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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5] 신형 방사포, 국민은 불안하다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2/17 [09:54]

[정조준25] 신형 방사포, 국민은 불안하다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02/17 [09:54]

유도 기능이 달린 신형 방사포

 

북한이 설 연휴 기간이던 11일 유도 기능을 탑재한 신형 240밀리미터 방사포(다연장로켓) 사격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국내 언론은 이 사실을 중요하게 보도하면서 “서울·수도권을 겨냥한 주요 무기 중 하나로 유도화에 성공했다면 사거리가 늘어나고 정밀도가 개선됐을 것”, “기존 방사포보다 훨씬 더 위력적”, “수도권에 대한 위협이 증대”, “완전히 새로운 것”, “공격 능력이 크게 향상” 등의 표현을 써가며 한국에 더 위협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원래 방사포는 넓은 범위를 공격하는 광역 공격 무기라서 정확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과거 북한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말을 종종 해왔는데 보통 방사포로 서울 전역을 뒤덮어버리겠다는 위협으로 해석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수도권을 겨냥한 240밀리미터 방사포에 유도 기능을 탑재해 정확도를 높인 걸 보니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합동참모본부, 수도권의 주요 안보 시설, 군 시설, 조중동과 KBS 등 북한이 노리는 대상을 전부 족집게로 타격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민간인이 사는 주거지를 구분하지 않는 기존의 서울 불바다보다 북한이 설정한 대상에 대한 족집게식 불벼락 타격은 그만큼 북한의 부담이 줄어들고 군사적, 정치적 효율성을 높이기 때문에 실행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고 봐야 합니다. 

 

설 연휴는 가족 친지들이 모이는 기간이라 여론 형성에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래서 많은 정치인들이 명절 연휴에 언론을 타려고 노력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설 연휴를 맞아 10일 김포시 해병 청룡부대를 방문해 “선조치, 후보고”, “단호하고 압도적으로 대응”, “든든하다” 등의 발언으로 여론을 조성해 보려 한 듯한데 다음날 북한의 신무기 시험 소식에 덮여버렸습니다. 

 

북한의 방사포에 대응하는 방법이…

 

13일 SBS 뉴스는 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 방사포에는 공격 징후 탐지 시 발사 차량 자체를 사전에 파괴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포탄에 유도 기능을 장착한다고 해서 방어 체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즉, 쏘기 전에 파괴하니 유도 기능을 달든 말든 상관없고 대응 체계도 바뀔 게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국민은 우리 군의 이런 무적의 능력을 굳게 믿고 안심하라는 말로 들립니다.

 

이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문제니 정말 안심해도 되는지 확실히 검증하는 게 아주 중요합니다. 

 

과거 한국전쟁이 났을 때 이승만 대통령은 국민 몰래 대전으로 도망가 놓고 ‘미군이 오고 있다, 안심하라’라고 방송을 해 서울 시민들을 속인 적이 있습니다. 

 


또 북한이 열병식에서 신무기를 공개할 때마다 실제 작동하지는 않는다, 핵심 기능이 아직 없다는 식으로 분석했는데 결국 북한의 시험발사를 통해 정부 분석이 틀렸다는 게 드러난 적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북한 군사 문제에서 정부 말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습니다. 

 

군 관계자의 말대로 북한이 방사포를 쏘기 전에 발사 차량을 먼저 파괴하려면 일단 방사포 발사 차량이 언제, 어디에 나타났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간 정부가 북한의 발사체들을 탐지한 걸 보면 이렇게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2년 1월 25일 발사한 전략 순항미사일 화살-2형의 경우 우리 합참은 내륙에서 발사했다고 했지만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바닷가에서 발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2022년 9월 25일 저수지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당시 군 당국은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한 지대지 탄도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고 정정한 일이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북한이 미사일이나 방사포를 쏘면 여러 발이라고 뭉개면서 몇 발을 쐈는지 정확하게 발표를 못 하는 게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언제, 어디서 쏘는지 포착을 못 하는데 어떻게 쏘기 전에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방사포를 쏘기 전에 발사 차량을 파괴한다는 말은 이승만식 거짓말과 같아 믿을 수 없습니다. 

 

종이로 만든 가짜 총을 들고서 적을 무찌르겠다고 사기 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설사 북한의 방사포 발사를 사전에 포착했다고 해도 공격을 할지 말지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는 북한 방사포 발사 차량을 공격하지 않았는데 그 근거가 뭘까요?

 

북한이 발사하기 전에 공격한다는 건 발사 차량이 나타나기만 하면 바로 공격한다는 건지, 발사의 징후가 보이면 공격한다는 건지, 발사된 미사일 혹은 방사포가 한국까지 날아올 것으로 예상되면 공격한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한국을 향해 방사포를 쏘려고 하면 미리 공격하겠다는 것 같은데 그 판단을 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요?

 

그리고 방사포를 쏘기 전에 미리 공격한다는 건 선제타격을 한다는 것인데 그런 논리라면 북한 역시 한국이 발사 차량을 공격하려고 하니 이를 막기 위해 먼저 공격하겠다고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도대체 처음부터 끝까지 말이 안 되는 말만 하고 있으니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미국 믿고 안심하라?

 

미국이 핵무기로 한국을 보호해 준다고 하며 특히 4~5월에 항공모함을 5척이나 한반도 주변에 보낸다고 하는데 이걸로 국민은 안심해도 될까요?

 

우크라이나 전쟁을 잠시 돌아봅시다. 

 

미국은 2021년 6월 28일부터 7월 10일까지 흑해에서 러시아 압박용 다국적 연합해상훈련 ‘바닷바람 21(Sea Breeze 21)’을 실시했습니다. 

 

2017년 18개국, 2020년 9개국이 참가했는데 2021년엔 사상 최대로 무려 32개국이 참가하였습니다. 

 

연이어 7월 12~30일에는 우크라이나 서부에서 미국, 우크라이나, 폴란드, 리투아니아 4개국 연합훈련 ‘세 개의 검’을 진행했습니다. 

 

9월에는 미국과 우크라이나 군대의 ‘빠른 삼지창 21(Rapid Trident 21)’ 훈련도 진행했습니다. 

 

미국은 이런 훈련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지켜주고 러시아를 공격할 것처럼 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내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우크라이나 국민만 전쟁터에 내몰았습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이 나서 수천 명이 죽더라도 거기서 죽는 것이지 여기서 죽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 말이 연상됩니다.

 

지금 미군이 사상 최약체라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지난해 7월 미군 미사일방어 부대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잦은 미사일 발사로 과로에 시달린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미군은 미사일방어 부대 장병들의 이른바 번아웃(정신적 탈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건강 전문가를 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장병의 과로를 없애려면 모병을 더 해야 하는데 미군 지원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김평호 전 단국대 교수는 얼마 전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에 「전쟁국가 미국의 군대가 풀어야 할 세 가지 난제」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습니다. 

 

여기를 보면 현재 미군 모병이 처한 여러 문제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지난해 미군은 해병대를 제외한 육·해·공군 모두 신병 충원 목표에 크게 미달하는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고 합니다. 

 

신병 미달은 2018년부터 시작해 규모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최적의 입대 연령층인 17~24세의 23%만이 군 복무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나머지는 건강 상태, 업무 이해력, 법적 요건에서 걸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국은 입대 요건을 낮췄습니다. 

 

전과자, 학력 미달자, 신체 결격자, 연령 제한 등을 모두 완화했습니다. 

 

그랬더니 이제 장병들의 수준이 떨어져 훈련 부적응, 중도 탈락, 탈영이 늘고 나아가 군인 범죄도 늘어나 외교 문제까지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런 미군을 믿고 안심할 수 있을까요?

 

영국은 올해에 태평양에 퀸 엘리자베스급 항공모함을 보내려고 했지만 2대 모두 문제가 생겨 연기했습니다. 

 

퀸 엘리자베스함은 고장으로 수리를 받는다는데 프린스 오브 웨일스함은 이유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고장이 났는지 보내기 싫은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얼마 전 독일 최대 방산업체 라인메탈은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유럽의 무기고가 바닥났다며 재고를 다시 채우는 데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윤석열은 열심히 나토 회의에 출석하며 유럽에 손을 내밀었지만 국민은 유럽을 믿고 안심하기 어렵습니다. 

 

‘선조치, 후보고’가 되나?

 

재작년 말 북한 무인기 사태 때 윤석열은 북한의 군사 행동에 2~3배 응징하라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그런데 요즘 북한이 계속 미사일을 비롯한 신무기들을 쏘는데 그 유명한 2~3배 응징이 들리지 않습니다. 

 

대통령 당선 전에 선제타격을 주장하다가 은근슬쩍 접은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요즘은 ‘선조치, 후보고’를 주로 설파하고 다닙니다. 

 

그런데 대통령 발언부터 자꾸 쪼그라드는데 어떤 일선 지휘관이 전면전을 각오하고 ‘선조치’를 할까요?

 

대통령이 정말 그런 권한을 일선 최말단 지휘관인 중대장에게 준다면, 그래서 중대장 한 명의 판단으로 한반도가 전면전쟁에 휩싸인다면 그런 황당무계한 일도 없을 것입니다. 

 

이건 국가도 아닙니다. 

 

대통령이 상식적이지 않은 말을 하는 것입니다. 

 

전쟁은 다가오는데 국민은 더 불안해지기만 합니다.

 

일본은 전쟁에서 쏙 빠지려고 북한이 뭘 발사해도 전과 달리 규탄하지도 않고 북일정상회담을 하자고 하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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