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없다.
세계적인 도시라 하는 서울에서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참사가 났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
그러나 대통령은, 정부는, 서울시는, 용산구는, 경찰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모두 다 책임회피에 급급하다.
지난 11월 5일 태평로 일대에서 촛불행동이 주최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과 청년진보당 등 청년단체가 주최한 ‘이태원 참사 청년 추모 촛불집회’에서는 이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들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
“퇴진이 추모다!
“막을 수 있었다. 국가는 없었다”
“살릴 수 있었다. 윤석열이 책임져라!”
추모 촛불집회에 나오지 않지만 대부분 국민도 공분을 느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오후 조계사 위령 법회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위패도, 영정 사진도, 유가족 한 분 없는 분향소에 6일 연속으로 윤석열의 비인간적인 조문을 보면서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김영삼 정부의 육·해·공의 대형참사
김영삼 정부는 대형사고 등으로 8번이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래서 ‘사고 공화국’이자 ‘사과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왔다.
1993년 3월 28일 78명이 희생된 구포역 무궁화 열차 탈선‧전복, 7월 26일 66명의 희생자를 낸 아시아나 비행기 목포 인근 산 충돌 추락, 10월 10일 292명이 수장된 전북 부안군 위도 서해훼리호 침몰 등 사고가 잇따라 터졌다.
1994년 10월 21일 32명이 희생된 성수대교 붕괴, 10월 24일 30명이 희생된 충주호 유람선 화재, 12월 7일에는 12명의 희생된 서울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 등의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1995년 4월 28일 101명의 희생자를 낸 대구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 가스 폭발 , 6월 29일 502명이 희생된 삼풍백화점 붕괴 등 그야말로 대형 참사가 빈발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 때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새 정부 출범 이래 대형 안전사고가 수차례 발생하고 있는데 대해 국민 앞에 거듭 죄송하고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라며 사과했다. 그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때에도 “참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사과를 했다.
그러나 1994년 10월 26일 방송사 노조협의회는 정부와 권력의 눈치 보는 언론사에 대해 “아직도 방송을 정권의 홍보 도구로 이용하려는 정권과 이에 쉽게 굴복, 또는 영합하는 언론은 서해훼리호 사고에서부터 성수대교 붕괴, 충주호 유람선 사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고의 공범일 수밖에 없다”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비판했다.
이후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 때도 여러 화재와 붕괴 참사가 있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참사 사고
김대중 정부에서 발생한 주요 참사로는 1999년 6월 30일 23명이 희생된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10월 30일 56명이 숨진 인천 인현동 호프집과 당구장 건물 화재가 있다. 인천 인현동 화재 사고 후 업소 주인이 경찰과 유착해 불법 영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김대중 대통령은 바로 경찰청장을 경질했다.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화재로 19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회의에서 “희생자 가족과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한다. 하늘을 우러러보고 국민에게 죄인 된 심정으로 사후 대처하겠다”라고 사과했다.
문재인 대통령 때는 크고 작은 화재와 붕괴 참사가 많았다.
2017년 12월 3일 15명의 희생자를 낸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로 문재인 대통령은 조의를 표하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같은 사고를 막지 못한 것과 또 구조하지 못한 것은 결국은 국가의 책임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국가의 책임은 무한책임이라고 여겨야 한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2017년 12월 21일 29명이 숨진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화재, 2018년 1월 26일 47명이 희생된 밀양 세종병원 화재, 11월 9일 7명이 숨진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 2020년 4월 29일 38명이 희생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등 유독 화재 사고가 잇따라 있었다.
또한 2021년 6월 9일 9명이 숨진 광주 학동 빌딩 붕괴, 2022년 1월 11일 6명이 희생된 광주 화정 아이파크 외벽 붕괴 등 붕괴사고도 잦았다.
그러나 수구 정권인 이명박, 박근혜 때의 대형참사는 이와는 달랐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 그리고 나라는 없었고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의 용산 참사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의 재개발구역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경찰의 강제 진입으로 화재가 발생해 6명(철거민 5명, 경찰 1명)이 숨지고 23명이 부상했다.
이명박 정부는 남일당 망루 시위가 시작된 지 불과 25시간 만에 ‘테러리스트’들을 상대하는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다. 절박한 마음에 살아보자고 망루에 올라간 사람을 국가공권력이, 국가가 살인한 것이다. 그래서 경찰 진압 작전은 학살이라 할 수 있다.
그날은 너무 추웠다.
강추위가 몰아친 아침에 망루를 향해 내뿜어지던 강력한 수압의 물대포와 치솟은 불길 그리고 쓰러지는 망루 위로 가까스로 탈출한 사람들과 주위 가족들의 “여기 사람이 있다!”라는 절규와 통곡을 우리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다섯 분이 희생되었는데 죽인 자는 없다.
이명박은 구속되었지만 용산 참사의 책임을 묻지 못했다. 당시 진압책임자인 김석기 서울 경찰청장은 국힘당 국회의원으로 여전히 권세를 누리는 상황이다.
용산의 진실이 규명되고 그 책임자들이 처벌되는 것이 진짜 나라다운 나라다.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참사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탑승자 476명 가운데 304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250명의 단원고 고등학생들을 비롯한 304명의 탑승자가 탄 세월호가 수장되는 장면을 TV 생중계로 지켜볼 수밖에 없던, 2014년 4월 16일 그날을 우리는 절대 잊을 수가 없다.
세월호 참사 후 14일 만에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과 발언을 했지만, 진정성 없는 사과로 34일 만에 다시 사과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비롯한 단체들은 지난 2018년 10월 13일, 4.16광장에서 개최된 ‘세월호 참사 전면 재조사·재수사 촉구 국민대회’에서 <우리의 다짐>을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는 ‘304명이 희생된 대참사’입니다. 이것은 전대미문의 대범죄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안전사고가 아니라 세월호 침몰이 일어난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9분에 벌어진 범죄 사건입니다. 그러나 기무사는 4월 16일의 세월호를 완전히 감추려고 했습니다.
‘생존 흔적 발견 시 구조 방기에 대한 문제가 논란이 되어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다’, ‘세월호 선체 하부의 긁힘과 파공이 식별될 것이 우려된다’, ‘그러니 세월호를 인양하지 말고 수장해야 한다’ 등 기무사는 박근혜 청와대와 내통하여 304명이 희생된 곳이자 진실의 증거가 있는 세월호의 인양을 차단하고 참사의 원인을 덮으려고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수사는 모두 거짓말입니다.
박근혜 정권 당시 수사 정보기관인 검찰, 경찰, 기무사, 국정원과 정부 산하 수사 관련 조사연구기관인 해양안전심판원, 선박플랜트연구소가 ‘공조’하여 내린 수사 결론은 모두 거짓말입니다.
이들의 ‘거짓 공조’는 참사의 ‘원인 규명’을 차단하고 은폐하고 왜곡하는 데로 총 집중되었습니다. 이들은 세월호 침몰 사건이 발생한 8시 49분에 가해진 ‘원인’을 감추고 ‘범죄자’를 은닉했습니다.”
원인 규명 없이 우리의 미래, 국민의 생명 안전 담보는 실현할 수 없다.
촛불을 촛불로 끝내서는 안 된다!
이제 추모를 추모로 끝내서는 안 된다!
이제 촛불을 촛불로 끝내서는 안 된다!
원인을 조사하고 책임을 규명하며 그리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또한 안전한 나라를 위한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와 서울시 그리고 용산구는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개념 자체가 아예 없다.
그러면서 도대체 왜 대통령을 하려고 했는지! 왜 서울시장을 하려고 했는지! 왜 용산구청장을 하려고 했는지! 무책임하고 자격도 없는 영혼 없는 자들이다!
사망(死亡)은 일본이 호적법 사망 신고 시 쓰는 용어다. 죽어서 망해서 없어졌다는 인간의 존엄을 무시하는 아주 고약한 말이다. 우리말도 모르는 자들이다!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자들이다!
이번 참사로 희생된 모든 영령과 그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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