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군·자위대 운영 통합 명시한 미일공동성명 분석
지난 4월 10일(미국 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미일정상회담이 열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미일공동성명 「미래를 위한 글로벌 파트너」에서 “자위대의 지휘·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를 신설할 계획을 포함한 방위력의 근원적 강화를 위해 일본이 강구해온 조치를 환영”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주일미군과 자위대 간 ▲작전과 군사 능력을 물 샐 틈 없이 통합 ▲평시·유사시 운영과 계획을 강화해 지휘·통제 체계 향상 등을 강조했다. 여기서 미군과 자위대를 통합해 운영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미군과의 연계를 통해 자위대가 군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미국이 보증해준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위대는 미군과 합동훈련, 유엔 평화유지군 활동, 무력이 필요한 곳에서 실탄을 사용하는 임무 수행 등 제한적으로 군사 활동을 해왔다. 그럼에도 전쟁 포기·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한 평화헌법에 가로막혀 대놓고 전쟁을 벌일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 미일공동성명에서 자위대가 군대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사령부를 설치하고, 자위대의 지휘·통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판이 달라졌다.
미국은 미일공동성명에서 미군과 자위대의 작전 통합을 명시했을 뿐만 아니라, 적 기지 선제타격을 명시한 일본의 반격 능력도 인정했다. 관련해 미국은 일본이 반격 능력을 효과적으로 개발 및 운용할 수 있도록 양국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
즉, 미국은 미군과 자위대의 통합 운영·일본의 반격 능력 인정이라는 두 축으로 평화헌법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미일정상회담은 패전 이후 일본의 가장 큰 변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아사히신문은 4월 12일 사설에서 “미일정상회담은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 심화를 전면에 내걸었다”라며 “일본과 미국을 세계 규모에서 협동하는 ‘글로벌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게 했다”라고 평가했다. 자위대가 미군과의 연계를 통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전쟁을 할 수 있는 실질적 군대가 됐다는 것이다.
돌아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헌법을 제정하도록 한 것은 바로 미국이었다. 그랬던 미국이 일본을 소련과 중국에 대항하는 방파제로 삼겠다며 판단을 바꿨다. 미국의 묵인 아래 1954년 ‘준군사조직’인 자위대가 창설됐고, 자위대는 북·중·러를 견제하며 미국과 훈련하는 등 무력 활동을 해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나온 이번 미일공동성명은 미국이 자위대가 ‘정상적인 군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관련해 특히 주목해 봐야 할 것은 미일공동성명의 ‘방위·안전보장 협력 강화’ 항목이다. 미군과 자위대의 통합 운영을 명시하며, 자위대가 무력 행사를 할 수 있는 근간인 미일안보조약 5조를 넓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양국은 “핵을 포함한 온갖 능력을 사용”하는 “(미일안전보장) 조약 5조 하에서의 일본의 방위에 대한 미국의 흔들림 없는 헌신을 다시 표명”하면서 “일본의 방위력과 역할을 근원적으로 강화해 조약 아래 미국과의 긴밀한 연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1951년 일본이 미국에 주일미군 체류 기지를 제공하는 대신 미국이 일본을 지켜준다는 내용의 미일안보조약이 체결된 바 있다. 이후 1960년 1월 19일 개정·체결된 미일안보조약 5조에는 ▲미국은 일본이 외부의 무력 공격을 받을 시 일본을 방위하는 의무를 질 것 ▲일본의 시정권(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을 행사하는 권한) 아래에 있는 영토 내에서 미군이 무력 공격을 받았을 경우 일본은 이를 방위할 의무를 질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미일안보조약 5조는 미국이 공격받는 상황에서 동맹인 일본이 대응할 수 있다는 ‘집단적 자위권’ 논리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넓게 해석해 자위대가 무력을 쓸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일본에 평화헌법을 강제한 미국이 평화헌법의 근간을 흔든 것이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 미국은 이번 미일공동성명을 통해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모든 영역 및 차원에서 협동”하겠다고 밝히며 5조의 범위를 전 세계로 해석했다. 특히 “더욱 효과적인 미일동맹의 지휘·통제는 아주 긴요한 지역의 안전보장 과제에 직면해 있으며 억지력을 강화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촉진해 간다”라고 했다. 여기에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가 포함된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자위대의 군사적 역할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미국은 오키나와와 일본 서남쪽의 섬들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이 영토 분쟁 중인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가 5조의 범위에 적용된다고 했다. 미일정상회담 다음날인 11일 워싱턴에서 사상 최초로 열린 미국·일본·필리핀 3국 정상회담에서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할 것이 강조됐다.
이뿐만 아니라 양국은 각자 외교·국방 담당 부처에 미일안전보장협의위원회(‘미일 2+2’)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미군과 자위대의 협력·연계를 발전시키기로 했다. 또 미일공동정보분석조직(BIAC)을 두고 정보 수집, 경계 감시 및 정찰 활동에서 정보 공유를 심화하기로 했다.
미일공동성명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하게 비난하고 전제 조건 없는 외교로 복귀하도록 요구 및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 협력 재확인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흔들림 없는 지원 합의 등의 내용도 담겼다.
이 밖에 ▲미국·영국·호주가 함께하는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에서 일본이 양자기술·자율무기 등 첨단 군사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필러2’ 분야에 협력할 것을 검토 ▲한·미·일 간 매년 복수 영역에서의 공동훈련 실시 ▲2025년부터 실시될 미국·영국·일본 삼국 간 공동훈련 정례화 ▲억지력 강화를 위한 미사일, 제트기 등 최신 무기의 공동개발과 생산 협력 ▲사이버 위협 공동 대응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모두 미국이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날개를 달아준 조치라고 볼 수 있다.
2. 미군·자위대 통합…한반도 위기 높아질 것
미국의 패권이 저물면서 영향력이 추락하는 가운데, 그동안 미 정치권에서는 일본에 군사적 역할을 맡기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번 미일공동성명에서 강조된 미군과 자위대 간 “물 샐 틈 없는 통합”은 미국의 보증 아래 자위대의 역할 강화를 인정하는 표현으로 보인다.
일본의 시각에서 미군과의 연계를 통해 자위대가 군 역할을 인정받게 됐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이 자위대가 미국이 하라는 대로만 움직이는 ‘졸병’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4월 1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자위대와 미군은 각각 독립된 계통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라며 “(올해 안에 출범시킬)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가 미군의 지휘·통제 아래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기시다 총리도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 신설에 관해 “어디까지나 미일이 각각 완결된 지휘계통 간 조정 기능을 논의할 뿐 미일 간 연합사령부를 설치하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일본의 시각은 미국에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맡아달라는 윤석열 정권 등 한국 친미세력의 시각과는 차이가 있다. 미군의 통제에만 따르지 않겠다며 자위대의 자율권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인정한 미국의 이번 결정으로 조만간 자위대가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금까지 한·미·일은 주로 제주도 남방과 동해 공해상에서 미사일 방어훈련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한국 내부에서 합동훈련을 하며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과 협력하는 중국과 러시아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앞으로 한미연합사령부와 자위대가 공조를 강화하면 북·중·러를 적대하는 한·미·일의 군사 활동이 상시화될 수 있다.
이번 미일정상회담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한층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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