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아침햇살201] ‘정권의 종말’과 ‘강화된 다음 단계 조치’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2/11/02 [12:32]

[아침햇살201] ‘정권의 종말’과 ‘강화된 다음 단계 조치’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2/11/02 [12:32]

미 국방부가 10월 27일 국방전략보고서(NDS), 핵태세검토보고서(NPR),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MDR) 등 주요 전략보고서를 동시에 발표했다. 이를 통해 바이든 정부의 군사전략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핵태세검토보고서에서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 4개 나라를 콕 집어서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 가운데 북한에 대해서는 “미국이나 동맹국·협력국에 대한 어떠한 북한의 핵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그것은 곧 북한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하였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우리는 미국이 동맹국·협력국 방어를 포기하거나 수용할 수 없는 조건으로 분쟁을 끝내도록 강요받지 않을 것임을 중국에 계속 명확하게 전달하는 유연한 억제 전략과 군사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하였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대규모 공격을 막기 위해 우리는 현대적이고 탄력적인 3대 핵전력을 배치할 것”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3대 핵전력’이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를 뜻한다. 이란에 대해서는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라고 하였다. 모두 무미건조하고 평이하게 미국의 전략을 서술하고 있고, 중국에 대해서는 말을 빙빙 돌리는 느낌마저 든다. 

 

유독 북한에 대해서만 ‘정권의 종말’과 같은 과격한 표현을 쓴 것이다. 무언가 부자연스럽다. 

 

1. 배경

 

만약 미국이 북한을 쉽게 ‘종말’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정도의 가벼운 적이라 인식했다면 ‘정권의 종말’과 같은 과격한 표현을 굳이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벼운 적은 비중 있게 다룰 이유가 없다. 예를 들어 핵개발을 중도에 포기했던 반미 국가 리비아의 경우 2002년 핵태세검토보고서에 북한, 이라크, 이란과 함께 한 번 거론된 게 전부며 2010년 핵태세검토보고서에는 아예 언급도 되지 않았다. 미국은 이런 나라를 비중 있게 다루는 것 자체가 자국의 위신을 떨어뜨린다고 여길 것이다. 

 

그런데 이번 핵태세검토보고서와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는 북한을 중국, 러시아와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미국은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규모의 경쟁자는 아니지만 미국과 동맹국·협력국에 억제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 핵, 탄도미사일, 화학 무기 비축 등의 능력을 확장, 다양화, 개선하여 미국 본토와 인도·태평양 지역에 지속적인 위협과 위험이 커지고 있다”라며 북한이 미국 본토에 위협적인 존재임을 인정하고 있다. 여기서 ‘억제 딜레마’란 북한의 핵능력을 억제하려 할수록 오히려 핵능력이 커지는 상황을 뜻한다. 

 

그렇다면 미국이 ‘정권의 종말’ 같은 과격한 표현을 부자연스럽게 쓴 배경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원래 무서운 대상 앞에서 괜히 과격한 말을 하면서 자신이 겁먹지 않았다며 허세를 부리는 경우는 흔하다. 미국도 이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 사실은 북한에 의한 ‘미국의 종말’을 두려워한 나머지 거꾸로 ‘북한의 종말’이라는 말을 꺼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렇게 보는 데는 4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북한은 ‘미국의 종말’을 실현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에서 “어떤 세력이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군사적 대결을 기도한다면 그들은 소멸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또 2019년 10월 삼지연을 현지지도할 때는 “미국을 위수로 하는 반공화국 적대 세력들이 우리 인민 앞에 강요해온 고통은 이제 고통이 아니라 그대로 우리 인민의 분노로 변했다”라고 하였다. 

 

이처럼 북한은 미국에 대한 분노가 매우 크고 만약 전쟁이 난다면 미국을 ‘소멸’해버리겠다는 의지가 높다. 북한은 전부터 ‘미국의 종말’을 자주 언급했다. 2009년 6월 25일 조선중앙통신은 “미제가 전쟁을 또다시 도발한다면 세계 지도에서 영원히 없애버리겠다”라고 하였으며, 2018년 1월 23일 노동신문은 “(미국이) 이 땅을 침범한다면 그때에는 미국에 항복서에 도장을 찍을 놈조차 남지 않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북한은 ‘미국의 종말’을 실현할 의지만 높은 게 아니라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북한이 보유한 핵미사일들은 미 본토를 타격해 ‘미국의 종말’을 불러올 것이다. 

 

미국이 이번에 발표한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는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지속해서 개선, 확장 및 다양화하여 미국 본토와 전역에 있는 미군, 지역 동맹국·협력국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라고 서술했다. 또한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 사실도 인정했다. 

 

또 “미국 본토의 미사일방어체계는 러시아와 중국의 거대하고 정교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공중·해상 발사 탄도미사일을 격퇴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그럴 능력도 없다”라고 인정하였는데 이는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또 “탐지와 방어 체계를 회피하도록 설계된 극초음속 무기는 핵·재래식 능력, 새로운 비행경로와 기동성으로 인해 크고 복잡한 위협을 준다”라고도 하였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미 본토와 해외 미군기지 공격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북한이 전쟁 발발과 동시에 미국 상공에 핵미사일을 날려 보내 슈퍼 전자기펄스(EMP)탄을 터뜨린다면 미국의 모든 전자기기는 마비된다. 뒤이어 날아든 다탄두 대륙간 탄도미사일에서 흩뿌려진 핵탄두들이 주요 시설에 하나씩 떨어지면 ‘미국의 종말’이 현실로 나타난다. 

 

▲ 화성포-17형 발사 장면. 일각에서는 화성포-17형을 다탄두 미사일로 추정한다.     

 

이처럼 북한이 ‘미국의 종말’을 실현할 의지와 능력이 있음을 미국도 잘 알고 있기에 극도의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둘째, 중국·러시아와 달리 안전장치가 없다.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가 ‘미국의 종말’을 가져올 거라는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두 나라와는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러시아와 수교를 하였고 오랜 기간 교류를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사업이나 기타 이유로 양국을 오가고 있으며 유학생도 많다. 

 

양국은 경제 관계도 얽혀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세계 2위 미 국채 보유국이다. 미국이 망하면 중국이 보유한 1조 달러 가까운 미 국채가 휴지 조각이 된다. 러시아도 2021년 기준 미국과 약 344억 달러의 교역을 했다. 미국은 러시아 교역 대상국 5위다. 

 

이런 이유로 중국,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 직접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반면 북한과 미국은 수교도 하지 않았고 교류도 거의 없으며 미국에 있는 북한 사람은 유엔 등 국제기구에 파견된 극소수 인원에 불과하다. 경제 관계도 거의 없다. 북한이 미국에 핵미사일을 쏟아부어도 북한은 거의 피해가 없는 것이다. 

 

셋째, 북한과 미국은 전쟁 상태에 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체결하면서 북미는 정전 상태에 들어갔다. 즉, 전쟁을 완전히 끝내지 않고 전투만 일시적으로 중단한 것이다. 전쟁을 완전히 끝내기 위해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등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아직 성과가 없다. 따라서 북미는 법적으로 전쟁 상태에 있으며 언제든 다시 전투를 재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넷째, 북미 대결의 역사를 봐도 알 수 있다.

 

과거 소련이나 중국은 미국이 함부로 대해도 강력히 대응하지 못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미국이 3차 세계대전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소련은 쿠바에 배치한 미사일을 철거하였다. 또 1999년 코소보 전쟁 과정에 미군이 유고슬라비아 주재 중국대사관을 폭격했지만 중국은 미국의 사과와 보상을 받고 적당히 넘어갔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에 조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남들은 미국의 눈치를 보며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 하는데 그런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1968년 1월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을 보자. 북한은 영해를 침범한 미군 정찰선을 망설임 없이 나포하였다. 미국은 항공모함 3척을 투입해 북한을 공격하려 했지만 북한은 겁을 먹기는커녕 “보복에는 보복, 전면전에는 전면전으로”라며 전시 동원체제에 들어갔다. 결국 미국은 영해 침범을 인정하고 사과를 한 후에야 승무원들을 귀환시킬 수 있었고 푸에블로호는 끝내 돌려받지 못했다. 

 

1969년에는 북한 영공을 침범한 미 해군 전자정찰기 EC-121, 미군 헬리콥터 OH-23G를 북한이 격추했다. 상대가 누구든 일단 영공이나 영해를 침범하면 그냥 돌아갈 수 없다는 게 북한의 원칙인 듯하다. 

 

1976년 8월 판문점 도끼 사건 당시 북한은 미국이 합의 없이 나무를 자르려 한다는 이유로 육박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미군 장교 2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미국은 당장 북한을 공격할 것처럼 핵항공모함을 투입하고 데프콘 2(공격준비태세)를 발령했지만 북한은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였고 결국 미국은 전쟁을 포기하고 나무를 베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사실 미국이 북한에 덤볐다가 괴멸적인 타격을 입은 시작은 한국전쟁 초기 스미스 특수부대의 오산전투다. 1950년 7월 5일 오산에 도착한 스미스 특수부대는 미군 부대 최초로 북한군과 전투를 벌였다. 그들은 미군이 나타났다는 말만 들어도 북한군이 도망갈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정작 선두에 등장한 북한군 전차는 스미스 특수부대의 공격을 받고도 무시하고 그대로 방어선을 돌파한 뒤 지나가버렸다. 당황한 미군들은 “우리는 한국군이 아니라 미군이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선두 부대가 지나가고 1시간 뒤 북한군 본진이 나타나 일방적 공격을 퍼부어 스미스 특수부대는 540명 중 181명이 전사 및 실종, 120명이 다치는 괴멸적 타격을 입고 도망갔다. 얼마나 정신없이 도망쳤는지 일부 병사는 오산에서 동해안까지 걸어서 도망갔고, 어떤 병사는 서해안까지 도망가 조각배를 타고 부산으로 도주하기도 했다. 

 

이런 역사를 돌아보면 미국은 북한을 자극했다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2. 결과

 

미국이 북한을 향해 ‘정권의 종말’이라는 과격한 표현을 하면 일단 미국 측의 기분은 좋을 것이다. 대북 강경론자들도 환호했을 것이다. 

 

미국의소리(VOA)는 10월 30일 자 보도에서 크리스토퍼 존스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담당 국장이 “매우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 대북 억지에 도움을 준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소개했다. 또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정권의 종말’이 “강력하고 중요한 메시지”라면서 “이 메시지를 계속 언급하면서 재강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국내 반북 언론들도 대서특필하며 한껏 기대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한국경제는 한술 더 떠 표현으로 끝내지 말고 진짜 ‘정권의 종말’이 가능하도록 구체적 실행력도 갖춰야 한다는 사설을 쓰기도 했다. 아마 윤석열 대통령도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의 과격 표현은 동맹 달래기를 노린 측면도 있어 보인다. 

 

문제는 다음이다. 미국이 과격한 표현을 던졌으니 북한도 강대강 원칙에 따라 강경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과거에도 북한은 미국이 과격한 표현을 쓸 때마다 그에 맞는 대응을 했다. 

 

2002년 1월 29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연례 일반교서에서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지칭했다. 이후 북미관계는 악화 일로를 걷다 2003년 1월 10일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즉각 탈퇴와 미사일 발사 시험 재개 선언으로 미국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결국 미국은 3자 회담을 거쳐 6자 회담장에 나갈 수밖에 없었다. 

 

2005년 1월 18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을 이란, 짐바브웨, 벨라루스, 쿠바, 미얀마와 함께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규정했다. 그러자 북한은 2월 10일 핵보유 선언으로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미국은 어쩔 수 없이 그해 9월 6자 회담 9.19공동성명에 합의하였다. 

 

2017년 8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화염과 분노”를 운운하였다. 그러자 북한은 8월 29일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포-12형을 발사하였고 9월 3일에는 수소폭탄 시험을 단행하였다.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서지 않고 9월 19일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위협하자 북한은 11월 29일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포-15형을 발사하였다. 그리고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결국 이듬해 미국은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미국이 북한을 향해 과격한 표현을 할 때마다 북한의 강경 대응이 이어졌으며 결국 미국이 물러서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벌써 북한은 ‘정권의 종말’ 표현에 대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0월 31일 담화를 통해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주권국가의 ‘정권 종말’을 핵전략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는 미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무력 사용을 기도하는 경우 자기도 대등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라며 “미국이 계속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가해오는 경우 보다 강화된 다음 단계 조치들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또 10월 28일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의 고도가 24km로 매우 낮아 사드로 막을 수 없고, 속도가 마하 5로 매우 빨라 패트리엇 미사일을 이용한 요격도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11월 1일에는 박정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담화를 발표해 한미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규탄하면서 “우리에 대한 무력 사용을 기도한다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의 특수한 수단들은 부과된 자기의 전략적 사명을 지체 없이 실행할 것이며 미국과 남조선은 가공할 사건에 직면하고 사상 가장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정권의 종말’ 표현을 거론하며 “때 없이 허세를 부리기 좋아하는 미국과 남조선의 책임 있는 자들은 저들의 체면 관리가 중요한지 자국의 안전이 더 중요한지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강화된 다음 단계 조치”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가운데 미국은 불안과 공포에 시달릴 것이다.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2017년에도 불안과 공포에 시달렸지만 그보다 더 “끔찍한” 결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7년 어느 날 제임스 매티스 당시 미 국방부 장관은 퇴근 후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워싱턴내셔널 대성당에 들어갔다. 경호원들을 물리치고 혼자 성당에 들어선 매티스 전 장관은 그곳에서 기도와 명상을 하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고민하였다. 당시 매티스 전 장관은 북한이 언제 미사일을 발사할지 몰라 군복을 입은 채로 잠을 잤다고 한다. 그는 “이 문제가 매일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일어난다면 빨리 멈출 방법이 뭔지를 고민했다. 최악의 경우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될 것이기에…”라고 하였다. 이 이야기는 지난해 출판된 밥 우드워드의 『격노』(Rage)에 나온다. 

 

미국의 국방부 장관이 다른 나라와 전쟁을 하거나 군사적 대립을 하면서 이 정도까지 고심했다는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도 있다. 리영희 선생의 책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두레, 1994)에는 주한미군 사령관 출신들이 미국에 돌아가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증상을 보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북한을 상대하면서 얼마나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는지 짐작이 간다. 

 

이제 미국은 2018년 1월 13일 하와이에 미사일 경보가 잘못 울리는 바람에 주민과 관광객들이 공황 상태에 빠졌던 공포의 38분 같은 일들을 무시로 겪어야 할 수 있다. 

 

3. 전망

 

북한이 말하는 “강화된 다음 단계 조치”가 무엇일지 생각해보자. 그동안 북한은 신형 핵미사일을 개발해 시험발사에 성공한 뒤 실전배치를 하였다. 그리고 명령체계에 따라 임의의 시간, 임의의 장소에서 다양한 조합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실전 훈련도 여러 차례 하였다. 그다음은 실전밖에 남은 게 없다. 강대강의 끝은 전쟁이다. 

 

한편 최근 미국 내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실패했으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시선을 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0월 9일 대북 전문가를 인용해 미국은 북한을 비핵화하려던 지난날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앙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핵정책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이미 (비핵화 싸움에서) 이겼다. 쓰디쓴 현실이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그걸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드 오캐럴 코리아리스크그룹 대표는 “대부분의 미국 고위 관리들은 이제 비핵화가 일어나지 않을 거란 점을 개인적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말할 수도 없고, 말하지도 않을 것”이라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0월 24일 칼럼에서 “수십 년간 지속된 한반도 비핵화 구상은 실패했다”, “북한이 지난달 자신을 핵보유국으로 선언한 이후 미국과 그 동맹은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에 앞서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MIIS)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책임자인 제프리 루이스 교수도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는 주장을 했다.

 

이처럼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공존의 길을 찾자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가운데 과연 미국이 전쟁을 피해 새로운 길로 나갈 수 있을지 지켜보자.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아침햇살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