 일본에 선전포고하기 직전인 1945년 여름 모스크바를 방문한 김일성 주석은 여러 소련 인사들을 만났는데 그 가운데는 당시 소련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었던 안드레이 즈다노프도 있었다고 한다. 

 

즈다노프 위원이 김일성 주석에게 해방 후 건국을 할 텐데 어떤 지원을 주면 좋겠냐고 물어보자 김일성 주석은 ‘소련이 독일과 4년 동안이나 전쟁을 했고 앞으로 또 일본과도 큰 전쟁을 치러야 하겠는데 무슨 힘으로 우리를 도와주겠는가, 도와준다면 물론 고맙겠지만 우리는 될수록 자체의 힘으로 나라를 일떠세우려고 한다, 힘들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장래를 위해서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는 역대로 사대주의가 망국의 근원으로 존재해 왔다, 새 조국을 건설할 때는 사대주의로 인한 폐해가 절대로 없게 하자는 것이 우리의 결심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소련의 정치적 지지이다, 소련이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우리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고 조선 문제가 조선인민의 이익과 의사에 맞게 해결되도록 힘써주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였다고 한다. 

 

그러자 즈다노프 위원은 “얼마 전에 동유럽의 어떤 나라 사람이 나를 만나자마자 자기 나라는 본래부터 경제적으로 낙후한 데다가 전쟁 피해가 막심해서 난관이 한둘이 아닌데 소련이 큰집이 된 셈 치고 도와주어야겠다고 하였습니다. 당신의 입장과 얼마나 대조적입니까. 이것이 바로 동방과 서방의 차이, 해 뜨는 나라와 해 지는 나라의 차이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9월 4일 러시아 국영 통신 ‘로시스카야 가제타’는 「북한은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글을 보도했다. 이 글에는 북한이 초기부터 지금까지 자립적 민족경제를 건설해 왔다며 이 과정에서 많은 난관과 시련을 겪었지만 자주적 발전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고 이를 매우 긍지 높게 여기고 있다는 주장이 담겨 있었다. 그러면서 여러 부문에서 자립적 민족경제가 결실을 보고 있다면서 “머지않아 세계는 북한이라는 고도로 발전된 자립경제를 갖춘 강력한 국가를 보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북러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이 글은 단순히 러시아의 시각에서 북한 경제 노선을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러시아도 자립적 민족경제 노선으로 가야한다고 이야기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북한이 러시아에 ‘서방에 기대지 말고 자기 힘으로도 러시아는 충분히 번영할 수 있다’고 조언했고 이를 러시아가 수용한 결과일 수도 있다. 

 

물론 푸틴 정부 들어 러시아는 자립 경제 노선을 강력히 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에너지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북·중·러 경제 협력의 시작

 

원래 두만강 하구 개발은 북·중·러 3국의 공동 계획이었다. 따라서 북러 경제 협력이 본격화하면 중국도 이에 합류할 것이다. 북·중·러 경제 협력은 세계 경제 질서를 변화시킬 것이다. 

 

러시아는 오래전부터 극동 개발에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2000년 취임 직후 북한을 방문해 ‘아시아 중시 전략’의 시작을 알렸다. 푸틴 정부는 집권 3기(2012~2018년) 최대 국정 과제의 하나로 극동·시베리아 개발을 꼽고 17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였다. 2012년 극동개발부 창설, 2014~2015년 선도개발구역 지정, 2015~2016년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지정, 2016년 국제 운송 회랑 프리모리예-1·2 개발 기본계획 승인 등이 이어졌다. 또한 2015년부터 신동방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방경제포럼을 대통령령으로 창설했다. 이 포럼은 러시아가 연방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단 3개의 포럼 가운데 하나다. 

 

이런 이유로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2016년 8월 28일 기사를 통해 “극동 개발은 푸틴의 명운이 달린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특히 시베리아와 극동 지역을 잇는 장거리 가스관과 송유관 건설, 사할린 유전 가스관 연결, 극동 최대 수력발전소인 부레야 발전소의 송전망 구축 등은 남·북·러 모두 관심을 끄는 사업들이다. 

 

이런 러시아의 처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더 확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과 러시아의 관계는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갈라졌으며 앞으로 상당 부분 축소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러시아는 유럽으로 향하던 가스 등을 아시아·태평양으로 돌려야 하며 극동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다. 

 

중국 역시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 등 동북 3성 개발에 관심을 보여왔다. 중국 내 낙후한 지역 가운데 하나인 동북 3성의 개발을 위해 중국은 2003년 동북진흥전략을 입안하였고 2016년에는 신동북진흥전략을 발표해 3년 동안 270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동북 3성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 사업은 물론 북한·러시아 항구를 빌려 동해로 진출하는 차항출해(借港出海) 전략의 요충지다. 원래 일대일로 사업은 동북 3성이나 북한, 러시아 극동 지역과는 무관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2018년 9월 10일 랴오닝성이 ‘일대일로 종합시범구 건설 총체방안’을 발표해 단둥-평양-서울-부산 연결을 통한 일대일로의 한반도 확장을 명시하였다. 그해 9월 말 시진핑 국가주석은 동북 3성을 방문하고 일대일로를 동북 지역까지 건설하는 방안을 논의하였다. 

 

같은 시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4차 동방경제포럼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동북 3성 당서기들이 전원 참석해 러시아 극동 지역 개발과 동북진흥전략의 연계를 추구했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동북아경제권을 주창했다. (변현섭, 「중국의 일대일로와 중·러 협력:동북3성 및 극동지역 교통물류협력을 중심으로」, 『중소연구』 42권, 한양대학교 아태지역연구센터, 2019.)

 

이처럼 러시아, 중국의 관심이 모이는 북·중·러 접경 지역의 개발로 이 지역의 생산, 유통,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피는 물보다 진하고, 돈은 피보다 진하다. 그리고 돈은 이념보다도 진하다.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중국을 극찬하는 이유도 중국이 테슬라의 최대 시장이기 때문이다. 자본은 어디든 돈이 된다 싶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들어가게 되어 있다. 북·중·러 경제 협력이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르면 미국, 일본, 한국 자본도 물밀듯이 들어가려 할 것이다.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전부터 북·중·러 접경 지역의 라선-블라디보스토크-훈춘을 잇는 삼각형 지대가 향후 2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곳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특히 2020년 출간한 『위기의 시대 돈의 미래』(리더스북)에서는 “세계 경제의 중심이 동쪽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라고 하였으며 새로운 기회가 있는 곳으로 눈을 돌리라고 조언하며 북한과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가능성이 아주 많은 곳으로 꼽기도 했다. 

 

▲ 2015년 8월 13일 방영된 KBS 명견만리 12회 차 「왜 경제통일인가? 2부작 1부 - 기회의 삼각지대, 대륙에서 살아남는 법」의 한 장면.  © KBS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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