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당 서울 강북구 갑 김은진 후보(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5일 최근 미래통합당 의원들을 비롯해 보수 인사들이 박근혜 석방을 제기하는 것과 관련해 기고 글 ‘박근혜 석방의 세 가지 요건과 가능성’을 보내왔다.
김 후보는 법률적으로 보았을 때, 검찰이 마음먹으면 박근혜가 형집행정지로 석방될 수 있기에 국민들이 다시 촛불로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편집자 주)
아래는 김 후보의 기고 글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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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석방의 세 가지 요건과 가능성
권영해 전 안기부장,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정대철 전 열린우리당 대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박지원 국회의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이 명단은 지난 세월 형집행정지를 거쳐 사면을 받은 인물들이다.
형집행정지는 수감생활이 어렵다는 판단이 있을 때 그 사정이 없어질 때까지 형의 집행을 정지하여 석방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다양한 언론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형집행정지는 형사소송법 제470조와 471조 및 제471조의2 등 3개 조에 정해져 있다.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심신의 장애로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 있는 때에는 형을 선고한 법원에 대응한 검찰청 검사 또는 형의 선고를 받은 자의 현재지(당사자가 일정한 기준 시점에 위치하는 곳)를 관할하는 검찰청 검사의 지휘에 의하여 심신장애가 회복될 때까지 형의 집행을 정지한다. 이 형집행정지는 형을 집행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이다.
두 번째로는 형의 집행으로 인하여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때, 연령 70세 이상인 때, 임신 6월 이상인 때, 출산 후 60일을 경과하지 아니한 때, 직계존속이 연령 70세 이상 또는 중병이나 장애인으로 보호할 다른 친족이 없는 때, 직계비속이 유년으로 보호할 다른 친족이 없는 때 또는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 검사의 결정에 따라 형집행정지가 가능하다.
형집행정지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질병을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하는 경우이다. 대부분의 경우 질병으로 인하여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명에 위험이 있고, 교도소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때가 아니면 형집행정지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자 이것이 형집행정지제도이고 또 그 현황이라는 것을 전제로 최근 불거지고 있는 박근혜 석방요구에 대해 살펴보자.
상당수의 사람이 지난 2번의 형집행정지 요구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당시에 형집행정지를 허락받지 못한 것은 박근혜 측이 주장한 질병이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치료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대신 병원에서 자비로 수술하고 재활하는 기간을 주어 78일 동안 병원에서 생활했다. 지난 2번의 경우에도 허락하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안 할 것이라는 기대는 가능한 것인가.
형집행정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우선 법에서 정하고 있는 형집행정지 사유에 해당하는가의 문제이다.
법 조문을 그래도 해석하면 그야말로 죽을병에 걸려야 형집행정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법 해석의 문제일 뿐 현실에서는 이것이 바로 온 국민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전형적인 사례라 하겠다. 흔히들 정치계나 경제계의 거물들이 구속되면 우리는 늘 당연하다는 듯이 다음 단계를 예상한다. 그들은 어쩜 그리도 약속이나 한 듯이 사지 멀쩡하게 다니던 사람들이 어느 날 문득 법정에 나올 때 하나같이 휠체어를 타고 오는가. 그리고는 지병이 악화되었다면서 보석을 신청하고, 구속집행정지에 더 나아가 형집행정지까지 모든 것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낸다.
실제 2008년 10월 23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박민식 의원이 ‘회장님 구하기 7대 비책’을 자료로 준비해 온 바 있다. 그에 따르면 7대 비책은 “첫째, 끌면서 무마시켜라. 둘째, 불구속 수사를 요구하라. 셋째, 영장을 기각시켜라. 넷째, 집행유예를 받아라. 다섯째, 법정구속만은 피하라. 여섯째, 구속집행정지 또는 형집행정지를 노려라. 일곱째, 사면은 필수!”이다.
이 덕을 본 사람은 무수히 많다. 앞에서 언급한 이들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그들이 그야말로 죽을병이었던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다양한 명분을 내놓으면서 수술 예후 등을 이유로 또다시 형집행정지를 신청한다면 말이다. 수술이라는 것이 나이가 들수록 그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고 오십견이나 디스크처럼 수술 이후에 재활이 필요한 경우에는 더욱더 그럴싸한 핑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정도의 법조문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 실제 의사와 짜고 허위진단서를 통해 형집행정지를 받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는 검찰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이다. 작년까지는 그래도 국민들 눈치를 조금은 본 탓인지 검찰이 박근혜의 형집행정지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올해도 그러할 것이라고 장담을 하지는 못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기를 시작하고 후속 인사를 진행한 후 8월에 본격 가동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쌓인 문제들을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그러나 윤석열 사단이 8월에 시작한 것은 삼성 문제도, 사법적폐 문제도 아니었다. 조국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그동안 숱한 인사청문회에서 온갖 비리들이 나왔지만, 인사청문회 기간 사실 확인이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 직접 나서서 압수수색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의혹을 제기하면 그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고 검찰이 정보를 흘리면 그걸 빌미 삼아 국회에서 또다시 문제를 제기하고 마치 자유한국당과 검찰이 탁구 경기를 하듯이 서로 주고받으면서 문제를 키워왔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이명박이 내정한 장관들이 하나같이 비리에 연루되어 있었으나 그 어느 것 하나 검찰에 의해 수사까지 이어져서 구속까지 간 사례를 본 적이 없다. 당시에는 강남에 땅을 가진 땅 부자라는 의미의 강부자 내각,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인사라는 고소영 내각이라는 별칭으로까지 불리면서 인사청문회까지 가기 전에 포기한 인사들이 적지 않았다. 이는 박근혜 때도 마찬가지이다. 소위 성균관대, 고시, 경기고 인사라고 하여 성시경 인사라고 불렸다. 그 가운데에도 비리에 연루된 인사들이 적지 않았다. 그때의 검찰과 지금의 검찰과는 다른가?
많은 고위직 인사들이 탈세, 부정축재 등 각종 비리에 얽혀 있고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쳤건 범죄사실이 발견되면 수사와 기소를 하는 것은 검찰의 고유 업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국 사태는 거의 수백 건에 달하는 압수수색이 있었고 엄청난 비리가 있는 듯이 검찰, 자유한국당, 언론까지 삼박자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한통속으로 움직였다. 문제는 그렇게 한바탕 쓸고 지나간 후 정작 재판이 시작되었지만, 재판과정에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한 문제점만 드러날 뿐 제대로 된 혐의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사람이 의외로 문재인이 임명한 사람이니 적어도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을 본다. 아마도 박근혜의 두 번째 형집행정지 신청이 윤석열 사단이 출범한 후에 진행된 것이기에 더욱 그렇게 생각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 짐작은 된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 보자. 윤석열 사단이 지난 7개월간 해온 일이 무엇인가. 조국 사태 외에 윤석열은 지난 7개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삼성도, 이재용도, 사법적폐도, 나경원도 손댄 것이 하나도 없다. 임기를 시작하면서 공정한 경쟁 질서를 위해 싸우겠다고 하고 국회에 가서는 수사의 양을 줄이겠다고 했으나 그가 줄인 것은 국민들이 원했던 적폐들에 대한 수사였고 검찰개혁을 원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는 과도하게 그 양을 늘렸다. 전체 수사 양은 줄었는지 몰라도 검찰의 표적 수사는 도를 넘었다.
7개월이 지나는 동안 윤석열은 인사청문회 때와는 완전 반대로 마치 권력에 대항하는 전사처럼 자유한국당과 언론적폐들의 옹호를 받고 있다. 법조계의 많은 이들이 윤석열을 ‘검찰주의자’, 또는 ‘검찰이 공정사회의 핵심이라고 믿는 사람’ 등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그 평가대로 그는 검찰이 그동안 누려왔던 권력에 그 어떤 개혁의 칼이 들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이 정부를 공격 못 해 안달이 난 야당과 언론들과 발을 맞추고 있다. 자신들이 그동안 누려왔던 권력에 대한 집착이 똑같이 닮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권력을 누리던 시절로의 회귀를 꿈꾸는 것 역시 닮아 있다. 이제 마치 운명공동체처럼 같은 이익을 위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길 위에 박근혜 석방이 놓여 있다. 윤석열이 그토록 바라는 검찰 권력의 시대와 박근혜는 동일 선상에 놓여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윤석열이 추미애 장관의 검찰개혁 의지를 꺾기 위해서라도 박근혜 형집행정지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세 번째는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가 이를 승인해 줄 것인가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법은 심의위원회를 개최하라고만 정하고 있지 심의위원회 결과에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는 않다. 즉, 결정 권한은 검찰에게 있는 것이지 심의위원회에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세 개의 관문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관문은 하나하나가 검찰에게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관문이다. 적당히 중병이라고 진단서를 가져오고, 검찰이 그에 따라 형집행정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심의위원회의 의견을 따를 필요도 없다. 결국 여전히 형집행정지 제도는 검찰의 진짜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적용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검찰이 마치 하나하나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있는 권력 집단이라는 것이 이미 확인되고 있는 마당에 형집행정지라는 유효한 제도가 박근혜에게만은 유독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접는 것이 좋다. 특히 지금처럼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되어 다시 재판 중인 사안에서는 대통령의 사면권은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은 오직 검찰만이 박근혜의 형집행정지에 대해 결정할 권한이 있다. 그리고 지금 검찰은 대통령은커녕 법무부 장관의 말도 듣지 않는 조직이 되었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윤석열이 검찰로서 제대로 일을 할 것이라고 믿을 것인가. 아니면 윤석열이 그런 일은 꿈도 꾸지 못하도록 미리 선을 그어 놓을 것인가.
백번 양보해서 미래통합당이나 언론이 회귀하고자 하는 권력과 윤석열이 뺏기지 않으려고 하는 권력은 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권력의 질이 다르다고 하여 그 권력을 추구하는 인간들의 욕구까지 다르겠는가. 검찰 권력을 뺏기지 않으려는 윤석열과 총선을 앞두고 보수대통합을 통해 다시 정치 권력을 가지려는 미래통합당과 언론의 화살은 현 정부를 향하고 있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같은 배를 타고 있는 미래통합당과 언론, 그리고 검찰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역시 대통령 탄핵까지 만들어 낸 국민들의 촛불 외에는 없다. 우리가 다시 광화문에 모여야 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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