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과 국힘당이 일본 측에 내년 4월 총선 이전에 핵오염수를 버려달라고 요구했다는 일본 발 보도가 나오자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지난 16일 일본 유력지 아사히신문은 「일한관계 개선, 가속 고려해 강조 윤 대통령」 보도에서 “윤석열 정권과 여당 내에서는 당면한 현안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의 처리수(핵오염수) 방류를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오히려 총선에 악영향이 적은 시기에 조기 (방류를)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라면서 “(윤석열 정권의) 그 의향은 일본 측에 비공식으로 전달됐으며 일본 정부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라고 보도했다.
보도가 나온 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환경노동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국회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모호하게 답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18일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언론설명회에서 “최근 한 일본 언론에서 한국 정권과 여당이 내년 총선 영향 최소화를 위해 일본 측에 조기 방류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어제(17일) 브리핑 질의응답 과정에서 정부는 해당 요청을 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 바 있다”라면서 “오늘 브리핑 이후 이러한 내용의 보도나 주장은 자제해주기를 부탁드린다”라고 했다.
그런데 박 차장은 아사히신문의 이름을 직접 거론해 항의를 하겠다거나 정정 보도를 요구하겠다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강력한 대응은커녕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한 것이다.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투기가 온 국민의 건강과 관련한 중요 사안인 만큼 대통령실이나 국가안보실 차원에서 적극 반박과 항의를 했어야 한다. 하지만 국무총리를 보좌하는 국무조정실의 ‘급’이 낮은 차장(차관급)이 정부의 공식 입장을 냈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윤석열 정권 들어 일본을 향한 저자세는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독도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의 입장을 전달했다”라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 나왔을 때도 윤석열 정권의 태도는 어정쩡했다.
3월 18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YTN에 출연해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독도 언급이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최근에 제가 기억하기로는 일본 당국자가 우리에게 얘기를 한 기억이 없다”라고 답했다. 정상회담 과정을 물었으면 기시다 총리의 발언과 관련한 답을 해야 하는데, 엉뚱하게 일본 당국자를 언급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급기야 미국이 동해가 아닌 ‘일본해’ 표기를 공식 확정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JTBC는 지난 15일 「미 국방부 “동해 공식명칭은 일본해”」 보도에서 “미국은 앞으로 동해상에서 훈련할 때 일본해 명칭을 고수할 걸로 JTBC 취재결과 확인됐다”라며 “명칭을 어떻게 쓸지 문의하자 미 국방부는 ‘일본해가 공식표기가 맞다’며 ‘일본해라고 쓰는 건 미 국방부 뿐 아니라 미국 정부 기관들의 정책’이라고 답했다”라고 보도했다.
윤석열 정권은 JTBC의 보도에도 미국에 별다른 항의 없이 침묵하고 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이 지난 17일 MBC 기자의 질의에 “미 측과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것”이라는 엉뚱한 답만 내놨을 뿐이다.
애초 동해 표기 문제는 독도와도 연관된 문제로, 우리의 영토·영해 주권이 침해받았다는 점에서 미국에 강력히 항의해 바로잡아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미 측과 협의’를 강조하면서 미국의 결정에 고분고분 따르겠다는 인상마저 줬다.
정리하면 윤석열 정권은 일본과 관련한 사안에 항의를 삼가는 저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돌아보면 이와 비슷한 논란이 이명박 정권 때도 있었다.
2008년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후쿠다 다케오 당시 일본 총리가 “일본 교과서에 ‘다케시마’를 일본 땅이라고 명기하겠다”라고 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라고 했다는 요미우리신문의 보도로 논란이 거셌다.
당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는데, 이후 요미우리가 “보도 내용은 사실”이라고 내놓은 반론에는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명박 정권 당시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은 윤석열 정권에서 국가안보실 1차장을 맡았고,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은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됐다. 이는 이명박 정권과 윤석열 정권의 국정 운영 기조가 일치함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두 정권이 일본 측에 항의나 정정 요청을 하면 녹취록을 공개할 것을 피하려 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즉, 두 정권이 일본에 양보한 것이 사실로 드러날까 봐 일본에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임기 내내 친일, 주권 포기 등 온갖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명박 닮은꼴’로 평가되는 윤 대통령 역시 자신이 그토록 강조해온 ‘헌법 수호’의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35조 1항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했다.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투기를 옹호하는 듯한 윤석열 정권의 태도가 과연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다.
또 헌법 66조 2항은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정권은 독도, 동해를 둘러싼 일본의 ‘도발’에도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특정 국가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강력히 항의하지 않으면 사실상 동의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윤석열 정권이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투기, 독도·동해 문제 등 우리나라의 주권과 관련한 현안에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윤석열 정권 들어 거듭되는 친일·매국 논란에 국민은 매주 주말마다 촛불 집회에서 “주권 포기, 국익 파괴, 매국노 윤석열을 몰아내자!”, “친일·매국 윤석열을 탄핵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친일·매국’ 윤석열 정권을 향한 우리 국민의 분노는 앞으로 더욱 거세게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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