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전방위적 테러로 중동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반이스라엘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헤즈볼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마치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를 테러 조직이라 부르지만 실제로는 가자지구 집권당인 것과 마찬가지다.
중동의 부국이었던 레바논
헤즈볼라에 관해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레바논의 상황부터 이해해야 한다.
레바논은 동쪽으로는 시리아, 남쪽으로는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동의 작은 나라다.
2차 세계대전 와중인 1943년 독립했으며 1945년 유엔에 가입했다.
한때 중동에서 번영을 누려 ‘중동의 스위스’로 불렸고 수도 베이루트는 ‘중동의 파리’로 불렸다.
전체 인구의 94%가 아랍인이지만 특이하게 건국 초기에는 기독교 일파인 마론파 신자가 더 많았다.
그런데 1970년 요르단 내전 이후 요르단에서 수많은 팔레스타인 난민이 넘어오면서 이슬람교 신자가 더 많아졌다.
지금은 기독교 신자와 이슬람교의 시아파, 수니파 신자가 각각 3분의 1씩 차지하고 있다.
그 밖에도 소수 종파가 많다.
즉, 종교 갈등이 생기기 쉬운 구성이다.
1975년 종파별로 꾸린 민병대가 충돌하고 여기에 정부군과 이스라엘, 시리아까지 합류한 레바논 내전이 발발했다.
사실상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대리전이었던 레바논 내전은 1990년까지 이어지며 한때 중동의 부국이었던 레바논을 완전히 황폐하게 만들었다.
1982년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를 점령하고 시리아군과 팔레스타인 민병대를 몰아낸 뒤 레바논에 친이스라엘 정권을 수립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은 마론파 민병대가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수백~수천 명 학살한 사브라-샤틸라 학살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1989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재로 내전 종식을 위한 타이프 합의가 탄생했고 1990년 레바논 내전은 막을 내렸다.
현재 레바논은 협정에 따라 마론파가 대통령과 군대를 맡고 수니파가 총리를, 시아파가 국회의장을 맡는다.
또 의회는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절반씩 가져가게 되어 있다.
이런 형식적 균형 맞추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레바논은 현재 종파별 민병대가 지역을 할거하고 통치하는 무정부에 가까운 상태다.
‘레바논 이슬람 저항을 위한 신의 당’
레바논 내전 와중인 1982년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을 몰아내기 위한 시아파 민병대 헤즈볼라가 출현했다.
헤즈볼라의 정식 명칭은 ‘레바논 이슬람 저항을 위한 신의 당’이며 ‘신의 당’이 아랍어로 ‘헤즈볼라’다.
여기서 ‘신’은 기독교의 신과 동일한 ‘야훼’ 혹은 ‘여호와’다.
시아파 국가인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레바논에서 외세를 물리치고, 마론파 정당을 심판하며, 이슬람 정권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헤즈볼라는 등장과 함께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한편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도 공격했다.
1983년 4월 18일 레바논 주재 미국 대사관 폭파 사건, 같은 해 10월 23일 미 해병대 241명을 폭사시킨 초유의 자살 폭탄 공격으로 헤즈볼라는 미군을 레바논에서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헤즈볼라의 끈질긴 공격으로 2000년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헤즈볼라는 1992년 레바논 총선거에 참여하는 등 정치 참여에도 적극적이었다.
그 결과 2005년 레바논 연립정부의 일원으로 들어가 집권당의 하나가 되었다.
1명의 장관도 배출했다.
2008년에는 서방의 지원을 받은 레바논 정부가 헤즈볼라를 탄압하자 수도 베이루트를 점령하면서 정부를 압박했다.
대신 이슬람 정권 수립 목표를 철회하였다.
헤즈볼라는 정부 기능이 마비된 레바논에서 정부를 대신해 각종 복지 사업을 하고 있어 레바논 국민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전쟁 피해를 본 국민의 장례 지원, 주택 건설, 학교와 병원 운영, 실업자 구제 등 사실상 정부의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시아파 주민은 물론 수니파나 기독교인까지도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
헤즈볼라는 세속주의를 따르기 때문에 언론에서 흔히 보는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와는 크게 다르다.
헤즈볼라는 다른 종교를 존중하고 서구 문화를 배척하지 않는다.
헤즈볼라가 운영하는 위성 텔레비전 방송을 보면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힙합 가수가 나올 정도다.
여성 인권에도 신경을 많이 써서 히잡을 강요하지 않으며 여성 가수의 방송 출연도 허용하는데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다른 이슬람 국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헤즈볼라에는 여성 간부도 많다.
끝나지 않는 전쟁
헤즈볼라의 군대는 레바논 정부군보다 더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예비군까지 포함하면 6만~1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테러 조직’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미사일과 무인기 등도 다량 보유하고 있으며 시리아 내전에 파병하는 등 사실상 정규군의 모습을 하고 있다.
특히 2006년에는 이스라엘이 1만 명의 병력으로 레바논을 다시 침공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이스라엘은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의기양양하게 레바논으로 진격했으나 헤즈볼라의 저항에 큰 피해를 보았다.
이스라엘은 화학무기 등 비인도적 대량파괴무기로 레바논 민간인을 학살하면서 어떻게든 전쟁에 승리해 보려 했으나 너무 큰 피해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레바논에서 쫓겨 나갔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만행이 전 세계에 중계되면서 반이스라엘 여론이 타올랐으며 반대로 헤즈볼라는 반이스라엘 세력의 영웅으로 다시 떠올랐다.
이 뒤로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교전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2023년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이 발발하자 헤즈볼라는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지난 7월 30일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남부 주거 지역을 공습해 헤즈볼라 최고사령관 푸아드 슈크르를 살해했다.
이 사건으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조만간 전면전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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