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지난 8월 20일 발표한 “[타산지석] 중국 최고흥행작 “전랑 2”와 한국영화의 길“(https://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5247)에서 거들었다시피, 《전랑 2》는 ”중국 국산영화 보호의 달“ 덕을 보았다는 주장이 많이 나왔었다. 보호의 달 기간에 중국 대륙영화, 홍콩영화들이 《전랑2》돌풍의 종결자로 종종 거론되었으나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는데, 《전랑2》를 짓뭉갤 후보 0순위에는 9월 1일 개봉될 《덩케르크》가 꼽히곤 했었다. 놀란 감독부터 시작하여 영화기법과 역사상의 역할 및 구출이념에 이르기까지 극찬하는 글들이 수두룩했고 심지어 이 영화는 무릎을 꿇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도 있었다.
사실 《덩케르크》 때문에 《전랑2》가 부진할까봐 걱정한 사람들도 꽤나 되었으므로 8월에 이미 보이콧하자는 주장들이 성행했다.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전랑2》를 스크린에 잘 걸어주지 않는데 우리가 왜 《덩케르크》를 봐야 하느냐는 단순애국파, 덩케르크 철수를 지휘한 영국군 장성이 몇 해 후 미얀마에서 자사자리하게 노는 바람에 중국원정군 수만 명이 다치고 죽었으므로 그놈의 영화를 보지 말아야 된다는 역사고증파(역사사실과는 거리가 있다만) 등등 파들이 《덩케르크》반대파를 이루었고, 《전랑2》는 잘 나간 상업영화일 뿐 무게가 부족하고 의의가 없으니까 미국산 경전명작을 봐야 된다는 《덩케르크》지지파들이 입씨름을 벌렸다.
허나 상영결과는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났다. 《덩케르크》가 개봉 이래 여러 날 흥행1위를 달리기는 했다만 첫날에 1억 위안(1위안은 한화 160원 정도)마저 돌파하지 못했고 10일 만에야 간신히 3억 위안을 넘겼다. 게다가 8일 개봉된 《스파이더맨-홈커밍》이 첫날에 1. 33억 위안을 기록하고 사흘만에 4억 위안을 훨씬 넘기면서 할리우드 영화의 자존심을 그나마 살려주는 바람에 《덩케르크》가 한결 초라해보인다.
이제 총 흥행성적이 5억 위안을 넘기면 그나마 선전한 셈으로 쳐야 될 판이다. 전국 영화관들이 그 영화에 스크린을 대량 배정했는데도 그 정도였다는 건 전반적인 저조를 말해준다. 그와 반대로 《전랑2》는 배정된 스크린 수가 개봉 2개월 차에 들어서면서 대폭 줄었으나 여전히 관객들을 꾸준히 끌어 매일흥행리스트의 앞자리를 차지했다. 스크린수와 흥행실적을 따지면 스크린 당 수익은 《덩케르크》보다 더 낫다.
이렇게 되니 《덩케르크》의 흥행저조를 분석하는 글들이 생겨났는데, 덕분에 역사공부를 다시 한 사람들이 늘어났다. 특히 영국정부와 영국군이 덩케르크에서 독일군을 막아 싸운 프랑스군을 버린 역사사실과 영화에서 프랑스사람들과 프랑스인들이 무시당한 현상 등이 거론되면서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나 하면, 중국관중을 나무라는 자들도 나타났다. 중국인들의 자질이 너무 낮다, 《덩케르크》의 위대함을 이해하지 못한다, 마오쩌둥을 숭배하는 머저리들은 《전려(战驴 싸우는 당나귀, 전랑의 패러디)2》나 보더라, 이런 식인데 쟁론에서 이기지 못하는 자들이 욕이나 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흥행부진과 달리 매체와 인터넷에서는 《덩케르크》찬가 및 덩케르크 철수에 대한 찬가가 오히려 늘어났고 열이 더 올라갔다. 덩케르크 철수 덕분에 2차 세계대전을 영국이 이겼다거나 인간생명중시의 승리라는 식으로 무한정 올리추는 사람들도 있다.
33만 명 철수자 중의 21만 5천 명 영국군이 전쟁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그 전후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전역들의 엄청난 규모와 전사자, 전상자들의 거대한 수자와 비교하면 쉬이 알 수 있다시피 사실 별거 아니다. 벨기에군 3만 3천 명 또한 벨기에군의 전승기록을 찾아보기 어려우니까 웃고 지날 수밖에 없다. 한편 9만 명 프랑스군은 영국으로 철수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수가 프랑스로 돌아가버렸다. 그 원인은 굉장히 복잡하다만 결과는 덩케르크 철수의 빛을 덜기에 충분하다. 덩케르크에서 독일군을 막아 싸워 많은 희생을 치렀으나 당시 버림받은 프랑스군의 입장이나 현재 영화에서 프랑스군이 별로 언급되지 않아 불만스러워하는 프랑스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덩케르크는 사실도 영화도 개판일 따름이다.
영국의 입장에서는 모종의 승리이고 선전할 가치도 있겠다만, 한때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라고 불렸으나 2차세계대전 후에 급격히 쇠락하고 근년에는 미국을 따라움직이기나 하며 수상이 미국 대통령의 푸들이라고 조롱받은데다가, 분리와 독립운동 때문에 연합왕국 자체가 존폐위기에 부딪쳤다. 그리고 덩케르크 철수 당시에는 서유럽이 독일의 군홧발에 짓밟힌 상황에서 영국이 “유럽의 구원자”로 자처할 수 있었으나, 요즘은 유럽동맹에서 탈퇴했으니 영국의 정체성과 유럽에서의 지위마저 애매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덩케르크 철수에 대한 영화식 재조명은 스러져가는 저녁노을의 마지막 빛깔일지도 모른다.
영국, 프랑스, 벨기에 등의 연합군에 독일군에게 밀려서 도망간 사건에 대한 찬가가 하도 많이 퍼지는 바람에 필자는 항미원조전쟁(6·25전쟁의 일부)의 미군을 연상했다.
중국인민지원군이 제1차 전역을 치를 때에는 한국군에 대해서도 미군에 대해서도 잘 모르다나니 전투들은 시험성격이 짙었다. 그러나 제2차 전역부터는 승전 자신감을 충분히 갖고 싸웠다. 중공군대의 수십 년 전통이 야간전과 근접전인데, 야간에 미군 주둔지로 잠입해들어가보니 미군 차량들이 전부 남쪽을 향해 주차되었던 것이다. 오, 수시로 달아날 준비를 하는구나. 이런 겁쟁이들이야 잡기가 쉽지! 이런 심리가 전투수행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느냐는 누구든지 짐작이 갈 것이다. 게다가 앞의 차를 까거나 불태우고 길을 좀 파괴하면 미군 차들이 암만 많고 암만 남으로 달려갈 준비를 했더라도 엉망이 되어 얻어맞았을 것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헌데 미군의 주차규정도 숭미주의자들에게는 찬미의 대상으로 되겠다. 생명을 중시한다는 식으로. 그러나 그런 주차방식이 전승에 대한 자신감의 절대부족에서 나왔다는 걸 그 누군들 부인할 수 있으랴!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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