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떨어진 미사일 잔해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1형의 일부라는 주장이 최근 화제다.
로이터통신은 3월 3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소속 전문가 위원회의 분석 결과, 1월 2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떨어진 미사일 잔해를 확인했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32쪽짜리 비공개 보고서가 25일 안보리에 보고됐다고 보도했다.
3월 초 현장을 찾은 전문가 위원회 소속 전문가 3명은 보고서에 “이 미사일이 누구로부터, 어디에서 발사했는지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식별을 할 수 없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우크라이나 당국으로부터 받은 궤적 정보를 보면, 러시아 영토 안에서 발사된 것으로 나타난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회수된 잔해로 볼 때 북한 화성-11형 미사일의 일부인 것으로 보인다”라며 “만약 미사일이 러시아군 통제 아래 있었다면, 아마도 러시아 주민이 조달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보고서와 관련한 근거로 당시 드미트리 추벤코 하르키우 지방검찰청 대변인이 하르키우에 떨어진 미사일 파편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주장했던 것을 들었다.
추벤코 대변인은 1월 6일 “이전에 하르키우가 공격당할 때 보았던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차이가 있다. 이 미사일은 북한 미사일 중 하나와 유사하다”라며 “정확한 명칭은 모르나 인터넷에 공개된 북한 열병식 자료에서 본 것과 노즐과 하단부가 비슷해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미국 등 서방은 위와 같이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여러 차례 무기를 공급받았다고 주장하는 ‘북러 무기 거래설’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한 적은 없었다.
서방은 ▲위성사진에 찍힌 컨테이너들에 무기가 실렸다는 주장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로 보내는 방식으로 목적지를 숨겼다는 주장 ▲나진항에 보지 못했던 선박이 드나드는 게 무기 거래 일환이라는 주장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발사한 미사일이 알고 있던 것과 다르기 때문에 북한 미사일이라는 주장 ▲미사일 잔해에서 한글 ‘ㅈ’으로 추정되는 글자, 주체112(2023)년 또는 룡성기계연합기업소 2월11일공장 제작으로 추정되는 ‘112’가 보인다는 주장 등을 해왔다.
또 미국은 지난 2월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가 최소 9차례에 걸쳐 북한이 제공한 탄도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도 지난해 연말부터 2월까지 최소 24발의 북한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공격에 사용된 것으로 지목된 것은 화성-11가형과 화성-11나형이었다.
하지만 ▲컨테이너와 선박 안에 무엇이 있는지, ‘ㅈ’과 ‘112’가 무슨 의미인지 등 추정에 불과한 점 ▲자신들이 알고 있던 러시아 미사일과 다르다는 이유로 북한 미사일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반면, 북한과 러시아는 서방의 이런 주장을 단호히 부인해왔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월 26일 ‘북러 무기 거래설’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발판 마련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러시아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전문가 위원회 소속 전문가들이 ‘북러 무기 거래설’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발간한 것과 관련해 비판하기도 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4월 30일 유엔의 한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유엔의 핵심 전문가가 아닌 몇몇 개별 전문가가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전문가 보고서로 간주할 수 없다”라며 “해당 보고서를 쓴 조사단 3인은 미사일 분야가 아니라 재무, 일반 문제, 핵 프로그램 등 다른 분야의 전문가”라고 보도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5월 2일 “서방은 북한의 사회정치적 체제를 해체하기 위해 끊임없이 대북 압박을 가하며 냉전 시대부터 가져온 경직된 태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전문가 위원회에서 최대한의 ‘유용성’을 짜내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하로바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온 전문가 중에는 미사일 기술 전문가가 한 명도 없었다”라며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그들은 우크라이나 측이 미리 준비한 것을 재탕하고 서방 기획자들은 필요한 결론을 제공했다. 예상대로 러시아를 음해하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내용이자 반북적인 내용이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이 “독립적인 유엔 연구를 가장하여 전문가 위원회 대표자들에 의해 조명되었다”라며 “유엔 전문 기관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이 불쾌한 이야기는 대북제재위원회의 의존적이고 편향된 성격을 확실히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활동을 중단하기로 한 러시아의 결정이 정확했다는 것을 확실히 확인시켜 주었다. 모든 것이 이전과 같도록 전문가 위원회를 되살리려는 추가 시도는 무의미하다”라고 언급했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한국 주재 러시아 대사도 이날 동아일보와의 대담에서 “해당 보고서는 전문가 위원회 구성원 전원이 원칙적 절차에 따라 서명한 공식 보고서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전문가 위원회는 정치적으로 (서구권에) 편향된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낸 마지막 공식 보고서에는 ‘러시아가 대북 제재를 위반했다는 증거물을 찾지 못했다’라는 내용이 들어있다”라고 밝혔다.
또 지노비예프 대사는 ‘북한이 지난해 11월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발사한 것과 관련해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기술을 지원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한민족은 높은 근면성과 넘치는 재능, 창의력을 갖고 있다”라며 “북한이 본국의 방어력을 강화하는 데 이뤄낸 성과는 북한의 힘과 역량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반박했다.
이로 미뤄볼 때, 서방은 전문가 위원회의 임기가 종료되기 전에 전문가 위원회를 이용해 어떻게든 ‘북러 무기 거래설’을 사실로 만들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러 무기 거래설’을 통해 러시아와 북한을 악마화해야 자신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대북 제재를 가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 3명 중에 미사일 관련 전문가가 없었던 점 ▲‘북러 무기 거래설’과 관련해 여전히 명확한 근거가 없는 점 등에서 아직 미흡하다. 그렇기에 서방은 ’북러 무기 거래설‘을 앞으로도 계속 제기하면서 근거를 찾으려고 혈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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