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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는 문재인 대북 정책과 9.19군사합의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6/18 [16:22]

돌아보는 문재인 대북 정책과 9.19군사합의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06/18 [16:22]

문재인 정부가 업적으로 내세우는 9.19군사합의

 

지난 5월 18일 발행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는 남북관계에 관한 많은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 같은 내용이 대부분이며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가졌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에 관한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물론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문제들은 당장 풀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문제를 풀 수 있는 조건이 무르익자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반면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은 그 역사가 곧 남북관계의 역사이며 남북관계의 상징이다. 

 

또한 이미 남북이 힘을 모아 10년 이상 진행했던 사업이기에 당장 재개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하면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하기에도 유리한 환경이 마련된다. 

 

많은 국민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중단한 이 사업들을 문재인 정부가 재개하리라 여겼다. 

 

적폐청산을 외치는 촛불국민의 힘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적폐세력이 부당하게 중단한 사업을 재개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2018년 남북정상회담을 세 번이나 하는 모습을 보면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는 시간문제라고 여겼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기대와 다르게 움직였다. 

 

문재인 정부는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에 큰 관심이 없었고 한반도 비핵화, 종전선언에만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9.19남북군사합의를 채택하였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과 9.19군사합의의 차이

 

그런데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과 9.19군사합의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은 남과 북 가운데 어느 한쪽만 이익을 보고 다른 한쪽은 손해를 보는 사업이 아니다. 

 

공동의 이익을 위한 사업이다. 

 

그래서 통일을 준비하는 데서 하나의 모범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이상적인 통일은 남과 북이 모두 이익을 보는 통일이지 한쪽만 이익을 보고 다른 한쪽은 손해를 보는 통일이 아니다. 

 

반면 9.19군사합의는 공동의 이익을 위한 합의가 아니다. 

 

보수세력은 9.19군사합의를 두고 북한에 유리한 합의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선동일 뿐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반대로 한국에 유리하고 북한에 불리한 합의다. 

 

9.19군사합의의 내용을 보면 남북이 거의 동일한 의무를 지니기 때문에 특별히 누구에게 이익이고 누구에게 손해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똑같은 의무라도 처지가 다르면 나타나는 효과도 다르다. 

 

예를 들어 모두에게 똑같이 버스비를 두 배로 받는다고 하면 버스로 출퇴근하는 사람과 걸어서 출퇴근하는 사람이 느끼는 부담은 완전히 다르다. 

 

보수세력이 주로 지적하는 최전방 비행 금지로 인한 정찰 문제를 보자. 

 

한국은 다양한 정찰 수단을 가지고 있으며 미군에도 의존할 수 있기 때문에 큰 타격이 없지만 북한에는 상당한 타격이 된다. 

 

그래서 국회 국방위 소속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한국은 시력이 1.5에서 1.4로 낮아지지만 북한은 0.4에서 0.1로 거의 까막눈이 된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6월 9일 미국의소리(VOA) 대담에서 “최전방엔 주한미군이 많지 않으니까” 주한미군 활동에 별다른 제약이 없었다고 얘기하며 비행금지 구역 설정 역시 “미국은 다른 많은 방법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역시 2022년 3월 9일 미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정찰 수단을 띄울 수 없는 문제가 있지만 “다른 방식에 의존”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충분한 정보·감시·정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종종 9.19군사합의 때문에 자기들이 큰 피해를 보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이는 쇼에 불과하다. 

 

미국은 한국과 9.19군사합의 내용을 두고 사전 협의를 했다. 

 

합의서 채택 6주 전인 8월 초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과 빈센트 브룩스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이 만나 합의서 내용을 사전 협의했고 미국은 세부 검증 작업 끝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래 놓고는 시치미를 떼고 엄살을 부리는 것이다. 

 

결국 9.19군사합의가 한미 군 당국에는 크게 손해가 아니지만 최전방 정찰 활동에 결정적 지장을 받은 북한에는 큰 손해가 되었다. 

 

이후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를 서두른 것도 이 때문일 수 있다. 

 

이처럼 9.19군사합의는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과 달리 남북 공동의 이익보다는 한미의 이익과 북한의 손해를 부르는 합의였다. 

 

문재인 정부의 근본적 한계

 

문재인 정부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에 힘을 쏟지 않고 9.19군사합의에 힘을 쏟은 것이 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즉, 문재인 정부는 미국을 위해 ‘미국의 연장된 팔’ 역할을 한 것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들어 남북관계가 극적으로 변화하기 전까지 반년 이상 박근혜 정부와 거의 똑같은 수준으로 대북 적대 정책을 고수하였다. 

 

▲ 2017년 한미연합사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당시 분위기는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수준이었고 그래서 진보·평화·통일 단체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2018년 들어 갑자기 대북 정책이 바뀌면서 많은 사람이 어리둥절해하였다. 

 

일부는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영향으로 정책을 바꾼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을 연거푸 한 뒤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2045년에 통일을 하자고 하거나, 한국이 체제 경쟁에서 북한을 이겼다고 하는 등 반북, 반통일 발언을 이어갔다. 

 

북한을 겨냥해 국방비도 역대 최대 규모로 끌어올렸다. 

 

즉, 기본적으로 대북 적대적 인식이 바뀐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2018년에는 왜 남북대화와 협상을 그렇게 열심히 했을까?

 

당장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을 겨냥하고 있으니 어떻게든 평화적 분위기를 만들어 보라는 미국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를 짐작게 하는 통계 자료가 있다. 

 

2022년 1월 북한은 7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했다. 

 

당시 미사일들은 크게 3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1부류는 초현대적인 첨단무기, 2부류는 실전용 미사일, 3부류는 미국을 겨냥한 무기였다. 

 

한국 입장에서는 1, 2부류의 무기가 치명적이고 3부류의 미사일은 한국 안보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1월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해 직접 주재한 적이 딱 한 번 있는데 바로 북한이 3부류 미사일을 시험한 1월 30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건 2021년 1월 21일 신년 업무보고 청취 후 1년 만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국의 위험보다 미국의 위험을 더 큰 안보 문제로 여긴 것이다. 

 

그러니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날아오지 못하게 대화를 진행해서 북한의 손발을 묶어놓으라는 미국의 요구에 충실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난 1월 2일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에서 이 문제에 관한 언급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담화는 “어리숙한 체하고 우리에게 바투 달라붙어 평화 보따리를 내밀어 우리의 손을 얽어매어놓고는 돌아앉아 제가 챙길 것은 다 챙기면서도 우리가 미국과 그 전쟁 사환꾼들을 억제하기 위한 전망적인 군사력을 키우는데 이러저러한 제약을 조성한 것은 문재인”이라고 하면서 “참 영특하고 교활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또 “문재인의 그 겉 발린 ‘평화 의지’에 발목이 잡혀 우리가 전력 강화를 위해 해야 할 일도 못 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한 것은 큰 손실”이라고 하면서 “돌이켜보면 참으로 다루기 까다로운 상대였고 진짜 안보를 챙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지금의 한반도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 시기 대북 정책의 근본적 한계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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