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7일 미국이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만드는 네덜란드 ASML과 일본 도쿄일렉트론에 더 엄격한 무역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미국의 조치는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을 조금이라도 사용한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규정으로 사실상 대중국 수출을 금지, 제재하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최첨단 장비를 대상으로 한 기존의 미국 제재가 중국 반도체 산업 발전을 막지 못한다는 평가 속에 추가적인 제재 소식이 전해지자, 이와 관련된 반도체 기업 주가는 급락하기도 했다.
문제는 정작 미국의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대중국 제재를 우회하며 중국과 거래를 지속해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주시보 지난 5일 자 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엔비디아는 중국에 수출하려고 일부러 성능을 떨어뜨린 인공지능 반도체 A800과 H800을 개발했고, 23년 10월 두 제품이 수출 통제를 받자 이에 굴하지 않고 성능을 더 떨어뜨린 H20을 개발하여 우회적으로 수출하는 방안으로 대처한다고 한다. H20은 엔비디아 주력 인공지능 반도체 H100에 비해 성능이 20% 수준이다.
그뿐만 아니라, 연합뉴스는 18일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해외 데이터센터를 통해 중국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정보통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의 17일 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면서 해당 소식통은 MS가 중국 밖에 세운 데이터센터를 통해 중국 기업 고객에게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인 A100과 H100 칩이 장착된 서버 임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글로벌 연구기관인 미국의 ‘인터내셔널 데이터 코퍼레이션(IDC)’이 최근 발표한 ‘중국 지능형 컴퓨팅 서비스 시장(2023년 하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지능형 컴퓨팅 서비스 시장의 전체 규모는 전년 대비 85.8% 증가한 약 2조 2,800억 원이며 화웨이는 경쟁 기업 신화산(新华三), 바이두(百度)를 제치고 중국 내 압도적 1위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중국 AI 컴퓨팅 성능 통합 서비스 시장 1위 기업인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에 대해 어떠한 견해를 견지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려 하는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장핑안(张平安) 화웨이 대표는 지난 7월 4일 열린 ‘2024년 세계 인공지능 콘퍼런스(WAIC) 산업 개발 포럼’에서 “AI 칩 개발은 선진 프로세스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구조적 혁신을 통해, 중국 내 지속 가능한 발전의 AI 컴퓨팅 파워 인프라와 기술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중의 핵심”이고 주장했다.
이어 “AI의 발전은 데이터, 알고리즘, 컴퓨팅 능력에 달려 있다. 우리는 중국의 컴퓨팅 파워가 제한되어 있다는 가정 아래에서 중국의 AI를 반드시 발전시켜야 한다면 중국 AI 혁신의 길은 어떻게 가야 하는가”라며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그는 “컴퓨팅 파워 인프라 측면에서 클라우드, 네트워크, 기기(터미널, 클라이언트), 칩 아키텍처가 융합하여 협력 혁신으로 진행하는 것을 고려하고 그것을 기초로 건설해야 한다. 선진 AI 반도체 칩만 맹목적으로 추구하면서 바라만 보고 의지하면 안 된다. 선진 AI 반도체 칩만 의존해 중국이 선진 또는 첨단 AI 반도체 칩을 갖추지 못하여 없다면 중국은 결코 AI 시장을 선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핑안 대표는 “우리는 첨단 AI 반도체 칩에만 의존하는 관점을 반드시 버리고, 우리는 다양한 사고를 해야 한다. 칩과 단말(터미널) 측면의 컴퓨팅 파워 수요를 클라우드 측면으로 옮겨놓아야 한다. 중국은 클라우드, 네트워크에서 우세로 일어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장핑안이 주장한 바는 엔비디아, 삼성, SK하이닉스, 네덜란드 ASML,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 기업이 보유한 첨단 반도체 칩과 장비, 기기에만 의존하다 보면 중국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어렵기에 시각을 클라우드, 네트워크, 기기(터미널, 클라이언트), 칩 아키텍처가 융합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현재 중국이 다소 뒤처져 있는 칩, 기기(터미널) 시장을 쫓아만 가지 말고 중국이 잘할 수 있고 우세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클라우드와 네트워크 시장으로 전환하자는 담론과 각론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그는 포럼 발표에서 중국의 풍부한 광대역 네트워크와 무선 5G-A 네트워크는 세계에서 선도적 우위를 구축할 것이라며 클라우드와 네트워크 관련 다양한 상품 및 서비스와 그 성능을 소개했다.
장핑안 대표는 “AI 물결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중국의 AI 산업을 구축하고 함께 기회를 포착하며 AI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라고 마무리를 장식했다.
반도체 수출입 관련해 미국의 제재를 받는 중국에서 중국 내 1위 기업이 제시하는 방향은 결국 중국의 방향이기도 하다. 미국 내 기업들은 자국 정부의 정책을 어떻게든 우회하여 중국에 수출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려고 하고, 중국 내 기업들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여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국내외 두 가지 요구가 하나로 만나는 지점에서 중국 기업들은 중국식 모델을 다시 한번 만들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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