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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반인륜 범죄 속속 드러나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8/12 [09:30]

이스라엘의 반인륜 범죄 속속 드러나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08/12 [09:30]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이 일어난 이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고문하고 학대한다는 보고와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성폭행 영상 공개

 

지난 7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의 채널12 뉴스는 가자지구 접경 네게브 사막에 있는 스데 테이만 수용소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끌고 가 성폭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공개했다. 

 

▲ 영상의 한 장면.  © 채널12


영상에는 팔을 머리 위로 결박당한 채 수십 명의 수감자가 바닥에 엎드려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 군인 8명이 수감자 남성 한 명을 끌어내 군견으로 위협하며 구석으로 끌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일부 군인은 CCTV 카메라를 피하려는 듯 커다란 방패로 나머지 군인과 피해자를 가렸다. 

 

피해자의 상태가 심각해 끝내 외부 병원으로 나오게 되었으며 의사에 따르면 피해 남성에게서 갈비뼈 골절과 구타, 성폭행 흔적이 발견되었고 생명이 위독한 상태라고 한다. 

 

이 영상은 7월 28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국가안보부장관에게 경고를 보낸 사건과 관련이 있다. 

 

하마스는 “수감자 학대를 멈추지 않으면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 인질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팔레스타인 수감자가 가혹 행위를 당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영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인하면서도 하루 만에 학대 혐의를 받는 군인 9명을 체포했다. 

 

그러자 국가안보부장관과 극우 성향 의원들이 수용소를 찾아 학대 혐의 군인을 “우리 최고의 영웅”이라 부르며 체포에 항의했고 극우 시위대도 이스라엘 군 기지 2곳에 난입해 난동을 부렸다. 

 

이스라엘 의회 부의장, 법무부장관 등도 군인 체포에 반발했다. 

 

심지어 일부 군인도 체포를 반대하며 바리케이드를 치고 헌병대에게 후추 스프레이를 뿌렸다. 

 

며칠 후 이스라엘 군검찰은 9명 가운데 5명을 석방했다. 

 

이런 와중에 이스라엘 언론을 통해 영상이 공개되면서 하마스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재무부장관이 영상을 유출한 사람을 찾아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극우 인사들의 반발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보고서

 

8월 5일 이스라엘 인권단체 베첼렘이 개전 이후 이스라엘 16개 수용소에 구금됐던 55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 「여기가 지옥이다(Welcome to Hell)」를 발표했다. 

 

▲ 보고서 표지.  © 베첼렘

 

보고서는 “이스라엘 수용시설 전체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고문 캠프’로 변했다”라고 하면서 이 문제는 이스라엘 정부의 조직적인 조장 아래 발생한다고 하였다. 

 

보고서가 구체적으로 소개한 학대 사례를 보면 불을 켜거나 불쾌한 소리나 음악을 크게 틀어놔 잠을 잘 수 없게 하고, 상한 음식을 주거나 극소량만 제공해 기아에 시달리게 하고, 환자 치료를 거부하고, 일상적으로 구타하고, 정원의 두세 배가 넘는 사람을 한 방에 몰아넣고, 매우 불결한 곳에 방치하고 씻지도 못하게 하며, 여성 수감자에게 생리대를 지급하지 않고, 개인 소유물을 몰수하는 등 다양했다. 

 

군인들은 금속이나 나무로 된 몽둥이, 후추 스프레이, 전기충격기, 너클, 총 등으로 무장하고 매일 수감자들을 폭행했다고 한다. 

 

유엔 인권사무소 보고서

 

7월 31일 유엔 인권사무소가 이스라엘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각종 고문 사례를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 기자, 인권운동가를 포함한 수감자들의 일부는 변호사 접견을 하지 못하고 비밀리에 구금되어 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성명에서 “수감자를 상대로 물고문을 가하고 개를 푸는 등 국제인권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끔찍한 행위가 다양하게 자행되고 있다는 증언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 발발 후 최대 53명이 구금 중 사망하였다고 한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 보고서

 

3월 3일 미국 뉴욕타임스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 보고서 초안을 입수해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 기간 이스라엘군이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을 구금했으며 구타, 성적 학대, 약탈을 자행했고 또 옷을 강제로 벗기고 눈도 가렸다고 한다. 

 

보고서는 구금된 사람이 6세 어린이부터 82세 노인까지 다양하다고 하였다. 

 

또 변호사나 의사의 접근이 차단되었다고 한다. 

 

이스라엘군 내부 고발

 

지난 5월 CNN은 이스라엘군 내부 고발자의 증언과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을 보면 날카로운 철조망 안쪽에 팔레스타인 수감자가 눈을 가린 채 빽빽이 앉아 있다. 

 

내부 고발자는 “움직이지 말고 똑바로 앉아 있으라고 한다. 말하거나 눈가리개 아래로 엿보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증언했다. 

 

또 구타가 일상이며 일부 수감자는 끌려가서 심하게 구타를 당해 뼈와 치아가 부러졌다고 하였다. 

 

증언에 따르면 부상자 치료 시설에서는 환자들에게 기저귀를 채운 뒤 사지를 침대에 묶고 눈을 가린 채 고문을 가한다고 한다. 

 

내부 고발자는 “이곳으로 끌려온 가자지구 사람들이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혀 있고 테러리스트는 죽어야 마땅하다는 게 매우 보편적 인식”이라면서 하마스 정보를 얻기 위한 고문이 아니라 복수심에 따른 학대라고 설명했다. 

 

풀려난 10대 수감자들의 증언

 

지난해 11월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수감자 교환을 하였다. 

 

당시 풀려난 팔레스타인 수감자 가운데 한 명인 칼릴 모하메드 바드르 알 자마이라(18세)는 16살 때 이스라엘군에 끌려가 그동안 감옥에서 학대와 구타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10대 청소년 두 명이 갈비뼈가 부러진 채 오헤르 교도소에서 이송돼 왔다. 그들은 움직일 수 없었다”라고 증언했다.

 

함께 풀려난 팔레스타인 청소년 오마르 알 아샨은 테어 아부 아삽이라는 사람이 교도소장에게 휴전 여부를 물었다가 고문을 당해 죽었고 의사들은 그가 죽은 뒤 한 시간 반이 지나서야 도착했다고 증언했다. 

 

16세 소년 오사마 마르마쉬는 “내 죄수복은 흰색이었는데 핏자국 때문에 빨갛게 변했다. 음식은 매우 적었고, 그나마도 먹을 수 없는 음식일 때가 많았다”라고 증언했다. 

 

재판 없이 무기한 구금 가능

 

더욱 놀라운 사실은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모두 재판을 받고 수감된 건 아니라는 점이다. 

 

이스라엘 법은 팔레스타인 사람을 기소나 재판 없이 군시설에 무기한 구금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6월 말 기준 이스라엘 수용소에 구금된 팔레스타인 사람은 1만 명에 육박하며 팔레스타인 남성의 약 40%가 일생에 한 번 이상 이스라엘군에 체포된다고 한다. 

 

게다가 수용소 밖에서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이스라엘군의 폭력에 시달린다. 

 

한 팔레스타인 사람은 이스라엘 정착민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고 있는데 이스라엘 군인들이 오더니 다짜고짜 자기를 끌고 가서 군홧발로 짓밟으며 “죽어, 죽어”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증언했다. 

 

이 밖에도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병원 의사들을 고문하거나, 심지어 유엔 난민기구 직원들을 고문하는 등 닥치는 대로 고문을 자행하고 있다는 증언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또 이스라엘군은 8월 8일 팔레스타인 난민을 수용한 학교 두 곳을 공격해 18명 이상의 민간인을 살해한 데 이어 10일 새벽 가자지구 동부 다라즈 지역 피란민이 머무는 학교를 폭격해 100명 이상을 살해했다. 

 

이스라엘의 반인륜 범죄를 중단시키려면 국제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5월에도 이스라엘이 국제인도법을 어긴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국무부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국제 사회의 개입을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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