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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 앞세워 국제무대서 입지 높인 이란…“미국은 공동의 적”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3/06/19 [19:53]

‘반미’ 앞세워 국제무대서 입지 높인 이란…“미국은 공동의 적”

박명훈 기자 | 입력 : 2023/06/19 [19:53]

미국의 제재를 받아온 이란이 최근 눈에 띄는 반미 행보로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입지를 높여가고 있다.

 

▲ 2023년 6월 16일(현지 시각),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이란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타기 전 인사하는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 이란 대통령실 홈페이지

 

지난 6(현지 시각) 이란의 체제를 수호하는 최고 정예군 이슬람 혁명수비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파타흐’(정복자라는 뜻)의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혁명수비대는 또 13일에는 자체 개발한 스텔스 전함 샤히드(순교자라는 뜻) 솔레이마니호에 사거리가 2,000킬로미터에 이르는 순항미사일을 처음으로 탑재했다고 밝혔다. 전함의 이름은 지난 20201월 미국에 의해 폭살당한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의 이름을 기린 것이다. 쿠드스군이 혁명수비대 중에서도 최정예라는 점에서 미국과의 대결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알리레자 탕그시리 혁명수비대 해군 사령관은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 전함도 이란 영해에 진입하지 못한다라면서 항공모함 제조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을 겨눈 혁명수비대의 군사적 공세 속에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지난 12일부터 5일 동안 중남미 3개국 순방에 나섰다. 순방에는 보건, 문화, 석유, 경제, 외교 대표단이 함께했다.

 

라이시 대통령이 찾은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쿠바 3국은 모두 미국의 제재를 받는 반미 국가들이자 러시아의 우방국이다.

 

12일 라이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겨눠 우리는 공통의 이익과 비전 그리고 공통의 적을 가지고 있다라면서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관계는 단순한 외교적 관계가 아닌 전략적인 관계라고 덧붙였다.

 

이에 마두로 대통령은 이란은 새로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신흥 강대국 중 하나로서 주역을 맡고 있다라면서 함께라면 우리는 무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30억 달러(대략 38,000억 원) 규모인 양국 간 교역량을 200억 달러(대략 257,000억 원) 규모로 크게 늘리기로 합의했다. 베네수엘라 국영 방송사는 이란과 베네수엘라 측이 공동으로 석유 탐사와 개발을 하는 등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이란, 베네수엘라는 막대한 석유 매장량을 가진 자원 대국이지만 그동안 미국의 제재에 수출길이 가로막혀왔다. 양국 정상의 행보는 미국에 맞서 공동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날인 13일 니카라과를 찾은 라이시 대통령은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과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양국 협력을 강조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미국은 위협과 제재로 우리를 마비시키고 싶어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라고 역설했다.

 

오르테가 대통령 역시 이란이 핵에너지를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라며 미국이 경계하는 이란의 핵개발에 힘을 실었다.

 

15일 라이시 대통령은 쿠바 수도 아바나에 있는 아바나 혁명 궁전에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라이시 대통령에게 베네수엘라·니카라과·쿠바 그리고 이란은 양키 제국주의와 그 동맹국들의 제재, 봉쇄, 간섭에 끈질긴 저항으로 용감하게 맞서야 했던 나라들이라며 이번 (라이시 대통령의) 방문은 이란과 복잡한 국제 문제에 관해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강화해줬다라고 밝혔다.

 

라이시 대통령도 이번 회담과 관련해 이란과 쿠바는 공동으로 많은 것들을 발굴했다라면서 우리는 관계를 매일 강화하고 있다라고 화답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언급한 양키는 미국을 낮춰보는 표현이다. 미국과 대결해온 이란, 쿠바의 관점에서 제재와 정권 붕괴 공작 등 적대 행보를 해온 미 제국주의의 횡포를 강하게 비난한 셈이다.

 

라이시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과 관련해 튀르키예 출신으로 한국에 귀화한 언론인 알파고 시나씨 씨는 지난 1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알파고의 지식램프’에서 라이시 대통령이 순한맛 반미행보를 보여 온 이전 이란 정부와 비교해 봐도 매운맛 반미행보를 보였다고 짚었다.

 

알파고 씨에 따르면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의 전통적 중남미 우방국인 베네수엘라와 쿠바에 더해 니카라과까지 방문하면서 전임 이란 정부보다도 미국을 겨눈 반미 기조를 더욱 강화했다.

 

미국을 겨냥한 라이시 대통령의 행보는 중남미 순방을 마친 직후에도 거침이 없었다.

 

17,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 수도 테헤란을 찾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이잘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외무부 장관을 맞았다. 7년여 만인 사우디 외무부 장관의 이란 방문은 지난 3월 국교 정상화 합의 이후 진전된 양국 관계를 보여준다.

 

라이시 대통령은 알 사우드 장관을 환영하는 자리에서 이란은 무슬림 국가들과의 관계 확대에 아무런 장애가 없다라면서 “(이슬람권에서) 가장 강력하고 영향력이 있는 두 나라가 협력하게 됐다며 훌륭한 이웃인 양국이 서로 국익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슬람권의 양대 종파인 시아파의 맹주 이란과 수니파의 종주국 사우디의 관계 개선을 특별히 강조한 것이다.

 

알 사우드 장관은 호세인 아비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부 장관과 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동 지역 안보와 관련해 해양, 항해, 수로 안전과 관련한 양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는 양국이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공동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란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까지도 군함과 무인수상정을 들이는 등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이란의 영해를 침범했다.

 

또 알 사우드 장관은 라이시 대통령에게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의 초청장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라이시 대통령은 조만간 사우디를 방문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미국은 지난 6~8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의 사우디 방문 과정에서 미국은 중동을 떠나지 않았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은 반미를 기조로 한 라이시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과 사우디와의 관계 강화 행보에도 별다른 대응조차 내놓지 못했다.

 

지난 12일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우리(미국)는 어느 나라가 누구와 관계를 맺고 누구와 대화하고 누구를 방문하도록 할 것인지 선택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라면서 대화는 그들의 권한이라며 수세적인 태도를 보였을 뿐이다.

 

이는 중동 지역에서 힘이 빠진 미국의 처지를 보여준다.

 

반면 이란은 라이시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과 사우디와의 관계 강화 행보를 통해 국제사회에 이란이 돌아왔음을 보여주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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