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좌파연합 ‘존엄성을 지지하다’의 가브리엘 보리치 후보가 당선됐다.
보리치는 2011년 칠레 학생 시위를 이끌어 2014년 의회에 입성한 학생 단체 지도자 출신으로, 현재 재선 하원의원이다. 보리치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독재 정권이 남긴 신자유주의 경제 모델을 매장하고, 부자에 대한 세금을 인상해 사회 서비스를 확대하고 환경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엘리야스 자부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대학 경제학부의 교수는 칠레 대선을 앞두고 중국국제방송에 기고한 칼럼에서 남미에서 고양되고 있는 좌파연합의 반패권, 자주운동의 열기를 전체적으로 조망해 소개했다.
남미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다른 백 년 이래경의 [격동세계]’에 올라온 글을 아래에 소개한다. (편집자 주)
남미에서 일고 있는 반패권, 자주화의 흐름과 중국의 위상
라틴아메리카 지역을 공식적으로 독립의 과정으로 이끈 대투쟁이 시작된 이래 2세기가 흐른 현재, 여전히 남미 지역의 진보집단을 둘러싸고 있는 중차대한 현안은 소위 ‘제2의 독립’을 언제 쟁취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남미 지역에 관심이 있는 세계인들에게 라틴아메리카는 사실상 미국의 ‘뒷마당(Backyards)’으로 알려졌다. 즉, 미제국주의가 자신의 이익을 침해하는 남미의 정부에 무력을 직접 동원하여 전복하거나, 경제적 붕괴를 초래하는 제재를 부과함으로써 미제국주의가 항상적이고 공개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지리적 영향권과 지정학적 지배의 지역이라는 것이다.
예외가 있다면, 군사적 폭력 상황과 가학적인 경제봉쇄에도 불구하고 1959년 혁명 이래 국가의 존엄성을 유지해온 용감한 쿠바사람들이다.
베네수엘라도 비슷한 처지에 처해 있다.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매우 가혹한 경제적, 정치적 봉쇄라는 외부적 위협에 처해 있지만 볼리바리안 혁명 정신으로 자주적 단결과 주권을 견지하고 있다. 경제봉쇄의 실례로 베네수엘라 정부 소유의 해외 달러가 동결되었으며, 국제결제시스템(SWIFT)에서 국가의 이름이 제거되는 등 2중 3중의 제제로 인도주의적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것은 미국이 라틴아메리카에서든 세계에서든 패권 규칙을 거부하는 국가들에 들이대는 소위 미화된 ‘인권의 개념’이다.
라틴아메리카가 미국의 ‘지리적 영향권의 지역’인 동시에 이 지역은 미제국주의 사슬의 약한 고리이기도 하다. 최근에 라틴아메리카에서 잠재적인 반패권 운동이 매우 강하게 나타났다. 에보 모랄레스가 지도하는 볼리비아는 쿠데타도 모랄레스의 사회주의 운동세력(MAS)이 정부로 복귀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례라 볼 수 있다.
또 다른 예는 진보적인 정치세력이 모두 결집한 페루이다. 그리고 나(필자)의 조국인 브라질에서는 2016년 의회 쿠데타 이후 들어선 우익정부가 조만간 진보세력으로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다가올 총선에서 보우소나루의 패배가 라틴아메리카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브라질의 영토에서 막대한 석유 매장량이 발견된 이후로 브라질이 세계에서 가장 큰 지정학적 게임의 진원지 중 하나가 되었다고 주장해 왔다. 민중이 지지하는 룰라 다 실바의 집권 복귀는 미국의 정책에 큰 차질을 일으키며 오랫동안 기다려온 ‘라틴아메리카의 제2의 독립’의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데니스 몬카나 니카라과 외무장관이 화상으로 국교 체결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이 지역에는 현재 지정학적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흥미로운 움직임은 지난달 니카라과가 대만과 단절하고 베이징 정부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중국 인민의 합법적인 정부 대표자로 인정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미제국주의는 중국에 대한 세계적인 반대 여론을 형성하고 동시에 호주, 일본 및 미국의 허수아비 국가들의 군사 능력을 향상하면서 중국과 국지적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군사 및 선전 능력을 광범위하게 확대해 왔다. 또한 한반도와 남중국해에도 광범위한 불안정을 조장하였다. 한마디로 미국이라는 존재가 오늘날 세계 안보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에 중국이라는 국가의 존재는 이 지역의 무역과 공공재(농산물과 천연자원을 뜻하는 듯) 수출의 영역에서 매우 강력한 소프트파워의 발판으로 점차 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에 자국의 모델을 강요하고 패권을 행사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 남미 지역 민중들의 강력한 정치적 운동과 더불어 무역과 투자를 진행하면서 타국의 내정 불간섭의 원칙을 견지하면서, 중국이 라틴아메리카라는 무대에서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에는 조금도 과장이 없다.
라틴아메리카 국가가 빈곤해지는 것은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며, 따라서 중국이 제공하는 가능성을 개방적으로 수용하는 전략적인 자세를 취하려는 판단의 여부는 지역 국가들의 몫이다.
남미 국가들의 두 번째 독립을 위한 투쟁은 필연적으로 정치적 선택을 통하여 민중이 지지하는 진보적 세력이 정치를 이끌면서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능력과 동시에 중국을 거대한 공공재 수출대상국으로 전환함으로써 열리는 거대한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이미 알베르트 페르난데스가 지도하는 아르헨티나가 중국과 체결한 훌륭한 동반관계가 보여주듯이 그는 위의 생각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 니카라과에도 미래를 향한 전략적 프로젝트가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확실하게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덩샤오핑이 1988년에 제시한 ‘평화공존 5원칙에 관한 새로운 국제질서 확립’이라는 선언에서 브라질의 발전이 없는 라틴아메리카의 시대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예언이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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