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식 씨는 최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북러가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으로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성이 높아졌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는 한반도 역사와 그로 인한 오늘의 현실을 무시하는 주장이다.
1. 다른 상호방위조약과의 비교
정욱식 씨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자동 개입’ 여부를 들어 북중동맹과 북러동맹의 ‘지체없이’라는 조항이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에 대규모 군대를 주둔시키면서 한국의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으므로 ‘자동 개입’ 여부는 전혀 의미가 없다.
미 의회 동의 없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한 바이든을 보면 미 의회의 동의 여부도 형식상 절차일 뿐 사실상 의미가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미국에 관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라고 고백한 것은 한미관계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2. 북러동맹으로 한반도가 신냉전의 한복판으로?
북러동맹 이전에도 한반도는 세계 유일의 분단지역이었고,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고 전쟁 위기는 최고조에 달해있다.
북러동맹으로 신냉전의 한복판에 서게 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전쟁 위기를 누가 높이고 있었는가? 외국군의 주둔 없이 평화협정을 주장하던 북인가? 아니면 외세를 끌어들여 일 년 내내 하루 평균 1.6회꼴로 조국의 하늘과 땅, 바다에서 한국의 독자훈련과 한미연합훈련을 벌이고, 그것도 모자라 나라 밖에서까지 북침 훈련을 하는 미국과 대한민국인가?
정욱식 씨는 이전에도 미국의 핵위협과 이에 맞선 북의 핵무력을 동시에 비난하더니, 같은 인식으로 북러동맹을 바라보면서 한반도의 전쟁 위기 상황에 대해 남과 북을 싸잡아 비난하며 개탄하고 있다.
북이 왜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 했나? 왜 오물 풍선을 날렸는가? 왜 분단 이후 지금까지 평화와 통일, 번영을 추구하던 북의 동족 의식이 “도발의 조짐이 보이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라는 방침으로 바뀌었나?
전쟁 위기는 북이 아닌 한미연합훈련을 벌이는 미국과 한국의 정권이 조장해 왔다. 올해 8월에 진행될 ‘을지 자유의 방패’에서는 미국과 한국의 군대가 처음부터 같이 생각하고 준비하고 연습하고 실행한다는 핵전쟁 연습 계획까지 발표했다.
이처럼 북러동맹이 발표되기 이전에도 한반도의 전쟁 재발 위험은 이미 커지고 있었다. 정욱식 씨가 개탄하는 군비경쟁과 안보딜레마는 미국과 대한민국의 대북 침략 위협으로 격화되는 것이지 북러동맹과 나날이 강력해지는 북의 군사력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
전쟁 발발 위험은 힘의 균형이 깨졌을 때, 전쟁억제력이 사라졌을 때 높아지는 것이지 침략 의도가 없는 상대측(북)의 군사력이 강해졌기 때문에 높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로 북의 전쟁억제력이 높아져 미국과 윤석열 정권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도발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아무리 전쟁에 미친 미국이라 해도 패배가 뻔히 보이는 전쟁을 일으킬 만큼은 어리석지 않을 것이다.
3. 정욱식 씨가 진실로 개탄해야 할 것은?
역사적 흐름과 맥락을 무시하고 남북의 지도자를 하나로 묶어 전쟁 위기 공범으로 비난하는 것은 지극히 편협하고 비겁한 주장이다.
지금 정욱식 씨가 개탄해야 할 대상은 북러동맹으로 확대·강화된 북의 전쟁억제력이 아니다.
미국의 요구에 굴복해 러시아의 경고를 무시하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겠다며 한반도를 우크라이나처럼 만들어가려는 윤석열 정권이고, 그렇게 조장하는 대한민국의 예속성이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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