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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산내 골령골에서 반미결의대회 열려

박민아 통신원 | 기사입력 2024/08/05 [11:30]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산내 골령골에서 반미결의대회 열려

박민아 통신원 | 입력 : 2024/08/05 [11:30]

▲ 2024 대학생 통일대행진단이 대전 산내 골령골을 찾아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 학살과 산내 골령골 학살 사건에 관련해 해설을 듣고 반미결의대회를 열었다.  © 임재근

 

“민간인 학살 주범 미국은 사죄하고 이 땅을 떠나라”

 

‘2024 대학생 통일대행진단(통일대행진단)’이 4일 대전 산내 골령골을 찾아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 학살과 산내 골령골 학살 사건과 관련해 해설을 듣고 반미결의대회를 열었다.

 

대전 산내 골령골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 대전형무소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 등 최대 7,000여 명의 민간인이 학살당한 곳이다. 이는 한국전쟁 시기 단일 지역 최대 규모의 학살이다.

 

해설을 진행한 임재근 대전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소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산내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는 1,442구로 아직도 많은 유해가 발굴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고 한다.

 

또한 미국 에드워드 중령의 보고문에는 산내 골령골 학살이 ‘최고위층(top level)’에서 내려온 지시라는 것을 밝히고 있는데 이는 의심할 여지 없이 민간인 학살의 주범이 이승만 정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였다. 그리고 작전통제권을 미국이 갖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자신들이 할 일을 이승만 정권이 대신하게 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미국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산내 골령골 학살을 접한 단원들은 ‘충격적이다’, ‘국가가 나서서 국민을 죽였다니 전쟁 시기에 국민은 누가 지켜주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산내 골령골 답사를 마치고 이어 ‘민간인 학살 주범 미국은 사죄하고 이 땅을 떠나라’라는 구호로 반미결의대회를 진행했다. 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리는 속에서도 참가자들은 산내 골령골 학살터 앞에서 반미결의대회를 이어갔다.

 

사회를 맡은 조서영 단원은 “이 땅 곳곳이 학살터”라며 “노근리에서, 경산 코발트광산에서, 포항에서, 거창에서, 이곳 골령골에서, 셀 수도 없이 너무나 많은 곳에서 우리 민족은 학살당해왔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민족을 그토록 잔인하게 학살하고도, 뻔뻔하게 이 땅에 자리 잡은 게 미국”이고 “우리 땅에서 군사훈련을 벌이며 우리를 전쟁으로 내몰고, 각종 범죄로 우리 국민을 죽이고, 우리 땅을 오염시키고,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고, 매 순간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도 미국”이라면서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통일대행진단 단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 박민아 통신원

 

대회는 참가자들이 노래 「반미반전가」를 제창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번 통일대행진단에 참여해 민간인 학살 사건을 처음 알게 된 단원들의 발언이 있었다.

 

김성윤 단원은 “이 땅에서 미국이 겉으로는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그 뒷면에서 대한민국의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고 잔인하게 민간인을 학살하는 저질스러운 악행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라면서 ‘학살자 미국’에 대한 분노와 함께 반미 투쟁을 더 뜨겁게 하겠다고 결심을 밝혔다.

 

현재 산내 골령골에는 학살에 관해 설명이 담긴 비석과 지역 단체들에서 게시한 현수막, 사진 자료가 게시된 작은 임시 건물만 있을 뿐 별다른 추모 공간이나 위령 시설이 없다. 그래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미술모임 ‘이불밖그림’은 희생자들의 원한을 담은 그림을 직접 그려 산내 골령골 한쪽에 게시했다.

 

그림을 그린 박근하 단원은 “어떤 그림을 그려도 이 분노와 끔찍함을 담아낼 수는 없지만, 그 당시에 미군들에 의해 목숨을 잃은 우리 선조들, 민중들의 피맺힌 원한을 담아내고자 했다”라며 “몸은 쓰러져도 원혼은 끝까지 살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주먹을 쥐고 앞을 똑바로 쳐다보는 조선의 여성, 그 뒤로 피가 스며든 땅을 그렸다”라고 설명했다.

 

장규민 단원은 “유가족분들이 가슴 치며 긴긴 시간을 버텨야 했던 이유는 모두 미국 때문이다. 침략과 전쟁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자신의 야욕을 드러내고 있는 미국과의 불평등하고 기형적인 동맹 관계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미국과의 굴욕적인 동맹을 끝내고 이 땅에서 미군이 나가야 한다”라고 미국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날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예술단 ‘빛나는청춘’과 대학생 노래동아리 ‘하다’의 노래 「반미결전가」 공연이 있었다. 참가자들은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도 다 함께 결의 높게 노래를 이어갔다.

 

그리고 대회 마무리로 미국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다룬 노래 「원한가」에 맞춘 춤 공연이 진행됐다.

 

▲ 미국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주제로 한 노래 「원한가」에 맞춘 춤 공연으로 대회가 마무리되었다.  © 박민아 통신원 

 

  © 임재근

 

임 소장은 통일대행진단의 소식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학생들은 폭우 속에도 주저함 없이 준비한 프로그램을 이어갔다. 사전에 글귀를 써온 리본을 묶고, 현수막도 걸었다. 그러고 나서는 ‘반미결의대회’를 골령골 현장에서 진행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결의대회의 주된 내용은 현수막으로 내건 구호와 마찬가지로 ‘철저한 진상규명과 학살자 미국의 사죄를 위해 대학생들이 잊지 않고 행동하겠습니다’, ‘학살자 미군은 이 땅을 떠나라’, ‘정부는 민간인 학살의 진상규명 조속히 진행하라’, ‘이념 타령, 희생 영령 모욕 일삼는 진화위 김광동은 사죄하고 사퇴하라’ 등의 내용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임 소장은 “또 하나 감사한 일은 학생들이 사전에 골령골 학살 사건에 대해 공부하고 그림을 그려 왔다는 것”이라며 “학살당한 검붉은 흙을 뒤로 하고 강단진 눈빛의 한 사람의 모습을 담은 그림에는 ‘누구냐 민족의 가슴에 검은 총탄을 박은 자’라는 원한가의 한 구절이 쓰여 있었다. 학살 당해 억울한 것도 있지만, 부당한 죽음 앞에 강단진 눈빛으로 학살자들을 노려보는 시선이 그들의 죽음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임 소장은 “폭염에 이어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에 대전 골령골을 찾아주신 100여 명의 2024 대학생 통일대행진단 여러분에게 감사드리며 남은 기간 안전하고, 건강히 대행진을 마치기를 기원하겠다”라며 “다행히(?) 서울에서부터 경찰들이 뒤쫓아오며 감시를 하고 있어 테러의 위험은 줄어들 것 같지만, 70여 년 전 골령골 학살에서 경찰도 가해자였던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려주고 싶었는데 골령골 안까지 들어오지는 못하고 지나쳐 갔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 통일대행진단 단원들이 임재근 소장의 해설을 듣고 있다.  © 임재근

 

▲ 단원들이 학살과 관련된 사진 자료가 게시된 작은 임시 건물을 보고 있다.  © 임재근

 

▲ 단원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 임재근

 

▲ 단원들이 노래를 부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임재근

 

▲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미술모임 ‘이불밖그림’은 희생자들의 원한을 담은 그림을 직접 그려 산내 골령골 한쪽에 게시했다.  © 임재근

 

  © 임재근

 

  © 박민아 통신원

 

▲ 단원들이 글귀를 써온 리본을 묶고 있다.  © 박민아 통신원

 

  © 임재근

 

  © 임재근

 

  © 임재근

 

  © 임재근

 

  © 임재근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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