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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특집] 24년 만의 푸틴 방북 4가지 배경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6/18 [11:23]

[북러 특집] 24년 만의 푸틴 방북 4가지 배경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06/18 [11:2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19일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2000년 7월 19~20일 이후 24년 만이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은 푸틴 대통령 방북과 북러정상회담을 통해 어떤 합의가 나올지 주시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크게 네 가지 배경에서 이뤄진다. 

 

첫째,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초청한 것에 따른 것으로 지난해 북러정상회담의 성과를 잇는 측면의 방북이다. 

 

▲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지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북러정상회담에서 북러관계를 폭넓게 강화하는 여러 합의가 있었다. 

 

이에 따라 실제로 북러 사이에 여러 분야의 대표단이 상호 방문하였으며 특히 러시아의 연해주 정부와 북한 사이에 많은 교류 사업이 진행되었다. 

 

다만 당시 북러 사이에 정식 협정이나 공동선언이 나오지는 않았다. 

 

현재 북러 사이에는 2000년 북러 우호·선린·협조 조약, 2001년 북러 모스크바 선언을 발표한 것을 끝으로 정상급 합의가 문서로 나온 게 없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17일 타스통신 대담에서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문서를 작업 중이라고 밝혀 이번에 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였다. 

 

또 여기에는 국제 정치와 경제, 안보 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를 고려한다고 하여 군사 협력에 관한 내용도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3월 28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를 감시할 전문가위원회의 임기 연장을 거부하면서 대북 제재가 무력화된 상황을 반영해 북러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북에 러시아의 제1부총리, 연료에너지 담당 부총리, 천연자원생태부장관, 교통부장관, 러시아철도공사 최고경영자 등이 동행하는 것도 이와 관련 있을 것이다. 

 

둘째,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방북이다.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은 17일 타스통신 대담에서 푸틴 대통령 방북에 관해 “우리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서방이 어떠한 도발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대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우호국 사이의 정상 외교는 주로 외교부와 대통령실이 주관하는데 특이하게 우리의 국가정보원장에 해당하는 인물이 등장해 ‘서방의 도발’을 언급한 것이다. 

 

그의 발언을 보면 현재 북러는 한·미·일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고 예상하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 푸틴 대통령이 방북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북러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전쟁을 대비하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북에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부장관이 동행하는 것이 이와 관련 있을 것이다. 

 

셋째,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러시아와 서방집단(Collective West)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제3세계(글로벌 사우스) 안에서 미국에 등을 돌리고 러시아와 손을 잡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배경에서 이뤄지는 방북이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는 문제를 언급하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우크라이나도 즉각 반발하며 서방을 향해 “탄약 지원”을 더 해달라고 요청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가장 든든한 우군이었다.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와 가까운 나라들도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중립에 가까운 태도를 보일 때 북한은 러시아를 전폭적으로 지지하였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무도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리라 여기지 않을 정도로 러시아의 승리가 확정적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 전 총리는 2022년 7월 16일 런던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방이 지배하는 세계 패권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세기적인 변곡점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손을 잡고 초강대국 지위에 오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블레어 전 총리가 미처 몰랐겠지만 중국이 러시아와 한 손을 잡았다면 북한은 두 손을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서방 패권 몰락이라는 세기적인 변곡점을 지나면 북·중·러가 초강대국 지위에 오를지도 모를 일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러정상회담을 통해 북한과 러시아가 단결의 기운을 높이는 것은 매우 주목할 지점이다.

 

넷째, 미국이 주도하는 주요 7개국(G7)에 맞서 브릭스가 확대, 강화하며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는 가운데 이뤄지는 방북이다. 

 

올해 들어 이란 등 4개국이 브릭스에 추가 가입해 회원국이 9개로 늘어났다. 

 

브릭스는 국내총생산, 인구, 영토 등에서 주요 7개국을 훌쩍 뛰어넘는다. 

 

또 더 많은 나라가 브릭스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브릭스는 달러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를 거부하며 독자적인 결제 체제를 추진하고 있다.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미국과 사우디가 석유 결제를 달러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6월 9일 미국과 사우디가 50년간 유지해 온 석유-달러 협정을 종료했다는 보도가 나와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앞으로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급격히 무너지며 그 자리를 브릭스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러시아, 북한, 이란 등을 대상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 제재도 무너지게 된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방북을 앞두고 18일 노동신문에 기고를 하였다. 

 

여기서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상호 결제 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 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해 나갈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최근 일각에서 북한이 브릭스에 가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도 최근 노동신문을 통해 브릭스를 긍정적으로 해설하는 글을 계속 보도하고 있다. 

 

북한이 브릭스를 통해 세계 경제와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다양한 배경 속에서 푸틴 대통령 방북이 향후 한반도와 국제 질서에 어떤 파급력을 미칠지 주시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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