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더기 제재’ 중국과 경제전쟁 벌이는 미국
미국이 무더기 대중 제재와 대만해협 근처에서 중국을 자극하는 군사 활동으로 날마다 중국을 겨눈 공세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019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화웨이가 미국의 정보를 빼돌리고 있다’고 화웨이를 제재하며 촉발된 중국과의 경제전쟁은 바이든 정권 들어 강도가 훨씬 세졌다.
바이든 정권이 출범하고 악화일로로 치닫던 미중관계는 지난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미중정상회담 뒤 잠깐 진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2월 미 영토 안에 들어온 ‘중국 풍선’이 정찰·감시용이라고 중국 정부를 비난하며 중국 기업 수십 곳을 무더기로 제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5일(미국 시각) 미 국방부는 항만 크레인을 생산하는 중국 상하이전화중공업(ZPMC)이 첨단 센서 장치로 미국의 정보를 빼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ZPMC가 생산하는 컨테이너 적재용 STS 크레인(안벽 크레인)은 전 세계 크레인 시장의 70퍼센트를 차지할 만큼 입지가 크다.
이와 관련해 공화당 소속 카를로스 히메네스 하원의원은 중국산 항만 크레인 구매 금지를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중국이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정보를 빼돌린다’는 주장은 미국의 단골 전략이다. 미국은 화웨이 제재, 중국 풍선 논란에서도 같은 논리로 중국을 비난해왔다.
여기에는 중국 악마화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노림수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2. “2025년 중국과 전쟁을 준비하라” ‘전쟁’ 언급한 미국
미국이 시작한 대중 경제전쟁은 중국의 정찰·감시를 지목했다는 점에서 대중 군사 전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은 경제전쟁에 이어 무력을 동원한 ‘진짜 전쟁’을 언급했다.
“2025년, 중국과의 전쟁을 준비하라. 머리를 노리고 7미터 거리에서 사격 훈련하라. 중국과의 전쟁 대비 계획을 보고하라.”
위는 지난 2월 27일, 미 유력 언론 NBC가 마이클 미니헌 미 공군 공중기동사령부 사령관이 지휘관들에게 보낸 메모를 입수해 전한 내용이다. 공중기동사령부는 미군의 수송과 보급을 전담하는 기구로 병력 5만여 명과 항공기 약 500대가 이곳 소속이다.
공중기동사령부는 전쟁 발발 시 미 전투기에 공중급유를 하고, 각 부대에 물자를 배달하는 등 최전선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임무를 맡는다.
미국은 ‘방어 능력 제공’을 명분으로 대만에 무기를 쥐여주고, 전쟁용 무기 판매도 승인했다.
지난 2월 27일(대만 시각) 대만 언론 자유시보에 따르면 대만군 관계자는 “중국군 무인기 침입 저지를 위한 원격제어 드론 방어시스템 구매 계획이 진행 중”이라면서 “최전방 도서 지역 부대에 ‘전파교란 드론 건’을 먼저 배치했다”라고 주장했다.
위 대만군의 언급이 나온 날, 무장한 미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이 대만해협 상공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며 중국을 자극했다. 하푼미사일과 어뢰로 무장한 포세이돈의 최고속도는 시속 907킬로미터, 순항거리는 7,500킬로미터, 작전반경은 2,200여 킬로미터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이 대만군을 돕는 이른바 ‘군사고문단’도 대만 내부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23일(미국 시각) WSJ는 미국이 대만에서 대만군을 훈련시키는 미군 병력 30명을 몇 달 이내에 100명에서 200명 사이로 늘리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미군 부대가 대만군이 미군 무기체계를 다룰 수 있도록 하는 훈련과 함께 중국의 잠재적인 공격으로부터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군사 훈련도 병행하게 될 거라고 보도했다.
여기에 대만 군인들이 매해 미국 미시간주 북부에 있는 그레일링 기지(미시간주 방위군 부대)에서 ‘극비 훈련’을 받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주장과 관련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CNN과의 대담에서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지난 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중국·대만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로라 로젠버거가 대만 주재 미국재대만협회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만은 유엔에서 승인받은 ‘정식 국가’가 아니라서 사실상 미국재만협회가 대만에서 미국대사관의 역할을 맡고 있다.
당초 로젠버거가 중국 풍선 논란이 불거진 뒤 국장직을 그만두면서 미국이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오히려 대만에 ‘전진 배치’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3. 대만을 ‘제2의 우크라이나’로 만드려는 미국
미국 안팎에서는 대만에서 중국과 미국 사이 전면전이 벌어지면 미국이 패배할 거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특히 미국은 해군력에서도 중국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23일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부 장관은 내셔널 프레스 클럽 연설에서 “중국은 이제 더 큰 함대를 보유하게 됐고 전 세계에 배치하고 있다”라면서 “특히 중국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더 현대적인 함선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여름, 미 해군이 발표한 ‘2022 항해계획’은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이 함선 340척을 보유 중이고 몇 년 안에 함정을 400척으로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은 함정 292척을 보유해 중국에 밀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 국방부는 오는 2045년까지 유인 함선 350척을 들이겠다고 했는데 이 역시 중국에 비해 열세다.
지난 2월 27일 뉴욕타임스는 “미국은 중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힘들 것”이라고 한 호주 군사 전문가 로스 배비지의 글을 실었다. 배비지는 미 전략예산센터 객원 선임연구원과 호주 전략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배비지는 미국이 중국에 패배할 ‘5대 근거’로 ▲중국의 미국 본토 공격 가능성 ▲중국의 정보전으로 인한 미국 사회의 혼란 가중 ▲해상 운송망을 손에 쥔 중국 ▲미국의 2배인 중국의 제조업 생산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으로 바닥난 미국의 무기고 등을 지목했다.
미국 안팎에서 나오는 분석을 종합해보면 미국이 대만과 손을 잡고 중국과 전쟁을 벌인다고 해도 승리할 전망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끊임없이 대만을 통해 중국을 자극하는 걸까?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미국이 대만을 ‘제2의 우크라이나’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현재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대량 지원하며 대리전을 치르는 중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부터 러시아를 자극하며 미국이 개입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면서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군이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위해 그곳에서 전투를 벌이는 없을 것”이라며 미군의 직접 개입만큼은 거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까지는 러시아가 유럽 시장에서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 공급망을 쥐고 있었다. 그런데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은 독일 등 유럽 각국에 러시아에서 자원을 수입하지 말라고 요구했고, 유럽이 미국산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하도록 만들었다.
미국으로선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자신의 손에는 피를 묻히지 않고 이익만 챙긴 셈이다.
4. 중국 공급망 고립시킨 미국
대만은 섬이라서 전쟁 발발 시 중국이 쉽게 점령하기 힘들다는 특징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전쟁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대만군을 직접 훈련시키고 대만에 무기를 들이는 것도 대만이 중국의 공격에 잘 버티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미국의 관점에서 보면 대만에서 전쟁이 길어질수록 유리하다. 제조업 공급망을 주도해온 중국을 제재하고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킬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마찬가지로 미국은 대만 전쟁을 빌미로 중국이 주도권을 쥔 배터리, 5G, 항만 크레인 등 제조업 공급망을 약화시켰다. 미국은 중국을 뺀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목표로 서방 각국을 이른바 ‘칩4동맹’에 끌어들였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감축법 등으로 중국산 배터리와 설비를 활용한 전기차 등을 미국에 수출할 수 없도록 틀어막았다.
돌아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러시아를 제재하려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러시아와 경제적으로 밀접한 독일 등 서방 각국이 제재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전쟁 국면이 아니었다면 서방 각국은 끝까지 제재에 머뭇댔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시각에서 우크라이나, 대만 전쟁은 승패와 상관 없이 손해 볼 일 없는 남는 장사인 셈이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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