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정문일침391] 북이 건재해야 밥벌이 가능한 반북주의자들의 운명

중국시민 | 기사입력 2018/01/08 [08:26]

[정문일침391] 북이 건재해야 밥벌이 가능한 반북주의자들의 운명

중국시민 | 입력 : 2018/01/08 [08:26]

 

 

영국 공영방송 BBC가 2017년 9월 말부터 조선(북한) 주민을 주요대상으로 삼아 한국어방송을 개시한 지 몇 달 지났다. 2018년이 시작된 지금 어떻게 굴러가는지 모르겠다. 

 

BBC가 한국어방송만 늘인 게 아니라 도합 12개 언어 방송을 추가했는데, 조선을 겨냥해 라디오는 하루 2차례 30분씩 방송한다니까, 일자리 창출효과는 별로 크지 않다. 또한 “반체제 목소리가 아니라 주민의 편에 선 공정방송"을 표방하면서 조선에 바깥세상의 소식을 공정하고 정확하게 알린다는 취지를 강조했는데, 효과가 어떨지는 모른다. 

 

필자가 본 동영상에 등장한 “탈북자”들은 한국어를 어색하게 흉내내다나니, “북한말”도 아니고 “서울말”도 아닌 어중간한 잡탕말이 귀를 거슬리던데, BBC의 예상대로 조선 주민들이 이불 속에서 밤에 가만히 방송을 듣더라도 머리와 마음으로 공감할지 의심스럽다. 

 

그 “탈북자”들은 조선이 얼마나 황당하고 한심하냐를 무척 열심히 소개하고 증명했다. 예전에 “여행가의 허풍”이란 말이 있었으니, 여행 특히 바다를 넘어갔다온 사람들이 고향사람들을 놀래키게 위해서라도 걸핏하면 과장해대는 현상을 가리켰다. 조선은 서방인들에게 이른바 “폐쇄된 나라”로 알려지다나니 현시대에는 “출신자의 허풍”이라고 이름지을 현상이 생겨나는 모양이다. 

한때 서방에서 인기몰이를 하던 신동혁, 박연미 등 “유명 탈북자”들의 거짓말이 조선이 제시한 확실한 증거들로 까밝혀져 그들이 여러 활동 장소와 갖가지 뉴스들에서 사라진 사례들은 시사해주는 바가 많다. 

 

중국 작가 왕멍(王蒙, 왕몽,1934~)은 1980년대에 문화부 부장도 했던 명사로서 여러 분야에 아는 사람들이 많다. 1990년대에 한 미국인이 그를 보고 예전에 중국이 미국과 맞설 때에는 미국의 “중국 전문가”들이 정부의 중시를 받았고 벌이도 좋았는데, 중, 미가 화해하는 바람에 “중국 전문가”들의 몸값이 떨어졌다고 투덜거렸다. 왕멍이 농조로 그럼 중국이 미국과 사이가 좀 긴장해져야겠느냐고 물었더니, 그 미국인과 동행자들이 입을 모아 제발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대답해,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한다. 

 

냉전초기부터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외국어 방송가운데서 첫자리를 차지하는 게 러시아어방송이었다. 허나 21세기에 들어와서 미, 러 관계변화 및 인터넷의 발달 등 원인으로 러시아어 방송이 취소되어 러시아어로 먹고 살던 사람들이 밥통을 잃어버렸다. 실업소식까지는 국제뉴스감이었으나 뒷날 그 사람들이 어디에 가서 뭘 해 먹고 사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러시아어 방송 취소보다 훨씬 앞선 시기를 살펴보면 1960년대 말부터의 10여 년 동안 미국으로 옮겨간 소련인이 10만 명을 윗돌았는데, 정식 수속을 밟은 이민과 망명객들로 나눌 수 있다. 그 가운데는 소련에 관한 일들을 하거나 책들을 쓰는 등 방식으로 밥벌이, 돈벌이를 한 사람들이 꽤나 되었다. 어떤 작가는 베스터셀러를 내놓아 호평을 받기도 했다. 헌데 1991년 소련이 해체된 다음에는 “소련밥”을 먹던 사람들이 폴싹해버렸다. 나름 성공한 대표인물로 꼽히던 사람들마저 뒤안길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미국은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돈 많은 나라였는데도 인간들이 용도가 없다고 판단하면 곧 폐기해버렸거늘 영국이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영국이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었으나 죽 내리막길을 걸었고 이제 와서는 유럽동맹에서와 탈퇴(“이혼위자료”가 만만치 않다)와 스코틀랜드 독립경향 등으로 제 코가 석 자인 판이면서 조선의 “개방”에 관심을 돌리고 나아가서는 반도의 통일에 기여한다는 태도를 취해 한국어방송을 진행한다는 게 참으로 비현실적이다. 

글쎄 어느 시점에서 BBC방송을 듣고 탈북을 결심했다는 탈북자가 BBC의 인터뷰를 받는 프로도 나올 수 있겠다만, 한국어방송이 얼마나 유지될지 낙관하기 어렵다. 

 

어찌 보면 조선을 열심히 비하하고 비난하는 일부 “탈북자”, “전문가”, “북한 소식통”들이야말로 조선이라는 나라의 건재와 서방과의 대결상태를 은근히 바라면서 기도할 수 있다. 반도를 둘러싼 정치, 군사정세가 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면 그들의 밥벌이, 돈벌이가 위태로워지니까. 요즘처럼 남북관계가 조금 풀리기만 해도 그들은 속이 두근거릴 가능성이 높다. 

아이러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민족 국제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