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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CIA, 그 관계는?

이인선 기자 | 기사입력 2024/03/06 [10:00]

우크라이나-CIA, 그 관계는?

이인선 기자 | 입력 : 2024/03/06 [10:00]

마이크 벤츠 전 미국 국무부 직원은 3월 2일(현지 시각) 자신의 X 계정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내 말을 명심하라. 우크라이나 상황이 진정되면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벌인 역사상 가장 큰 작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미국 인터넷신문 AOL은 전쟁 직전인 2022년 1월 14일 “CIA는 2015년부터 미국 남부 비공개 시설에서 우크라이나 특수작전부대와 정보요원들을 비밀리에 집중 훈련 시켜왔다”라고 보도했다. 

 

전임 CIA 간부는 AOL과의 대담에서 “CIA 프로그램 졸업생들은 러시아가 침공하면 반러 민병대, 반군 지도자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8년 동안 이 선수들을 훈련해 왔다. 정말 좋은 전사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AOL의 기사는 2023년 8월 이후 갑자기 삭제됐다. 그러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우크라이나와 CIA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 세상에 꺼냈다.

 

  © 이인선 기자

 

우크라이나-CIA 협력의 시작

 

뉴욕타임스는 2월 25일 “미국이 지난 8년 동안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국경을 따라 12개의 첩보 기지를 비롯해 대러 작전에 참여하는 첩보 기지망을 구축했다”라며 “CIA는 러시아, 유럽, 쿠바 등에서 활동한 우크라이나 정보요원들을 육성하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라고 밝혔다.

 

발렌틴 날리바이첸코 전 우크라이나 보안국 국장은 뉴욕타임스에 CIA와 우크라이나 보안국이 2014년 우크라이나 유로마이단 쿠데타 이후 협력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4년 2월 24일 밤에 CIA 국장, 영국 비밀정보국(MI6) 책임자에게 전화해 우크라이나 정부 재건 도움 요청과 3자 협력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오바마 정부는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사실상 금지했다. 이에 CIA는 우크라이나에 정보를 주지 않는 대신 우크라이나의 첩보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은밀하게 움직였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존 브래넌 당시 CIA 국장을 태운 미국 정부 비행기가 아무런 미국 표식도 달지 않고 키이우(키예프) 공항에 도착했다”라며 “브래넌 국장은 CIA 지원을 받고 싶다면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날리바이첸코 전 국장은 새로운 준군사조직을 만들었다. 해당 준군사조직은 러시아 국경에 배치되어 작전을 수행하고 CIA나 MI6가 제공하지 않는 정보를 수집했다.

 

CIA는 은밀하게 준군사조직에 보안 통신 장비와 전문 교육을 제공했다. 전직 미국 관리는 관련해 뉴욕타임스에 “우크라이나는 물고기(정보)를 원했지만 우리는 정책적인 이유로 그 물고기(정보)를 제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낚시하는 법(정보 수집 방법)을 가르쳐주고 낚시 장비(정보 수집 장비)도 전해주었다”라고 말했다.

 

▲ 발렌틴 날리바이첸코 전 우크라이나 보안국 국장(왼쪽)과 발레리 콘드라티우크 전 우크라이나 해외정보국 국장(오른쪽).  © 이인선 기자

 

날리바이첸코 전 국장은 오랜 측근인 발레리 콘드라티우크를 우크라이나 보안국 방첩부 책임자로 앉혔다. 콘드라티우크는 이후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 국장(2015~2016년), 우크라이나 대통령 행정실 부실장(2016~2019년), 우크라이나 해외정보국 국장(2020~2021년)을 역임하며 CIA와 지속해서 접촉했다.

 

뉴욕타임스는 “콘드라티우크 전 국장은 2015년 미국의 신뢰를 쌓기 위해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과 미국 측 담당자 간 만남을 주선하고 러시아 기밀문서 더미도 넘겼다”라며 “그는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있는 CIA 본부도 방문했다”라고 공개했다.

 

해당 기밀문서 더미에는 러시아 핵잠수함 설계에 대한 정보를 비롯해 러시아 해군 북방함대에 관한 것들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콘드라티우크 전 국장은 CIA 본부에서 차기 CIA 우크라이나지부 지부장을 만났다. 그리고 CIA 본부 요원들에게 러시아 해군 관련 기밀문서를 넘기며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콘드라티우크 전 국장은 이후로도 우크라이나에서 파견된 CIA 요원과 정기적으로 접촉하며 정보를 교환했다.

 

전직 미국 고위 당국자는 뉴욕타임스에 이런 우크라이나-CIA 협력과 관련해 “양측 모두 서로의 가치를 인정했기에 관계는 점점 더 끈끈해졌다. 그리고 키이우 주재 미국 대사관은 러시아에 대한 정보, 신호 등 모든 것이 들어오는 곳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CIA는 우크라이나에서 무엇을 했나

 

CIA는 2016년부터 2245부대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정예 특수작전부대를 훈련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국경을 따라 12개의 첩보 기지를 건설하는 데 자금과 장비를 제공했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군 고위 정보 지휘관인 세르히 드보레츠키를 인용해 “기지에 있는 통신 장비와 대형 컴퓨터 서버는 CIA의 자금 지원을 일부 받아 구축한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당 기지의 역할은 “(러시아) 위성들을 해킹해 비밀 대화를 해독하는 것”이고 중국과 벨라루스 위성도 해킹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기지에는 CIA가 우크라이나 정보요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른바 ‘금붕어 작전’에 투입됐던 장교들도 배치되었다. 금붕어 작전은 신분을 위장하고 러시아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기밀을 훔치는 훈련이다.

 

CIA 장교들은 정보 수집을 돕기 위해 기지에 장비를 설치했고 ‘금붕어 작전’으로 숙련된 우크라이나 병사들을 잠복 요원으로 훈련했다. 이들의 임무는 우크라이나 영토가 러시아에 점령당했을 때 게릴라 작전을 이행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 훈련을 받은 대표적 인물이 키릴로 부다노우 현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 국장이라고 밝혔다.

 

▲ 키릴로 부다노우 현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 국장.

 

CIA 국장 출신인 마이크 폼페이오를 국무부장관으로 하는 트럼프 정부 역시 우크라이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등 변함없는 협력관계를 이어 나갔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정부 시기 “우크라이나 정보요원이 80명에서 800명으로 늘어났다”라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전임 정부의 기존 원칙을 바꿔 미국 정보기관들이 우크라이나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뉴욕타임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특별 군사작전이 시작되기도 전인 2022년 2월 10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정보 협력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시기 CIA는 영국 MI6와 협력해 우크라이나 정보요원을 모집하고 그들에게 비밀 준군사조직망을 구축하는 방법을 훈련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콘드라티우크 전 국장을 인용해 “전쟁 초기 러시아가 점령한 남부 헤르손 지역에서 이러한 준군사 조직망은 현지 러시아 협력자를 암살하고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진지를 공격하는 데 도움을 주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CIA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 개시 8일째인 2022년 3월 3일 향후 2주간의 러시아 계획에 대한 정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또 우크라이나 정보당국, MI6와 협력해 2022년 7월 우크라이나군이 드네프르강을 건너려는 러시아 호송대를 로켓포로 공격하게 했다.

 

특별 군사작전 초기 이반 바카노우 당시 우크라이나 보안국 국장이 “CIA가 없었다면 우리가 러시아군에 저항하거나 이길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크라이나-CIA 협력의 결과

 

우크라이나와 CIA의 협력은 계속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CIA와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이 최근 또 다른 첩보 기지 2개를 건설하면서 계속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CIA와 MI6 등 서방 정보기관의 지원을 우크라이나가 받았음에도 최근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장관은 2월 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코크스 산업단지가 있는 아우디우카(아브데예프카) 점령을 보고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장관은 2월 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코크스 산업단지가 있는 아우디우카(아브데예프카) 점령을 보고했다. 그때 쇼이구 장관은 미국과 서방 교관들이 사실상 우크라이나 군대를 통제하고 있지만 실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쇼이구 장관은 “작년(2023년) 우크라이나군의 대규모 반격을 위한 모든 계획은 미국과 나토 교관들에 의해 구체화 되었다. 그렇기에 당시의 패배는 그들에게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다른 곳에서 연습하고 여기서 적용해보려고 시도했던 접근방식, 기술, 방법 등이 완벽히 실패했다”라고 지적했다.

 

스티븐 브라이언 전 미국 국방부차관은 3월 3일 “젤렌스키 정부가 키이우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지는 누구도 말할 수 없다. 러시아군의 꾸준한 전진으로 우크라이나 내 불안은 커지고 있다”라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과 우크라이나 내에선 미국 공화당 소속 하원 의원들이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통과를 막고 있어 CIA가 우크라이나를 결국 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 의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자금 지원을 중단하면 CIA는 규모를 축소해야 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이 우크라이나에 수십억 달러 지원을 중단할 것인가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자들은 CIA에 자기들을 버릴 것이냐고 묻고 있다”라며 “한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난 일이 우크라이나에서도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이 이런 이유에서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2024년 2월 22일 비밀리에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특별 군사작전 개시 이후 10번째 우크라이나 방문이었다.

 

만일 미국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통과가 차일피일 미뤄지다 무산된다면 결국 우크라이나와 CIA의 협력은 물론이고 젤렌스키 정부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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