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갈라져나가려는 카탈루냐의 공민투표진행결과 찬성표가 많다고 하여 이제 다음 주초에 독립을 선포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 네티즌들이 맹목적 지지파와 스페인분열로 인한 서방경제풍파가 한국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우려파로 나뉜다면 중국 민간의 두 가지 반향은 체육과 정치로 가를 수 있다. 축구애호가들은 여러 해 전부터 카탈루냐가 분리되면 바로셀로나 등 강팀이 어느 리그에 가겠느냐를 추측해왔다. 스페인리그에 가기는 글렀는데 프랑스리그에서 끌어당긴다는 소문이 있다더라 등등. 정치를 관심하는 사람들은 인과응보라는 식의 반향을 보인다. 1999년 나토가 코소보문제를 구실로 유고를 폭격할 때 스페인공군이 앞장섰고 코소보의 분리, 독립을 스페인이 전면지지했는데 이제 와서 불똥이 자기 발등에 튀였다는 것이다.
사실 카탈루냐의 투표결과가 나온 다음 서방 나라들이 냉담한 반향을 보인 것과 달리, 굉장히 흥분한 건 세르비아였다. 당년에 세르비아에서 코소보를 떼낼 때에는 세르비아를 악으로 묘사하고 코소보를 선으로 그리면서 지지하던 서방나라들이 지금 보면 이중기준을 사용하지 않느냐고, 너무 허위적이라고 말이다. 중유럽, 동유럽의 나라들은 통일파가 낙후한 세력으로 묘사되어왔고 코소보 같이 투표를 통한 분리독립결정이 최선으로 그려졌는데, 서유럽에서 투표놀음이 일어나니 서유럽나라들이 안면몰수해버린다.
예고대로 월요일에 카탈루냐의 독립이 선포될 경우, 누가 공식지지할까?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 분리경향지역들이 있는 나라들이 지지할 확률은 0에 가깝고, 중국과 러시아 또한 찬성할 리 없다. 미국은 스페인과 큰 모순이 없는 상황에서 긁어서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겠고... 서방이 지지한 투표놀음 덕으로 2008년에 독립한 코소보는 같은 형식을 취한 카탈루냐에 동질감을 느끼겠다만 정치, 경제, 군사 등 여러 방면에서 서방에 의지하는 형편이라 서방의 중요한 나라인 스페인의 미움을 사기가 쉽지 않다. 어느 서방국가가 카탈루냐를 인정한 다음 코소보가 따라가는 건 가능하지만. 아시아에서는 “독립”을 꿈꾸는 타이완(대만)이 크게 고무되어 카탈루냐국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겠다. 코소보 독립선포 이튿날에 타이완이 코소보를 국가로 인정한 뒤에는 물론 서방세력들의 전폭적인 코소보지지가 깔려있었다. 지금 카탈루냐는 경우가 많이 다르다만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차이잉원(蔡英文)과 그 일당이 권력을 잡았고, 유럽에서 바티칸을 내놓고는 “수교국”이 하나도 없는 타이완으로서는 카탈루냐와의 상호인정을 유럽외교국면타개의 호기로 여기고 틀어쥘 수도 있다. 후과야 어떠하든지 일단 저질러버리고 보는 게 여당 민진당(民进党)의 기질이 아닌가.
코소보는 그나마 100여 개 국가의 인정을 받았으나 아직까지 유엔성원국으로 되지 못했고 또 될 가망도 희박한데, 카탈루냐가 분리독립한다면 앞길은 훨씬 험난하다. 구 유고슬라비아연방이 해체되고 원 성원국들이 유엔성원국으로 될 때, 크로티아, 슬로벤니아 등 나라들은 순조롭게 그 이름으로 들어갔으나 마케도니아는 “The Former Yugoalav Republic of Macedonia”라는 긴 명칭으로 유엔성원국이 되었다. 뜻은 “전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공화국”으로서 약칭은 “FYROM”이니 사람들에게 마케도니아를 연상시키지조차 어려웠다. 그러면 왜 이런 명칭이 생겨났는가? 마케도니아인들은 당연히 그 이름으로 유엔성원국으로 되고싶어했으나 기존 회원국인 그리스가 “Macedonia”라는 이름을 견결히 반대했다. 고대 그리스 북부에 유명한 마케도니아 왕국이 있었고 현재 마케도니아공화국의 일부가 한때는 그리스영토였기 때문이었다. 하여 마케도니아는 수식어가 붙은 명칭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유고슬라비아연방의 기존 자리를 누가 계승하느냐도 쟁론이 벌어져 여러 해 공백으로 남겨졌다가 썩 뒤에야 세르비아가 차지했다. 자리 하나만이 아니라 이름 하나를 놓고도 치열하게 다투는 게 유엔인데 카탈루냐가 회원국으로 되기가 어디 쉽겠는가? 필자보기에는 단기 내에는 어림도 없다.
소련은 유엔에서 특수한 지위를 차지했으니 소련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부결권을 가진 외에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도 1945년에 이미 성원국으로 되어 소련이 직접 확보한 표가 3장이었다. 소련이 해체되면서 안보리상임이사국 지위를 러시아가 물려받았는데, 아무런 토론도 거치지 않았다. 원래 소련대표 앞에 놓였던 명찰이 “러시아”로 바뀌고 안보리 의장이 러시아가 소련의 상임이사국 지위를 계승한다고 선포하자 러시아 외교부장이 그 자리에 앉아버렸다. 토론도 쟁론도 없었던 특수현상에 대해 서방언론들은 영국과 프랑스의 입장이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유럽동맹 내부에서 이탈리아는 영국과 프랑스가 안보리상임이사국자리를 차지한 게 불만스러워 유럽동맹이 대표를 선출하여 번걸아 유엔에 가서 상임이사국노릇을 해야 된다고 주장해왔는데, 소련 해체 뒤 유엔에서 러시아의 지위문제를 유엔에서 토론하게 되면 영국과 프랑스의 상임이사국 자격도 논란거리로 된다. 때문에 영국과 프랑스가 러시아의 소련계승을 지지하여, 그날 밤 러시아가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고 조용히 유엔상임이사국으로 되었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분석이다. 허나 러시아가 인구, 영토, 국력, 군력 등 면에서 충분한 실력을 갖췄기에 유엔성원국들이 그런 계승을 묵인했던 것이다. 결국 국제사회에서 어떤 지위를 인정받으려면 첫째로 실력이 있어야 하고 둘째로 관련국가들과의 이해관계가 적당히 맞물려야 한다.
카탈루냐는 실력을 엔간히 갖췄으나 남들과의 이해관계, 남들 사이의 이해관계는 너무나도 복잡하여 통제 불가능하다. 지역규모의 투표가 분리, 독립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을 결사반대해오면서 전체 국민 의지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중국이 카탈루냐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외교부대변인이 어떻게 말하겠느냐는 추측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 언론들은 은근슬쩍 독립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기사들을 쓰던데, 만에 하나 한국의 어느 도가 그런 식 투표를 하고 외국언론들이 잘코사니를 부르면서 지지기사들을 만들어내면 한국언론들이 어떻게 펄쩍 뛸까? 경상도나 전라도를 특별히 사랑하거나 굉장히 미워하는 사람들이라도 외국언론 앞에서는 태도가 바뀌지 않을까 싶다. 조선(북한)은 지금까지 카탈루냐 투표에 반향을 보이지 않았다. 단 속으로는 은근히 통쾌해하지 않겠나 추측해본다. 미국을 추종하면서 조선대사를 제일 먼저 쫓아낸 유럽 국가가 스페인이니 말이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럽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민족 국제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