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방위비 증액을 설득했다고 한 발언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미국 정부에 공개 반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에 한 연설에서 일본의 방위비 증액과 관련해 “3번에 걸쳐 일본 지도자와 만나 설득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23일 이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일본 정부가 이례적인 공개 반발에 나선 것이다.
이날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미국 측에 “우리나라(일본)의 방위비 증액은 우리나라 자신의 판단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에 관해,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이) 지적한 발언은 오해를 부를 수 있는 것이라는 일본의 입장을 설명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 “발언의 진의는 분명하지 않지만 방위비 증액은 우리나라 자신의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마쓰노 장관은 미국 측에게 “방위비 증액은 일본 자신의 판단이었다”라는 확인을 받았다고 전했다.
일제 패망 이후 ‘친미’를 앞세워 집권해온 일본의 자민당 정권이 미국을 향해 이처럼 공개 반발에 나선 건 매우 드문 사례다. 그동안 아베 내각을 비롯한 역대 자민당 정권은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아왔다.
그런데 최근 마쓰노 장관은 방위비 증액에 관해 미국과 관련이 없는 “우리나라, 자신의 판단”임을 유독 강조하며 미국에 반발한 것이다.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는 태도다.
앞서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석유에 상한선을 두자며 대러 제재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본의 태도는 미일관계가 썩 순탄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이상 신호일 수 있다. 미국발 대통령실 도청 사태에 아무런 항의도 하지 못하는 윤석열 정권과도 비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