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9일 회담을 진행하고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회담에 앞서 낮 12시경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환영 행사에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꽃과 풍선, 러시아 국기를 든 평양 시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두 정상은 의장대를 사열했고 북한 육·해·공군 의장대의 분열 행진도 지켜봤다.
양국의 국가가 연주된 뒤 축포 소리가 울려 퍼지자 객석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참가자들의 환호와 함성과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지붕이 뚫린 메르세데스 차를 타고 러시아 노래 「나의 조국은 드넓다(Широка страна моя родная)」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광장과 평양 시내를 돌았다. 이때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풍선을 날렸고 불꽃놀이가 시작됐다고 한다.
평양의 거리거리에 있던 시민들은 두 정상의 차가 지나가자 “푸틴 환영!” 등을 외치며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회담은 낮 12시 40분 금수산 영빈관에서 시작되었다. 확대 회담은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되었고 일대일 회담은 2시간 30분 정도 진행됐다.
러시아 측에서는 데니스 만투로프 제1부총리, 알렉산드르 노박 연료에너지 담당 부총리,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부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부장관, 미하일 무라시코 보건부장관,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생태부장관, 로만 스타로보이트 교통부장관,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 유리 보리소프 연방 우주국 ‘로스코스모스’ 총사장, 올레그 벨로죠프 러시아철도공사 최고경영자,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 등이 배석했다.
북한 측에서는 김덕훈 내각총리, 최선희 외무상, 박정천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겸 당중앙위 비서, 조용원 당중앙위 비서, 김순남 당중앙위 국제부장, 임천일 외무성 부상 등이 배석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확대 회담 모두 발언에서 푸틴 대통령을 환영하면서 “푸틴 대통령 동지의 이번 평양 방문은 최고의 발전 시기에 들어선 조러[북러]관계의 질을 확인하는 동시에 조러관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중요성을 지닌 위대한 역사적 순간이다”라며 “우리 주민들이 여러분에게 보여준 열정은 우리 관계의 진정한 성격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 두 나라 사이의 관계는 지난 세기의 조소[북소]관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고조기에 접어들고 있다”라며 “이번 방문을 통해 두 나라 사이의 열렬한 우정이 더욱 공고히 다져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정부는 세계의 전략적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어 강력한 러시아 연방의 중요한 사명과 역할을 높이 평가하며, 자기 주권과 안전 이익, 영토 완정을 수호하기 위하여 우크라이나에서 특수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러시아 정부와 군대와 인민의 투쟁에 전적인 지지와 굳은 연대성을 표시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제 정세는 복잡다단하고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복잡다단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러시아 지도부와 러시아와의 전략적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긴밀히 하면서 러시아의 모든 정책들을 변함없이 무조건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가 이렇게 마주 앉은 기회에 모든 분야에서 상호교류와 협력사업을 증진하기 위한 좋은 구상과 건설적인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국제 현안에 대해서도 좋은 의견을 교환하겠다”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친애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 친애하는 동료 여러분!”이라고 서두를 뗐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북한은 수십 년 동안 끈끈한 우정과 긴밀한 선린우호로 연결되어왔다. 양국 간 교류는 평등과 서로의 이익에 대한 상호존중의 원칙에 기초하고 있다”라며 “지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 양국 관계 구축에 있어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 그리고 오늘 장기적인 양국 관계의 기초가 될 새로운 기본 문서에 서명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러시아의 정책을 지지해주는 것에 감사를 표하며 “오늘 우리의 협상이 생산적일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최근 몇 년 동안 북한 수도에서 일어난 일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2000년 내가 평양을 방문한 이후 변화한 평양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북한 국민의 헌신적인 노력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로 도시가 이처럼 매우 아름다워졌다”라며 “솔직한 심정으로 정말 보기 좋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푸틴 대통령은 “다시 뵙게 되어 매우 기쁘다. 다음 회담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렸으면 좋겠다”라고 제안했다.
회담을 모두 마친 후 두 정상은 오후 4시 50분경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문서에 서명했다.
양국 정부 대표자들은 ‘북러 정부 간 두만강 국경 도로 교량 건설에 관한 협정’, ‘북러 정부 간 보건의료, 의학 교육, 과학 분야에서의 협력에 관한 협정’ 등을 체결했다.
두 정상은 선물도 주고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신형 아우루스 자동차, 단검, 찻잔 세트 등을 선물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푸틴 대통령 모습을 담은 여러 작품, 풍산개 한 쌍 등을 선물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오후 6시경 언론 발표를 통해 협정 내용을 설명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러 사이의 새로운 “가장 강력한 조약” 체결은 “조선 인민의 가장 소중한 친구”인 푸틴 대통령의 “뛰어난 선견지명과 결단력을 떠나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의 친선 사절들이 도착한 평양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우리의 가장 정직한 친구이자 동지들인 러시아 동지들과 함께 이 기념식장에 섰다”라며 “강력한 이 조약은 다름 아닌 우리 두 나라 인민들의 근본 이익을 증진시키고 수호하기 위한 매우 건설적이고 전망적이며 철저히 평화적이고 방위적인 조약으로써 지배와 예속, 패권과 강권이 없는 다극화된 새 세계 창설을 가속화하는 추동력으로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약 체결로 양국 관계는 정치, 경제, 문화, 군사 등 여러 분야에서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양국의 발전과 인민의 복리 증진을 이룩하기 위한 더욱 유망하고 번영적인 발전의 궤도에 올라섰다”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협정에 “정치, 무역, 투자, 문화, 인도주의, 안보 분야” 관련 내용이 담겼다고 언급했다.
이어 “오늘 협상에서는 주로 안보 문제와 국제 의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우리 국가들은 더 정의롭고 민주적인 다극 세계질서를 일관되게 옹호해 왔다. 이러한 질서는 국제법과 문화적, 문명적 다양성에 기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북한은 모두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외교정책을 추구하며 협박과 강압의 언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는 정치적 목적을 지닌 제재와 제한을 적용하는 관행에 반대한다. 이러한 불법적인 행동은 세계 정치, 경제 체계를 약화할 뿐이다”라며 “외압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가들은 주권적이고 자주적 기초에서 성공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진정한 친구, 좋은 이웃으로서 서로 전폭적인 지지를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방이 정치, 경제, 기타 분야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데 익숙한 도구인 제재 압박 관행에 계속 반대할 것”이라며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영향을 받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무기한 제재 조치는 재고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군사·정치적 긴장이 고조되는 근본 원인에 대한 우리의 평가는 일치한다. 원인은 한반도에서 군사 기반 시설을 확장하려는 미국의 대결 정책이다. 이에 한국과 일본이 참여한 가운데 북한에 적대적인 성격의 다양한 군사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훈련의 규모와 강도를 크게 높이는 것도 대결 정책의 일환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조치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고 동북아 모든 국가에 안보 위협을 초래한다. 우리는 정세 악화와 관련해 북한을 비난하려는 시도를 단호히 거부한다. 북한은 자체 국방력 강화, 국가안보 보장, 주권 수호를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할 권리가 있다”라고 역설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오늘 서명된 문서에 따라 북한과의 군사기술 협력을 배제하지 않는다”라며 “협정에는 양국 중 한 나라에 대한 공격이 발생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동료들은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현 상황의 진정한 초기 원인을 이해하고 있다”라며 “북한 지도부의 이러한 입장은 진정으로 독립적이고 자주적이며 주권적인 노선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송도원 국제소년단야영소에서 특별 군사작전 전사자 자녀들을 위한 야영을 마련해준 북한 동료들과 김정은 동지에게 개인적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 진심 어린 배려와 우정의 손길에 깊이 감사드린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끝으로 푸틴 대통령은 “나는 김정은 동지와 모든 북한 동지들의 환대와 유익한 공동사업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건넨다. 나는 오늘의 협상이 러시아와 북한 사이의 친선과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지역 전체의 안보를 강화하는 데 이바지하리라고 확신한다”라며 “친애하는 김정은 동지, 우리는 모스크바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다”라고 말했다.
금수산 영빈관에서 산책을 위해 이동할 때 두 정상은 ‘7271953’이라고 적힌 번호판을 단 아우루스 자동차를 타고 이동했다. 해당 자동차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에 선물한 것으로 번호는 정전협정을 맺은 1953년 7월 27일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동할 때는 푸틴 대통령이 차를 운전하고 조수석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탑승했다.
두 정상은 인근 공원에서 내려 양측 통역관만 대동한 채 장미로 둘러싸인 정원을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산책을 마친 뒤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운전대를 잡았고 푸틴 대통령이 그 옆에 앉은 채 금수산 영빈관으로 돌아왔다.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해방탑을 찾아 화환을 진정했다. 그리고 평양 체육관에서 진행된 기념 공연과 목란관에서 진행된 축하 연회에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평양을 떠나기 전 러시아정교회 교회당인 정백사원(성삼위일체성당)도 방문했다. 정백사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2년 러시아를 방문한 후 건립한 곳이다.
정백사원에서 블라디미르 신부(장명일)는 푸틴 대통령에게 교회에 대해 설명하고 짧은 기도회를 진행했다. 푸틴 대통령은 정백사원에 삼위일체 성화를 기증했다.
모든 방북 일정을 마친 후 두 정상은 자정 무렵 순안국제공항에서 작별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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