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A통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날 주례 팟캐스트 방송에서 "북의 미사일 발사로 우리는 다시 한 번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면서 "나는 이 문제를 외교적인 해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력히 믿는다"고 말했다.
8월 24일 중앙일보가 인용보도한 AP통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8월 23일(현지시간)에도 베를린에서 현지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가 주최한 행사에서 “북 관련 위기를 군사적 행동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그렇게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며 “북과 미국이 군사적으로 대결하게 되면 자동으로 미국 편을 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여 세계적인 파장을 불러온 바 있다.
당시 메르켈 총리는 "국제사회는 군사적 옵션에 의지해선 안 되며 아직 외교적 해결책을 완전히 활용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단순히 외교적 해결을 주장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한ㆍ중ㆍ일 지도자들이 북 지도자 입장에서 현 상황을 바꿔 생각하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유럽연합(EU)도 한반도 긴장 해소를 위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국의 충실한 동맹인 유럽연합의 핵심국가 수반의 입에서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말은 정말 예상치 못한 일격이다. 이는 막강한 주한미군을 주둔시켜놓고 상시적으로 북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이 그것으로도 모자라 매년 철마다 방대한 핵전략자산들을 끌어들여 대북 핵선제타격 위협을 가하는 상황을 겪고 있는 북의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상황이라면 누군들 핵무기와 핵미사일개발에 나서지 않을 수 있겠냐’는 대북 옹호 주장과 다를 것이 없는 말이다.
사실 세계 어떤 나라도 북처럼 미국으로부터 막강한 군사적 압박을 항시적으로 겪고 있는 나라는 이 세상에 없다. 대 러시아 압박 훈련도 이 정도는 아니다. 또 국제테러조직을 상대할 때는 미국과 러시아가 공조를 하기도 한다.
그런 메르켈 총리가 이번 주례 팟캐스트와 대담에서 독일이 중재자로 나서 이란과 미국 간 핵 협정이 타결된 것을 언급하고 "북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구체적 해법까지 제시하였다.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등 6자회담 관련국들이 대북압박공조에만 나설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북미대화를 중재해야한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아울러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군비 축소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러시아가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의 방대한 군사력을 유지하는데 미국이 막대한 비용을 대고 있다면서 차차 유럽에 그 비용을 전가하겠다는 뜻을 후보시절부터 내비친 바 있다. 그래서 러시아에 대항하는 유럽 독자적 군사력을 구축해야한다는 주장이 유럽에서 불거져나왔는데 그럴 경우 유럽과 러시아의 군비경쟁으로 유럽 경제는 더욱 더 어려워지고 세계적인 전쟁위기는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독일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8월 24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달 24일 독일 총선을 앞두고 메르켈 총리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 당수는 아예 독일에 배치된 미국 핵무기의 철수를 주장했다고 슈피겔 온라인이 보도하기도 했다.
유럽이 러시아와의 군비경쟁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러시아와 긴밀히 논의하고 있는데 북미대결전이 격화되면서 북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갈수록 커가면 일본, 한국, 중국, 러시아의 군사력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으며 미국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신형 무기 개발에 투자하게 되면서 동북아시아와 미국을 중심으로 군사력이 폭발적으로 증강될 것은 자명하다. 그러면 유럽도 그저 보고만 있을 수 없게 된다.
특히 대부분 유럽 나라들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나라들이며 아직도 그 전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북은 그들에게도 언젠가는 전쟁 배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유럽도 한반도 문제를 저 지구 반대편의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힘으로 북을 제압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유럽이 이전처럼 미국을 따르면 될 일이지만 현재 흐름을 보니 북의 군사력이 이제 미국 본토를 초토화시킬 정도로 강해져버렸다. 유럽이 이제 더는 일방적으로 미국 편만 들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북의 언론보도를 보면 독일은 지금도 낙농전문가들을 북으로 파견하고 지원금을 보내 북의 세포지구 축산기지 건설을 도와주고 있는 등 이미 북 주민 생활경제 중심으로 작은 규모이기는 하지만 지원을 하고 있다.
유럽이 전적으로 미국의 대북압박에 동참했을 때도 제재압박이 먹히지 않았는데 이런 흐름에서는 미국의 대북 제재압박이 더 힘을 쓰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북이 강력한 핵 무장력을 과시하면 할수록 이런 흐름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북은 핵무장력 강화 행보를 걸으면 걸을수록 시련이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출로가 열리고 미국은 고립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이렇게 막다른 길로 몰리면 몰릴수록 최후의 막다른 선택 즉, 독자적인 대북 핵선제타격도 단행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제네바에서 열린 군축회의(CD)에서 로버트 우드 미 군축 대사는 최근 북의 도발에 대해 “위험하고 무모한 행동”이라고 비판하며 “미국은 ‘우리 마음대로(at our disposal)’ 가능한 모든 역량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전쟁이냐 대타결이냐’ 갈수록 미국 지배세력들의 대북 해법에 대한 고뇌가 깊어갈 것이며 그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운명의 판가리 국면으로 빠르게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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