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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무기 열전 53] 미군 최신 견인곡사포, 실전에서 써보니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9/11 [08:39]

[남·북·미 무기 열전 53] 미군 최신 견인곡사포, 실전에서 써보니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09/11 [08:39]

미군, 한국군의 주력 곡사포인 155밀리미터 곡사포는 105밀리미터 곡사포에 비해 강력한 위력이 장점이지만 너무 무거워서 이동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1970년대부터 미군이 사용한 155밀리미터 견인곡사포는 M198이었는데 무게가 7톤이 넘었다. 

 

전 세계 곳곳에 신속히 투입되는 미군의 성격상 운반이 쉬운 더 가벼운 포가 필요했다. 

 

이에 영국 최대 군수업체인 BAE 시스템스가 무게 4.2톤에 불과한 신형 견인곡사포 M777을 개발해 미군에 납품했으며 미군은 2005년부터 부대에 실전배치하였다. 

 

개발은 영국 기업이 했지만 생산은 BAE 시스템스의 미국 계열사가 하고 있다. 

 

▲ 200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쓰인 M777.  © Jonathan Mallard

 

 

제원

 

  ▲ * 사거리 연장탄 사용시. ** M982 엑스칼리버 사용시.  © 문경환 기자


 

장점

 

M777은 가볍고 크기도 작아 M198과 달리 중형 헬리콥터로도 운반이 가능하고 수송기에도 두 배 이상 많이 실을 수 있어 매우 효율적이다. 

 

▲ 2016년 6월 호주 육군 CH-47 치누크 헬기가 M777을 수송중이다.  © 미 해병대 Carlos Cruz Jr. 중령


또 방열 시간도 6분에서 2분으로 줄었고 철수 시간도 10분에서 2~3분으로 크게 줄었다. 

 

방열·철수 시간은 포격을 받은 적이 반격하기 전에 대피할 수 있느냐를 판가름하는 기준이다. 

 

미군은 M198에 비해 M777의 생존성이 70% 정도 향상되었다고 본다. 

 

견인곡사포 운영 인원도 대당 9명에서 4~5명(최소 인원)으로 줄었다. 

 

연속 발사속도도 훨씬 개선되었다. 

 

단점

 

여러 면에서 M777은 M198에 비해 우수한 성능을 보이지만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일단 무게를 줄이기 위해 고가의 티타늄 합금을 대량 사용하는 바람에 가격이 엄청나게 치솟았다. 

 

2017년 기준 대당 373만 8천 달러(이 가격은 M777에 딸린 여러 장비가 포함된 가격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그렇다 해도 굉장히 비싸다)인데 M198의 가격이 53만 달러임을 생각하면 물가 인상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심하게 비싸다. 

 

미국의 여러 무기가 대체로 그렇지만 고성능을 위해 돈을 아낌없이 쓴 셈인데 이 때문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매우 떨어진다. 

 

또 수송과 운용을 쉽게 하려고 곳곳을 깎아낸 구조라서 다른 곡사포들에 비해 수명이 짧고, 포신도 짧아 사거리가 짧은 편이다. (사거리가 짧은 건 M198도 마찬가지다.)

 

자동화 수준도 떨어져 병사의 숙련도에 많이 의존하는 편이다. 

 

이게 한국처럼 군 복무기간이 짧은 징병제 국가에는 상당한 단점이 된다. 

 

한국이 M777을 도입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용 경량 견인차량이 없어 기존의 견인트럭을 사용하는 점도 문제다. 

 

헬리콥터로 포를 실어 나르면 매우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중요한 문제가 발생한다.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는 전선에서는 곡사포가 사격한 후 적의 반격을 피해 빨리 자리를 떠야 한다. 

 

그런데 곡사포 옆에 헬리콥터가 대기하고 있다가 포를 쏠 때마다 실어 나르는 건 매우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견인차량이 함께 이동해야 한다. 

 

미국은 헬리콥터 수송을 위해 M777 전용 경량 견인차량을 개발하려다 예산 부족으로 취소했다. 

 

기존의 견인트럭은 헬리콥터로 옮길 수 없다. 

 

결국 헬리콥터 수송은 적이 반격할 능력이 없을 때나 쓸 방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문제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M777을 140개 넘게 제공했으며 캐나다, 호주도 소량의 M777을 제공했다. 

 

▲ 2022년 우크라이나군이 트럭으로 M777을 견인하는 모습.  © Arsen Fedosenko


M777은 그동안 이라크전쟁, 아프간전쟁, IS 소탕전 등 약소국을 대상으로만 사용됐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러시아라는 군사강국을 직접 상대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포격전이 전부나 다름없을 정도로 양측이 엄청난 포사격을 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포의 성능도 확실히 드러났다. 

 

M777은 2,500발을 발사한 후 마모된 포신을 교체해야 한다. 

 

마모된 포신을 사용하면 정확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자칫 발사 중에 폭발하는 사고가 날 수 있다. 

 

그런데 너무 많은 포사격을 하다 보니 미처 포신 교체를 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관리는 2022년 11월 기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약 350대의 곡사포(이 가운데 M777이 142대) 가운데 3분의 1이 마모 혹은 전투 중 손상으로 쓸 수 없다고 밝혔다. 

 

한 우크라이나 병사는 M777로 6천 발을 발사하는 동안 4번의 포신 교체를 했다고 밝혔다. 

 

원래 수명인 2,500발에 이르기도 전에 정확도가 떨어져 포신을 교체해야 했다는 것이다. 

 

즉, 실전에서는 원래 기준보다 수명이 짧은 것인데 이는 평균보다 더 강력한 고위력 장약을 많이 사용한 결과로 보인다. 

 

고위력 장약을 많이 쓰면 포신 수명이 1천 발 안팎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사실 M777은 나은 편인 게 한국의 K9 자주포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포신에 특수 도금을 하지 않아 평균 수명이 1천 발이다. 

 

고위력 장약을 주로 쓰면 수명이 더 짧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기에 하루 100발까지도 쐈다고 하니 열흘마다 포신을 교체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참고로 한국전쟁 때 제임스 밴 플리트 미8군 사령관은 하루 30발이라는 규정을 무시하고 300발까지 사격을 허용했다. 

 

포신 교체는 현장에서 할 수 없고 미군 유럽사령부가 운영하는 폴란드 수리시설로 옮겨서 해야 한다. 

 

2023년 6월 10일 자 주간동아 기사 「전시 K9 자주포가 불안하다… 우크라이나군 포신 폭발 반면교사 삼아야」에는 러시아에 포로로 잡힌 우크라이나군 포병의 증언이 나온다. 

 

포로는 “독일 군사기지에서 M777 운용 교육을 받았는데 훈련 기간은 단 5일이었고, 이 중 4일은 이론 교육만 받았다”라며 “M777이 수시로 고장 나는 데다, 일제 사격하면 포신이 폭발해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죽거나 다치는 경우가 많다”라고 했다. 

 

이에 미 국방부 감찰관은 “우크라이나로 보낸 일부 전투장비 가운데 보관 상태가 불량해 정비가 필요한 것들이 있었다”라고 하여 포로의 증언에 힘을 실었다. 

 

또 2022년 6월 우크라이나군의 볼로디미르 카르펜코 준장은 M777이 포탄 파편에 쉽게 손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6개 중 2개 꼴로 포격전 후 손상으로 유지관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4년 5월 말 군사 분석 포털인 로스트 아머(Lostarmour)는 M777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약 96대 파괴, 65대 손상을 기록했고 1대를 러시아에 빼앗겼다고 밝혔다. 

 

대부분은 자폭형 무인기 란쳇에 당했다고 한다. 

 

▲ ZALA사에서 개발한 란쳇.  © Nickel nitr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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