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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35]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 결산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3/16 [12:23]

[정조준35]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 결산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03/16 [12:23]

화력훈련 거의 없이 술잔치로 막을 내린 ‘자유의 방패’

 

4일 시작한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가 14일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훈련은 여러모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총선을 앞두고 ‘도발’을 할 것이라는 주장을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그래서 총선 직전에 있는 한미연합훈련 기간이 북한 ‘도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간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거기다 한미 군 당국이 이번 한미연합훈련에서 야외기동훈련을 지난해의 두 배 이상 실시하고, 미국 전략무기도 동원할 것처럼 말하며, 12개 유엔군사령부 회원국도 참가한다고 해서 전쟁 위기가 고조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번 훈련을 긴장된 눈으로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국방일보가 70건 이상 보도한 한미연합훈련 현장을 분석해 보면 예상과 달랐습니다. 

 

한미연합훈련은 장병들이 실전을 대비하는 측면도 있지만 막강한 국방력을 과시해 국민을 안심시키고 북한을 압박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훈련 장면 가운데 특히 화력훈련 장면을 주로 언론에 공개하는 게 정석입니다. 

 

그런데 70여 건의 보도를 보면 화력훈련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보급훈련, 이동훈련, 대테러훈련, 폭발물 처리 훈련, 구조훈련, 복구훈련, 화생방 제독훈련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 지대공 유도무기 공중수송 훈련.  © 국방부

 

▲ 응급처치 훈련. 총구 끝에 달린 빨간 물체는 총구를 막는 장치로 실사격 훈련이 아님을 보여준다.  © 육군 39보병사단

 

▲ 드럼통에 기름을 넣는 장병들.  © 국방부

 

▲ 화생방 훈련.  © 해군 7기동전단

 

몇 안 되는 화력훈련 보도 사진도 무기를 발사하거나 폭발하는 사진은 없고 그냥 이동하는 사진들이 대부분이어서 김이 빠집니다. 

 

그나마 훈련 마지막 날인 14일 경기도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한미연합 통합화력훈련을 진행해 탱크가 불을 뿜는 사진이 나와서 체면치레했습니다. 

 

▲ 통합화력훈련 모습.  © 국방부


하지만 이 훈련이 북한의 탱크훈련 다음 날 진행되는 바람에 마치 한미 군 당국이 북한을 의식해 급조한 훈련이라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한미연합훈련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대규모 상륙훈련 ‘쌍룡훈련’은 하반기로 연기되었습니다. 

 

올 것 같던 미국 전략무기는 오지 않았고 유엔사 회원국에서는 12개국에서 수십 명 규모의 증원요원이 왔다고 하는데 한국전쟁 전적지 탐방, 판문점 방문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훈련 기간 특이했던 건 신원식 국방부장관이 13일 오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산하 특수부대, 일명 ‘참수 부대’를 방문한 것입니다. 

 

신 장관은 특전사령관에게 “대량응징보복의 핵심 부대로서 세계 최강의 특수전 부대가 돼야 한다”라고 당부했습니다. 

 

▲ 한미연합사 전시지휘소 ‘CP 탱고’를 방문한 신원식 장관.  © 국방부


또 극비 공간인 한미연합사 전시지휘소 ‘CP 탱고’를 한국 언론에 최초로 공개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중앙일보 기자가 단독으로 CP 탱고에 들어가 주한미군 사령관 등을 인터뷰해 11일 보도했습니다. 

 

서울경제는 15일 자 보도 「한미軍 극비 ‘전쟁지휘소’ 몇 곳 있나…남침 48시간 이전 北도발 징후 감지」를 통해 국내 전시 지휘통제시설 7곳의 위치와 기능, 특징을 자세히 소개하였습니다. 

 

훈련 기간에 화력훈련 보도는 거의 없고 이런 극비 지휘소 소개 보도가 나온 것이 참 특이하고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편 훈련 기간 군과 관련한 매우 특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10월까지 국방부장관을 했던 이종섭이 갑자기 호주 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사건입니다. 

 

그는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었고 출국금지 상태였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피의자 도피를 시킨 꼴이 됐습니다. 

 

채 상병 순직 사건도 우리 군의 사기를 떨어뜨린 사건인데 핵심 피의자가 해외로 ‘도주’하는 일까지 벌어지니 군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는 개탄이 나옵니다. 

 

정치권과 국민 속에서도 큰 논란이 되어 갑자기 총선 쟁점으로 부각되었습니다. 

 

호주 교포들도 들고 일어나 대사 부임 반대 시위를 했습니다. 

 

정부·여당에 우호적이던 보수 언론들마저 문제가 있다는 보도를 쏟아냈으며, 호주 언론조차 외교 갈등 소지가 있다며 한국의 조치를 비판했습니다. 

 

이번 한미연합훈련의 대미는 육군 간부들의 술잔치가 장식했습니다. 

 

훈련 마지막 날을 앞둔 13일 자정께 육군 장교와 부사관 10여 명이 경기도 수원 공군 제10전투비행단 내 강당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된 것입니다. 

 

이들은 다른 장병이 드나들고 있는데도 신경 쓰지 않고 술을 마시며 고성방가하고 놀이를 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관련자들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감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한미연합훈련을 종합해 보면 훈련다운 훈련은 없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늘 자기 집권 전에는 한미연합훈련이 축소돼 진행되었다고 비난하며 자기는 본때를 보여줄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이제 와서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고 오히려 더 약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언론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는 등 한미연합훈련에 대응을 거의 안 한 것처럼 보도하면서 미국의 ‘비핵화 중간 단계’ 제안에 북한이 영향을 받은 것처럼 해석합니다. 

 

한미가 훈련을 약하게 한 것을 숨기고 마치 북한이 약하게 대응한 것처럼 사실관계를 왜곡해 정신승리를 하는 전형적인 언론 공작이며 일종의 심리전입니다. 

 

이상하게 언론은 한미연합훈련이 축소된 것에 관해 짜고 치는 것처럼 문제 제기도 하지 않고 의문도 제기하지 않습니다. 

 

공보 담당관들은 뭔가 열심히 하던데 군이 관리를 잘 한 건지 모르겠지만 너무 조용합니다. 

 

▲ 공군작전사령부와 미 태평양공군사령부 공보 관계자들이 12일 미7공군사령부에서 공보 협력 회의를 하고 있다.  © 공군작전사령부


술잔치 사건이 벌어진 것도 한미연합훈련이 사전에 공언한 것과 달리 예전보다 축소되고 실제 전투와 직결되는 것도 거의 없어서 발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고 원래 하급 지휘관은 상급 지휘관을 닮게 되어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매일 술을 퍼마시니 장교들도 그걸 닮아서 따라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강도 훈련을 하면 몸도 힘들고 긴장 상태가 계속되기 때문에 술자리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역대급 한미연합훈련을 한다고 잔뜩 긴장했다가 정작 끝날 때까지 한 일이 없고 할 일도 없으니 막판에 긴장이 풀려서 술을 마신 것으로 보입니다. 

 

훈련은 실전을 염두에 두고 합니다. 

 

이번 한미연합훈련을 보면 실제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질 때 어떻게 상황이 흘러갈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전쟁이 발발한다면 지휘관들은 일단 가장 안전하다는, 그러나 위치가 모두 노출된 CP 탱고를 비롯한 7개의 지하 벙커로 들어갈 것입니다. 

 

병사들은 가장 열심히 훈련한 것들, 즉 무기와 음식을 수송하고, 드럼통에 기름을 채우고, 환자를 이송하는 건 잘할 것입니다. 

 

그런데 훈련을 거의 안 한, 하지만 전쟁의 기본인 사격·포격·폭격 등 막강한 화력전을 하는 게 가장 취약할 것입니다. 

 

실제 전투, 공격이 제대로 될지 의문입니다. 

 

미국에서 전략무기도 안 들어오고 상륙도 하지 않습니다. 

 

전쟁 와중에 국방부장관은 해외로 도피하고 이 때문에 국민 원성이 치솟고 해외 동포들도 분노합니다. 

 

언론은 실제 전황이야 어떻게 되든 우리가 북한을 이기고 있다, 북한을 점령하고 있다는 심리전을 국민을 향해 펼 것입니다. 

 

그리고 전쟁 막바지에 장교들은 술잔치를 벌이다 감찰을 받겠지요. 

 

전쟁이 끝나면 공로자 표창 대신 재판과 징계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심상치 않은 북한의 대응

 

한미연합훈련 기간 북한은 이런저런 군사훈련을 했다고 공개했습니다. 

 

한국 언론은 이를 두고 한미연합훈련에 대응한 훈련이라고 보도합니다. 

 

예를 들어 연합뉴스TV는 「북한, 신형 탱크 실전배치 과시…한미 FS 연습 대응」라고 보도 제목을 뽑았습니다. 

 

즉, 한미가 북한을 겨냥해 전쟁훈련을 했고 거기에 북한이 대응한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이건 북한의 주장을 인정하고 지지해 준 것입니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할 때마다 군사 행동을 하면서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자위권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한미 정부나 군 당국은 항상 북한이 먼저 ‘도발’을 했고 그에 대응해 군사 행동을 한다고 합니다. 

 

이번에 한국 언론의 논조를 보니 한미 정부의 논리보다 북한의 논리에 더 가깝습니다. 

 

그런데 한국 언론의 논조에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한미가 북한을 자극하고 북한이 그에 대응한다는 현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의 성격을 이미 다들 알고 있는 것입니다. 

 

한미연합훈련 기간 북한이 한 것들을 보면 최전방 GP 파괴·점령훈련, 수도권을 향한 대규모 포격훈련, 탱크 진격훈련 등입니다. 

 

▲ GP 파괴, 점령훈련.

 

▲ GP 파괴, 점령훈련.

 

▲ GP 파괴, 점령훈련.

 

▲ 직접 돌격소총을 들어 사격 자세를 취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 포격훈련.

 

▲ 수도권을 겨냥한 정밀 유도 무기로 추정되는 방사포.

 

 

▲ 탱크 진격훈련.

 

▲ 신형 탱크도 훈련에 참여했다.

 

▲ 탱크 진격훈련.

 

▲ 탱크 진격훈련.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신형 탱크를 몰고 있다.

 

특히 탱크 진격훈련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탱크를 모는 장면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또 한미연합훈련이 끝난 뒤인 15일에도 공수부대 훈련을 했는데 공수부대는 내륙 깊숙이 있는 적의 전략적 요충지를 기습 점령하는 데 최적의 부대입니다. 

 

▲ 공수부대 훈련.

 

▲  공수부대 훈련.

 

▲ 공수부대 훈련.

 

▲ 공수부대 훈련.

  

한편 언론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지 않았기 때문에 대응을 약하게 했다,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분석하는데 이런 분석은 문제가 있습니다. 

 

실전이라면 1~2월에 북한이 한 훈련의 연장선에서 이번에 훈련했다고 봐야 합니다. 

 

북한은 ▲1월 25일 신형 전략 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 시험발사 ▲1월 28일 불화살-3-31형 잠수함에서 발사 ▲1월 30일 전략 순항미사일 화살-2형 발사훈련 ▲2월 2일 순항미사일 초대형 탄두 위력시험, 신형 대공 미사일 시험발사 ▲2월 11일 240밀리미터 조종 방사포탄 사격시험 ▲2월 14일 신형 지대함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 등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240밀리미터 조종 방사포탄 개발은 전쟁이 발발하면 수도권을 정밀 유도 공격을 하겠다는 취지인 듯하며 이 방사포는 이번 포격훈련에도 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바다로 들어오는 비행기·함선들을 미사일로 파괴하고, 부산 등에 있는 해군기지들도 미사일로 공격하며, 수도권 주요 군 시설을 정밀 타격하고, 탱크로 진격해 휴전선을 돌파하는데 그 최전방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그동안 얘기한 ‘대한민국 완전 점령·평정·수복·편입’을 그대로 보여 준 것입니다. 

 

또 사진을 보면 모든 지휘관이 전투복을 입었는데 이걸 가볍게 보면 안 되겠습니다. 

 

과거 북한군 훈련 사진을 보면 지휘관들이 전투복 대신 민무늬 정복을 입고 있습니다. 

 

▲ 2023년 3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화력습격훈련을 현지지도하는 모습. 지휘관들이 모두 정복을 입고 있다.

 

▲ 15일 진행한 공수부대 훈련 장면. 왼쪽에 있는 지휘관들이 모두 전투복을 입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가죽점퍼를 입고 있는데 실전 전투복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휘관들과 최고지휘관이 정복 대신 전투복을 입은 건 무시무시한 일입니다. 

 

또 탱크훈련에서 ‘근위 서울 류경수 제105탱크사단’을 특별히 강조했는데 이 부대를 가리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적의 수도를 점령했던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고 전통이 있는 부대”라고 격찬했습니다. 

 

탱크훈련 사진을 보면 서울로 막 육박하는 느낌을 받아 아찔합니다. 

 

 

  

그리고 그 탱크가 신형입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YTN 뉴스라이브에 출연해 북한 신형 탱크에 관해 “정밀도를 향상”시켰다, 차체가 낮아 탐지하기 어렵고 반응장갑을 채택해 “생존성이 향상됐다”라고 평가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을 평정하고 대사변을 일으키기 위해” 신형 탱크를 공개한 것이므로 “당연히 위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올해 들어 북한이 진행한 각종 훈련은 북한의 ‘점령·평정·수복·편입’ 공언이 어찌 전개될지 생생하게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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