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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각 휴전하라” 네타냐후에 화낸 바이든…이스라엘 정책 뒤집나?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4/04/06 [09:15]

“즉각 휴전하라” 네타냐후에 화낸 바이든…이스라엘 정책 뒤집나?

박명훈 기자 | 입력 : 2024/04/06 [09:15]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스라엘 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4일(미국 현지 시각) 백악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화 통화로 격론을 벌였다고 밝혔다. 

 

쟁점은 지난 1일 이스라엘이 미국 시민 등이 포함된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의 차량을 폭파해 직원 7명이 사망한 사건이었다. 

 

이에 관해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에서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공습과 인도주의 위기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라며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민간인 피해 ▲인도주의적 고통 ▲구호 단체 인력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실행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을 향한 군사 지원을 거둘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조건부 지지’를 시사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월드센트럴키친 차량 폭파에) 화가 나고, 비통하다”라며 이례적인 표현도 썼다.

 

국제사회 전반에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옹호한다고 비판받아 온 미국은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된 즉각 휴전 촉구 결의안에 기권한 바 있다. 당시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결정을 두고 “매우 매우 나쁘다”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즉각 휴전을 촉구한 이번 압박은 국제사회의 압박에 떠밀린 미국의 후속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이 조건부 지지 의사를 시사하자 네타냐후 정권은 ▲인도주의 물품 수송을 위한 남부 아슈도드 항구 임시 개방 ▲가자지구 북부의 에레즈 교차로 통과를 허용한다고 했다. 가자지구 주민들이 공습을 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인데, 가자지구를 계속 공격하겠다는 점에서 근본 변화는 아니다.

 

네타냐후 정권의 발표를 두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긍정적 발전이지만 진정한 가늠자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라면서 “구호품이 가자지구 주민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는지, 배송 지연이 해소되는지, 활동가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충돌 방지 체계 개선 여부가 중요하다”라며 조치가 어떻게 이행되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현재까지 미국은 어디까지나 이스라엘의 향후 조치에 따라 조건부 지지를 할 수 있겠다고 말만 했을 뿐, 이스라엘을 향한 지원을 끊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미국이 70여 년 동안 이어온 일방적 이스라엘 지지 정책을 뒤집을 수 있다고 처음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동맹국을 포함해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 규탄 목소리는 대세가 됐다. 미국으로서는 이런 흐름을 거스르고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지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예전에는 국제사회가 뭐라고 하든 이스라엘을 지지하던 미국이 이제는 눈치를 보며 네타냐후 정권을 압박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 정권의 반발이 거세지면 미국과 이스라엘을 축으로 한 중동 질서가 뒤집힐 수 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지에 힘입어 팔레스타인을 탄압하고 이란을 견제하는 등 적대 정책을 펴왔다. 이를 두고 중동 각국은 이스라엘이 미국을 등에 업고 중동의 평화를 해친다며 비판해 왔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심각해질수록 팔레스타인과 중동 질서에 미치는 파장도 클 듯하다.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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