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연재] ① ‘학살자 이스라엘’…침공의 배경과 쟁점은?21년 만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침공…일방적인 학살
1. 21년 만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침공…일방적인 학살
이스라엘이 올해 7월 초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거주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21년 만에 또다시 침공했다. 이스라엘 군은 요르단강 서안지구 북부 도시 제닌에 무장 병력 1,000여 명과 장갑차 등을 투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청소년 등 민간인을 학살하는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프랑스 아에프페(AFP)통신은 올해 최소 211명의 팔레스타인인과 28명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최소’일 뿐, 정확한 공식 집계가 없어 얼마나 많은 팔레스타인 주민이 희생됐는지 알 길이 없다. 여기서 주목되는 건 팔레스타인이 받은 인명 피해가 이스라엘보다 8배 가까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는 이스라엘의 피해는 군에 집중됐고, 팔레스타인의 피해는 민간인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스라엘 정부가 이스라엘 주민들에게 팔레스타인 침탈에 적극 나서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국영 일간지인 ‘알-하얏트 알-자디다’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제닌 침공을 틈타 이스라엘 주민들은 불도저, 굴착기 등을 동원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마을회관과 주택 등을 때려 부수고 있다.
이스라엘 주민들은 철거당한 부지 위에 자신들의 건물을 세우며 이른바 ‘이스라엘 정착촌’을 늘려가고 있다. 군과 경찰의 협력을 받은 이스라엘 주민들이 죄의식도 없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터전을 침탈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일으킨 뒤 국제법을 무시하며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동예루살렘 일대에 정착촌을 세웠다. 최근 몇 년 새 이스라엘 주민들이 정착촌으로 이주하는 비율은 이전과 비교해 부쩍 높아졌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변두리로 밀려나고 있다. (「“옛날부터 유대인 땅”…국제법 무시하고 정착촌 확장」, MBC, 2021.5.18.)
현재 요르단강 서안지구에는 약 300만 명, 가자지구에는 250만 명에 이르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에는 이스라엘 주민 약 49만 명 이상이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주민들은 지금도 군대와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땅을 야금야금 빼앗고 있다.
8월 11일 아랍권 유력 매체 알자지라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극우 정부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수많은 제재를 가하고 팔레스타인 땅에 정착촌을 확장”했으며 “점령된 요르단강 서안 도시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감독했다”라고 비판했다.
또 “네타냐후 정부의 장관들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붕괴와 점령된 요르단강 서안의 합병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라면서 “이러한 정책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 자경단과 정착민의 폭력의 급증을 동반했다”라고 짚었다.
니달 오베이디 제닌 시장은 알자지라와 대담에서 “지금 이스라엘군이 목표로 삼고 있는 저항군 전사들뿐만 아니라 민간인들도 죽고 부상을 입고 있다”라면서 “이번 공습은 진정한 학살이며 도시와 (팔레스타인) 난민촌 내부의 모든 삶을 쓸어버리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군용 불도저가 난민촌으로 이어지는 여러 도로를 파괴해 구급차가 환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라면서 “난민촌으로 통하는 모든 도로가 차단되어 구급대원들이 도보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2. 70여 년 동안 이어진 침략과 학살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직접 침공은 21년 만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그동안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거주하는 가자지구의 침탈을 밥 먹듯 해왔다.
2014년 7월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가자지구에서만 약 2,000명의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나왔는데 이 가운데 민간인 사망자 비율이 80%였다. 또 발생한 난민 숫자는 무려 47만 명이었다. 반면 이스라엘에서는 훨씬 적은 70명의 사망자가 나왔는데, 이는 팔레스타인이 받은 피해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또 2018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이스라엘 텔아비브 주재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하자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시위가 잇따랐다. 그런데 당시 이스라엘 군은 총기와 박격포 등을 동원해 8개월 된 갓난아이와 노인을 비롯한 60여 명을 무참하게 학살했고 2,700명이 넘는 중상자도 나왔다.
이러한 인명 피해 사례는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이 건국된 뒤 70여 년째 침탈당한 팔레스타인의 관점에서 볼 때 극히 일부일 뿐이다.
애초 미국에서 값비싼 살상 무기를 잔뜩 들여온 이스라엘과, 이렇다 할 정규군조차 없는 팔레스타인의 군사력을 같은 잣대에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 갈등’이라는 양비론을 펼치는 서방 주요 언론의 친이스라엘 기조는 학살의 진상을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의 ABC방송과 영국의 BBC방송 등 서방의 주요 언론은 유대인 자본의 막대한 투자를 받았고, 이 때문에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언론은 왜 ‘팔레스타인’을 외면할까?」, KBS, 2014.8.3.)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에 의해 학살당했는지 알 수 있는 공식 통계는 없다. 다만 이스라엘의 일상화된 침탈·학살이 거듭되면서 수만 명이 훌쩍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희생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군 북부 사령부 사령관과 이스라엘 정보국 모사드의 부국장 등 요직을 지낸 아미람 레빈 이스라엘 전 예비역 소장은 8월 13일 이스라엘의 한 공영 라디오 방송에서 네타냐후 정권이 팔레스타인에서 벌이는 전쟁범죄의 실상을 ‘나치’에 비유하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레빈은 “이스라엘 군 인사들이 현 정부의 지도자와 장관이 됐다”라면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는) 지난 57년 동안 민주주의가 없었으며 이는 완전한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인 인종차별주의)”라고 일갈했다.
이스라엘 군 요직을 지낸 인사의 내부 고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3. 우울증에 시달리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여론조사 결과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을 받아 선진국 반열에 오른 이스라엘 주민들이 풍족하고 안전한 삶을 누리는 반면,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언제 공습을 받아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와 절망이 팔레스타인 전역을 휘감고 있다.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구 침공을 이어가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8월 19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세계은행과 팔레스타인 정부가 지난 7월 실시한 요르단강 서안지구, 가자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5,8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조사 결과가 담긴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과반은 “우울증”이 있다고 답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요르단강 서안지구 주민 50%, 가자지구 주민 71%에게 우울증이 있는데, 이 가운데 7%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주로 전쟁의 참상을 겪은 군인들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또 지난 1년 동안 ‘트라우마가 될 만한 사건’을 겪은 팔레스타인 주민의 비율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35%, 가자지구에서는 65%에 이르렀다.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이스라엘의 점령, 경제 봉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실업률을 보면 요르단강 서안지구 주민의 실업률은 13%, 가자지구 주민들의 실업률은 무려 45%에 이른다.
보고서는 이스라엘로 인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받는 마음의 상처”가 깊어지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을 지원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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