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석
“모든 길, 처음엔 길 아니었다”
한동훈이 정치 출사표를 던졌다.
길을 잃은 국힘당의 비대위원장을 사실상 받겠다는 의미였다. 한동훈은 지난 12월 19일 기자와의 문답이라는 매우 자연스러운 형식을 빌려 출사표를 던지며 동시에 몇 가지 포석을 깔았다.
김건희 특검에 대해서도 결사반대를 주장하는 기존 국힘당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특검 자체를 거부한다는 입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건희 특검 무조건 반대를 외치는 국힘당에서 입장 변화가 생긴 것이다.
70%가 넘는 국민이 지지하고 조중동마저도 입을 더할 정도인 김건희 특검을 아예 거부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인 모양이다. 물론 특검을 순순히 받는 모양새를 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윤석열의 오른팔인 한동훈이 특검을 받는 순간 국힘당 핵심 지지층은 그것을 레임덕 직행과 보수 궤멸의 시작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비대위원장 한동훈으로서는 윤석열의 호위무사 역할도 적절히 해가며 국힘당 집토끼들을 안심시켜 중심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한동훈이 김건희 특검을 받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민심을 노리는 한편, 특검의 조항에 문제가 있는 악법이라는 식으로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말을 흘린 것은 매우 의식적으로 준비된 장면이자 고도로 계산된 포석이다.
한동훈의 길은 새로운 길이 아니라, 음모가 가득한 ‘더러운 길’인 것이다.
미끼
기자들과 가진 문답을 통해 이후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다 보여준 셈이다.
특검을 받겠다는 것이고, 특검을 받는 대신 손을 보자는 것이고, 총선 후로 미루자는 것이다.
특검과 관련한 한동훈의 언급은 민주당에 던지는 미끼이다.
한동훈 비대위 출정과 동시에 정국을 주도하기 위해 던진 미끼.
문제는 이런 밑밥에 경솔한 입질을 하는 민주당 일부가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최측근 정성호 의원이 시사프로에 나와 ‘총선용이라면 왜 김건희 특검만 늦추나, 민주당 인사 관련 수사도 늦춰야 되는 것 아닌가?’라는 말을 했는데, 비판의 의도였다고 하더라도 매우 부적절한 언급이다. 국민이 만들어 쥐여준 김건희 특검을 두고 감히 정치권이 거래를 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비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의도했든 아니든, 이재명 측근들의 이런 언급은 한동훈의 미끼를 덥석 문 것이며 김건희 특검을 총선용으로 매도할 빌미를 주고 결국 정국 주도권도 잃게 만든다.
두려우면 진다.
미끼에 입질을 하는 민주당을 향해 당장 한동훈이 할 것은 정치 탄압이다.
이미 송영길 전 대표를 구속시켜 놓았고 연이어 대거 소환조사를 계속할 것이다. 김용 실형 구속으로 이재명 대표 역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항간에 떠돌던 ‘검찰 캐비닛 대방출’로 토끼몰이식 탄압을 펼친다면 민주당은 거래를 하려고 들 여지가 다분하다.
공세를 취하다가도 어느새 꼬리를 내리고 화합이니 협치니 하며 협상에 밀리고 위축되는 민주당을 우리는 너무 자주 봐왔다.
김건희 특검은 국민의 명령
김건희 특검은 윤석열 정권의 탄생 전부터 국민이 소망했고 출범 이후에도 내내 외쳐온 것이다. 민주당은 특검 시기 및 특검 추천권 등을 두고 협상할 권한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
차질 없이 김건희 특검을 통과시키고 가장 정의롭고 공명정대한 인물에게 특별검사를 맡겨 김건희를 철저히 수사하도록 해야 한다.
특검 대상인 김건희를 비호하는 공범 국힘당과의 협상은 한동훈의 계략에 놀아나는 것이고 특검을 반대하는 것이다.
국민의 분노를 똑바로 보고 국민의 명령만을 받드는 정당과 정치인만 살아남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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