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에서 10.29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2차 공청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정부와 국힘당이 2차 가해를 했다’고 입을 모았다.
“1차 청문회 때 제가 거의 빌다시피 하면서 시신 수습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의문점을 제시했지 않았나. 신원조회에 12시간이 걸린 것과 (희생된) 아이들이 나체로 부모에게 인계됐는지 알고 싶다고. 그러면 보건복지부나 소방, 경찰에 자료를 요청하셨나. 자료를 받으셨나.
우리 보고 갈라치기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제일 간절하게 질문했던 것을 갖고 우롱하나. 우리에게 뭘 해줄 것처럼 하더니 아무것도 안 했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주인 말 안 듣는 머슴은 필요 없다.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
고 박가영 씨의 유가족 최선미 씨는 국조특위 위원인 조수진 국힘당 의원에게 위처럼 말하며 절규했다.
이지한 씨의 아버지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국힘당 의원들은) 피 같은 국정조사 시간에 정쟁을 위한 질의를 했다. 모 의원님, 정부를 지키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해 일하라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정쟁의 도구로 딜(거래)하는 일이 절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부탁드리겠다”라고 강조했다.
친동생 ㄱ 씨를 잃은 유가족 서이현 씨는 “(희생자) 명단 발표가 아니라도 누구든지 신원 확인, 이송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유가족에게 브리핑(설명)이라든지 해줬다면 동생 소식을 알게 되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그렇게 막막하고 피 마르진 않았을 것 같다”라며 “유가족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진상규명과 모든 책임자의 처벌”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생존자와 유가족들이 눈물을 삼키며 ‘윤석열 정부, 국힘당 인사들의 2차 가해’를 지적한 말이다.
“저에게 2차 가해는 장관, 총리, 국회의원들의 말이었고 참사 후 행안부 장관의 첫 브리핑을 보며 처음으로 무너져내렸다. ‘예전에 비해 특별히 우려할 정도의 인파는 아니었고 경찰 병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라고 했다. 저는 이 말을 ‘놀러 갔다가 죽은 사람들’이라고 받아들였다.
몇 주 전 고등학교 생존자가 스스로 세상에 작별을 고했을 때 저는 스스로 잡고 있던 끈을 놓칠 뻔했다. 그런 결정을 했을 때 그 마음을 너무 알 것 같아 슬펐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상담) 선생님을 찾아 약의 용량을 늘렸다. 그때 (한덕수) 국무총리가 했던 발언이 생각난다. ‘스스로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말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다. 참사와 같은 재난을 겪은 사람에게 개인적인 극복도 중요하지만 진상규명만큼 큰 치유는 없다.” -생존자 김초롱 씨.
“용산(경찰)서에서 전화가 와서 성남중앙서에 문의하라는 답변을 받아 ‘성남중앙서에서는 용산서에 문의하라고 답변을 받았다’고 말하니 용산서는 사건 서류가 성남중앙서에 있다고 했다. 너무 황당하고 말문이 막히는 상황이다. 이런 어이없는 떠넘기기 상황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고 오빠는 지금까지도 방치되고 있다는 생각만 든다.
행적을 좇던 시간 동안 대한민국 경찰의 행정 처리, 부실 수사, 수사 방치에 정말 진절머리가 나고 치가 떨린다. 저는 아직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도 하지 못하고 사람들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이 자리에 있는 시간조차도 저에게는 트라우마이자 2차 가해다. 정부가 책임을 다해서 해결해야 끝나는 고통이다” -오빠 ㄴ 씨를 잃은 유가족 조경선 씨.
“힘든 시간을 버티고 견뎌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희생자인 여자친구의 가족분들 덕분이다. 희생자를 잃었다는 슬픔에 대해 공감하고 서로를 위로해 버텨낼 수 있었다.
그만큼 같은 슬픔을 공유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유가족들이 서로 만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러한 모임을 만들어주지 않았다. 이 또한 2차 가해다.” -생존자 ㄷ 씨.
“정치인분들은 왜 상황 해결은커녕 오히려 앞장서 2차 가해만 하는지 모르겠다. 책임자들의 무능함에서 오는 창피함과 책임감을 잊고자 그저 피해자 잘못으로 돌려버리면 마음의 무게가 가벼워져서 편하신가.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도 위령비는 세워졌다. 진상규명 거부와 책임 회피 그리고 2차 가해, 앞으로 무엇을 더 계획하시나. 여론조작으로 시민 갈등, 유가족 분열 그리고 극우 집단 지원 등 비겁한 레퍼토리(반복되는 이야기) 재생할 생각하지 말고 정부다운 행동을 부탁드린다.” -고 유채화 씨의 동생 유가족 ㄹ 씨.
“현장에 두 번이나 갔던 용산구청장 박희영은 옆집 아줌마인 양 기자들을 막기만 했고, 현장 상황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청문회 증인으로 앉아 있으면서도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죄송한 마음보다는 직원들이 걱정된다고 하는 등 과연 사람이 할 수 있는 말과 생각인가 의심케 하는 발언만 일삼았다.” -고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
이날 생존자와 유가족들은 정부를 향해 ▲구조·인계 과정 설명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했다.
하지만 앞서 국힘당은 유가족협의회와 야당이 유족·생존자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면담을 추진하자 강력히 반대하는 등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국힘당 의원들은 ‘(조수진 의원 등) 유가족 진술에서 실명이 거론된 의원들이 너무 충격을 받았다’는 이유로 정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여야 국조특위 위원들은 이날 공청회를 마치고 보고서를 작성해 오는 16일 전체회의에서 채택할 계획이다. 여야가 합의한 이태원 참사 국조특위의 활동 기한은 오는 17일까지다.
유가족협의회는 지난해 12월 30일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2차 시민추모제에서 “국정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우리 유가족들을 또다시 기만한다면 절대 우리는 좌시하지 않고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밖으로 나가서 우리 가족들이 그 어떤 고난이 있더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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