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미국 현지 시각) 뉴욕 유엔 본부에서 유엔 총회 특별회의가 열렸다. 유엔 회원국 대다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향해 팔레스타인을 유엔 정회원국으로 인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193국 가운데 143개국이 동의한 가운데 기권은 25개국, 반대는 미국·이스라엘 등 9개국에 그쳤다.
리야드 만수르 유엔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는 유엔 총회 표결에 앞서 “우리는 평화와 자유를 원한다”라며 “찬성투표는 팔레스타인의 존립에 투표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팔레스타인은 이번 결의안 통과로 유엔 정회원국의 권한 대부분을 얻게 됐다. 본래 유엔 정회원국이 되려면 유엔 안보리에서 상임이사국 전원을 포함해 9개국 이상의 동의를 거친 뒤, 다시 유엔 총회에서 회원국 3분의 2가 동의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유엔 총회에서는 안보리 동의와 상관없이 팔레스타인에 ‘예외적인 2가지 권한’을 줬다. 이로써 팔레스타인은 유엔 정회원국에 준하는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첫째로, 팔레스타인은 오는 9월부터 각종 유엔 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그동안 팔레스타인은 유엔에서 중동 문제가 아니면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데 앞으로는 국제사회 전반에 관한 발언권을 얻게 된 것이다.
둘째로, 유엔 총회 산하 각종 위원회에서 팔레스타인 유엔 대표부 외교관이 선출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권리도 얻었다.
단 팔레스타인은 유엔 총회 투표권은 얻지 못했다. 팔레스타인이 투표권을 얻으려면 유엔 안보리의 동의까지 얻어야 한다.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은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의 반대에 가로막혀 정회원국 지위를 얻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2012년에 유엔 준회원국인 옵서버 자격을 얻어 제한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이날 유엔 총회에서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결의안에 반대한 이유를 밝혔는데, 양국 간 의견이 엇갈렸다.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표결 전 발언에서 “여러분 중 많은 수가 ‘유대인 혐오’를 하는 이상 여러분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평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아니라는 점을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부끄러운 줄 알라”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각국 대표들이 보는 앞에서 유엔 헌장이 적힌 종이를 파쇄기에 넣어 갈았다.
에르단 대사는 유엔 헌장 4조가 회원국 가입 요건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를 규정한 것과 관련해, 팔레스타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반면 미국은 결의안이 통과된 뒤 변명하는 투의 주장을 내놨다.
로버트 우드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는 결의안이 채택되자 “미국의 (반대) 투표는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가 지위는 오직 당사국 간 직접 협상을 포함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드 차석대사의 말은 팔레스타인의 정회원국 지위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스라엘이 반대해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인데 자기모순으로 보인다.
국제사회가 이번 결의안 통과로 이스라엘과 미국의 팔레스타인 정책에 ‘퇴짜’를 놓으면서 이스라엘과 미국의 국제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정반대로 국제사회에서 팔레스타인의 목소리는 한층 힘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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